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사장은 “제가 요즘 인터넷에 많이 떠오르고 있는데 심한 경우 망언제조기란 얘기까지 듣고 있다”며 “인터넷에서 말을 잘못 연결시켜 정확하지 않은 내용을 보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사장을 맡기로 결심한 것도 이 같은 “부당한 공격” 때문이었다고 했다. 이 이사장은 “방송통신위원장으로부터 이사장 후보로 추천됐다는 얘기를 들었고, 인터넷에서 부당한 공격이 들어오는 걸 보고 이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 이사장은 자신의 역사관이 편향됐다는 지적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애국가를 부르고 태극기 앞에서 공유할 역사관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건국이나 김구 선생 등에 대한 평가에서 야당 의원들과 상이한 역사 인식을 보이며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이 이사장은 백범 김구 선생에 대해 “임시정부 수반까지 지내는 등 독립운동가로서 대단히 훌륭한 분이지만 1948년 대한민국 독립에는 반대했던 분으로서 건국의 공로자로 거론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 ‘건국’과 관련해서도 헌법 전문에도 나오는 임시정부의 법통성을 부인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임시정부라는 자체가 말 그대로 임시라는 것으로 나라가 생기지 않았다는 뜻”이라며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대해 정신사적 정통성은 의미가 있지만 “법통이란 말은 애매하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정부 수립일인 1948년 8월15일을 건국기념일로 제정하는 운동에 참여해왔다.
이 이사장은 그러면서 “적어도 6‧25 전에 태어난 세대 중 90%는 내 말에 동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6‧25 이후 태어난 분들은 대한민국 중심이 아닌 북한에서 내려 보낸 선전 자료들의 영향을 받아 판단하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편협하고 일방적으로 매도된 인식”이라며 강하게 질타했다. 같은 당 문병호 의원도 “국민 소통과 통합에 앞장서야 할 KBS 이사장이 역사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다”며 “뉴라이트 단체 대표가 아닌 KBS 이사장으로서 직에 맞는 활동을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최원식 의원은 “이사장의 답변을 듣고 있다보니 자신의 역사관에 맞지 않는 프로그램, 이를테면 친일을 혹독하게 비판하거나 이승만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하는 방송에 대해 간섭하려 들 것 같다”면서 “KBS 이사장으로서 자격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이 이사장은 자신의 역사관이 KBS 보도나 프로그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사후에 비판하고 프로그램에 대해 의견을 발표하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KBS 구성원들의 다양한 역사관을 존중할 것이다. 역사학을 평생 공부한 사람으로서 소신을 끝까지 지키겠지만 5000명이나 되는 KBS 방송인들에게 제 역사관을 강요하거나 주입시킬 방법은 없다”면서도 “점진적인 각성을 통해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인호 이사장의 외부 강연도 도마에 올랐다. 이 이사장은 취임 후인 지난 9월에도 전국경제인연합회 강연에서 해방 직후 ‘친일파 청산’이 소련에서 내려온 ‘지령’이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다. 최민희 새정치연합 의원은 “공영방송 이사회 이사장은 중립적이어야 한다”며 “적어도 이사장을 하는 동안은 공개적 강연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이사장은 “동의할 수 없다”며 다만 “정파적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문제는 절대로 강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도 “이 이사장의 역사관은 국민이 공감하고 지지하는 역사관”이라며 “강연할 수 있는 권리가 제한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두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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