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일보 경영진이 노조위원장을 맡고 있는 기자의 5년 전 기사를 문제 삼아 경위서 제출을 요구하고 주변인들에게 이 기자의 평판을 묻고 다니는 등 뒷조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자협회 대전일보지회는 지난 17일 성명을 내고 “대전일보사 기획조정실이 사진부 장길문 회원을 뒷조사 하고 경위서 제출을 종용한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내·외부의 어떠한 간섭과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언론자유를 위협하는 개인이나 집단에 대해 단호히 대처해야 하는 회원들은 위 사실에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기획조정실이 문제 삼은 기사는 지난 2010년 8월31일자 1면과 6면에 보도된 소쩍새 사진이다. 장 기자는 ‘대전일보 멸종위기종 릴레이 보도- 대전 보문산 소쩍새의 자식사랑’ 제하의 사진을 통해 대전시 중구 보문산에서 포착된 멸종위기종 2급 소쩍새의 모습을 담았다. 그러나 사측은 이 사진이 장 기자 본인이 찍은 사진이 아니라며 ‘정당한 정보수집(정당한 방법으로 정보를 취득하고, 기록과 자료를 조작하지 않아야 한다)’을 어겼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장 기자는 “1면은 제가 찍은 사진이며 또 다른 한 장은 현장 풀을 통해 받은 것”이라며 “당시 장소가 협소하고 새의 특성상 가까이 접근할 수 없어 지역 사진담당 공무원과 현장 풀을 구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상대방과 의견을 공유했기 때문에 무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에 회사에 다 보고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기자들은 이를 노사 갈등의 연장선으로 파악하고 있다. 장 기자는 현재 전국언론노조 대전일보지부장을 맡고 있으며 지난 4월부터 사측과 2014년 임금·단체협상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5개월이 넘도록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지난 11일 노조 총회를 열고 언론노조에 교섭권을 위임하는 안건을 논의했다. 이에 부담을 느낀 사측이 수년 전 기사를 통해 지부장을 압박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기획조정실은 지역 관계자와 타사 기자 등을 통해 장 기자의 평소 생활과 평판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협회 대전일보지회는 “2014 임단협이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언론노조 대전일보지부장을 맡은 장길문 회원을 특정해 5년 전에 보도한 것을 놓고 취재원 뒷조사와 경위서 제출을 종용한 것이야말로 기자의 명예와 품위를 손상시키고 장길문 회원을 궁지로 몰아넣으려는 술수라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본 사항과 관련된 장길문 차장의 부당한 처우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본 지회는 이를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심각한 사태로 판단, 기자협회 보도자유분과위원회에 고발해 부끄럽고 치욕스럽지만 현명한 심판을 받겠다”며 “본 지회는 언론자유가 내동댕이쳐진 위 사실이 두 번 다시 재발하지 않기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장 기자는 “개인 사찰은 기자에 대한 명예훼손에 가깝다”며 “기자로서 해야 되지 않을 일을 했다면 그에 대한 비난과 처벌은 달게 받겠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보는 대전일보 기획조정실 측의 반론을 듣기 위해 연결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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