"국정원 '노무현 시계' 언론플레이 전말 밝혀라"

경향·한겨레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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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5일자 보도

 

국가정보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사 내용을 과장해 언론에 흘렸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파장이 점차 커지고 있다.

 

경향신문은 지난 25일 ‘이인규 “국정원, 노무현 수사 내용 과장해 언론에 흘렸다”’라는 제목의 1면 톱기사에서 2009년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할 당시 국정원이 ‘언론 플레이’를 했다는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의 증언을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이 전 부장은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받은 명품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언론보도 등은 국정원 주도로 이뤄진 것” “논두렁 얘기는 나오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그런 식으로 (국정원이) 말을 만들어서 언론에 흘린 것” “국정원의 당시 행태는 빨대 정도가 아니라 공작 수준에 가깝다”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9년 4월 박연차 전 회장으로부터 고가의 시계 등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고, 일부 언론은 “권 여사가 시계 두 개를 모두 봉하마을 논두렁에 버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 수위가 한층 높아졌으며 보도 열흘 만에 노 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이 검찰에 한 답변은 “시계 문제가 불거진 뒤 (권 여사가) 바깥에 버렸다고 합디다”라는 것이었다.

 

경향은 “이명박 정부의 도덕성이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게 됐다”며 “국내 최고 정보기관이 전직 대통령 ‘망신 주기’를 위해 근거 없는 사실까지 유포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다른 언론사들도 국정원 비판에 가세했다. 한겨레는 26일자 사설을 통해 “국정원이 한 짓은 피의사실 공표 정도가 아니라 사실을 조작하고 왜곡한 언론공작”이라면서 “누구의 지시로 어떻게 이런 공작을 폈는지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사실로 확인되면 당시 국정원장이던 원세훈씨부터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겨레는 “국정원의 언론공작이 사실로 드러났더라도 이를 이 전 부장을 비롯한 검찰의 잘못에 대한 변명으로 삼을 수는 없다”며 “국정원이 아니라도 당시 검찰은 사실 여부가 불분명했던 의혹을 중계방송하듯 언론에 공개하거나 슬그머니 흘렸다”고 덧붙였다.

 

▲경향신문 26일자 보도

 

경향은 이날 후속보도를 이어갔다. 경향은 대검 중앙수사부 출신 인사의 말을 인용해 “노 전 대통령 소환을 앞둔 시점에 국정원 측이 시계 얘기를 (언론에) 강조하자는 의견을 전해왔고, 검찰은 수사기법상 소환 전 ‘오픈’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소환 직전 시계 수수 의혹이 집중적으로 보도됐고, 소환 이후엔 ‘논두렁에 버렸다’는 내용까지 나왔다”고 전했다.

 

이어 사설을 통해 “국정원은 내부 감찰에 착수하겠다고 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면서 “검찰 수사나 국회 조사와는 별개로 조직의 명운을 건 전면적 쇄신이 필요하다. 이 전 중수부장과 당시 검찰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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