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당신일 수 있습니다.”
부산일보가 지역 언론 최초로 인터랙티브 뉴스를 선보였다. ‘석면쇼크, 부산이 아프다’라는 제목으로 부산지역이 직면한 ‘석면’ 문제에 천착했다. 전국 40여개의 옛 석면공장 중 부산 지역에 있었던 옛 석면공장만 30여곳. 이중 같은 주소지를 제외한 옛 석면공장 22곳과 관련해 피해자와 잠재적 피해자에 대한 내용을 다뤘다. 부산일보는 21일자 신문에도 1면을 포함한 3면을 할애했다.
그동안 부산 지역의 석면 피해 문제는 꾸준히 다뤄왔지만 각각의 기사로 단발성에 그쳤다. 부산일보는 독자들에게 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식을 궁리했고, 인터랙티브 뉴스를 택했다.
부산시는 ‘석면공장 반경 2km 내 6개월 이상 거주자’를 대상으로 무료 검진을 실시하는 조례를 지난 2012년 5월 제정했다. 하지만, 이 사실을 모르는 부산 시민들이 더 많다. 부산시 관계자에 검진 대상자 수를 물었지만 조례 제정 3년이 지나도록 피해 규모는커녕, 현실적으로 파악이 불가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부산일보는 특별취재팀을 구성했고 국내 석면사용이 가장 활발했던 시기인 1995년 통계청 인구총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추적했다. 최종 집계 숫자는 162만5445만명. 2010년 기준 부산 인구는 341만 5000명이다.
뉴스 제작을 주도한 이대진 부산일보 멀티미디어부 기자는 “부산시민 2명 중 한명 꼴로 충격적인 결과였다. 모두 석면질환자는 아니지만 위험군 안에 있다는 이야기”라며 “석면 문제가 그동안 많이 보도됐어도 다들 ‘남의 일’처럼만 생각했는데 ‘내 일, 내 가족의 문제’였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부산에 석면공장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시민들이 많다”라며 “시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명확하면서도 간단하게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인터랙티브 뉴스 홈페이지 첫 화면에 주소지 검색 창을 띄운 까닭이다. 부산지도를 배경으로 “1970~2000년 당신은 어디에 살았습니까?”라는 문구 아래 자신의 주소를 입력하면, 자신이 살았던 지역이 옛 석면공장 반경 2km 안에 포함되는지 살펴볼 수 있다. 부산일보는 “부산시민 누구나 자신이 ‘석면노출 인구’인지 확인할 수 있도록 GIS(지리정보시스템)을 활용한 자가 검증 프로그램을 개발해 홈페이지 기사 도입부에 배치했다”고 밝혔다. 해당 분야 전문가인 부경대 IT융합응용공학과 송하주 교수팀과 두 달에 걸쳐 협업했다. 홈페이지 상단에 있는 ‘2014 부산 석면지도’를 통해서는 학교, 관공서, 지하철 등의 석면 함유 자재 조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인력이 부족한 지역신문 여건에서 제작이 쉽지만은 않았다. 특별취재팀은 지난해 4월 기획을 시작해 1년 6개월간 자료 조사 및 현장 취재, 홈페이지 제작 등의 작업을 거쳤다. 기자들은 본 업무가 있는 상황에서 틈틈이 인터랙티브 뉴스를 위한 취재 및 제작을 진행했다. 멀티미디어부 소속 기자를 중심으로 환경분야 및 시교육청 담당 기자들이 협력했고 취재 4명, 자료조사 2명, 지도제작에 편집미술팀 기자 1명이 참여했다. 동영상 촬영에는 3명의 VJ가 투입됐다. 홈페이지에는 200자 원고지 50매 안팎의 기사, 인터뷰 동영상 8개, 사진 30여장, 그래픽 8개 등이 담겼다.
부산 시민들의 반응은 뜨겁다. 지역의 직접적인 문제인 만큼 체감도가 높기 때문이다. 이 기자는 “종이신문의 위기 속에 이번 인터랙티브 뉴스를 계기로 독자들이 친근하고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뉴스 전달 방식을 개발할 것”이라며 “첫 시도였던 만큼 사내에서도 기자들 사이에 인터랙티브 등 새로운 방식으로 뉴스를 제공하는 데 대한 필요성과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추후 계획은 아직 세우지 않았지만 지역신문으로서 석면처럼 부산 시민들의 권익과 직접 관련 있는 주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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