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와 문인' 이중생활에 빠지다

30대 후반 늦깍이 기자 입문…연지민 충청타임즈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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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연지민 문화부장  
 
두툼한 책에 파묻혀 하루 종일 도서관에 있는 것이 마냥 좋았다. 손에서 책을 떼지 않았지만 차마 글을 쓸 거라고 상상조차 못했던 ‘문학’ 소녀는 어느새 기자와 작가, 두 개의 삶을 가졌다.

충청타임즈 연지민 문화부장의 ‘우연’은 ‘운명’을 이끌었다. 그는 기자보다 작가 이력이 앞선다. 2000년 수필가로 등단한 그는 2006년 기자로 첫 발을 뗐다. 그때 나이 30대 후반이었다. 그는 2003년 하반기부터 프리랜서로 충청타임즈에 환경ㆍ생태 관련 단상과 수필ㆍ시 등을 꾸준히 기고했고, 독자들은 그의 글에 뜨겁게 반응했다. 회사는 그에게 기자를 제의했고, 고민 끝에 늦깎이 기자로서 새롭게 ‘문화부’ 전문 기자의 길을 열었다.

입사 이후 9년째 한 우물만 팠지만 “아직도 배울 게 많다”는 그다. 주 전공인 문학에는 욕심이 많아 대학원에서 시를 공부했다. 무궁무진한 문화 영역에서 미술ㆍ음악ㆍ역사 등 다양한 분야를 배우며 커져가는 갈증을 채워가고 있다.

물론 기자가 된 첫 1년은 쉽지 않았다. 시와 수필에 익숙한 그에게 사실 위주의 기사는 너무나 달랐다. 하지만 문화면을 필두로 점점 신문 기사에도 문인들의 감성적인 글쓰기가 도입됐다. 자연스레 양쪽의 문체를 넘나들며 연 부장은 기자와 작가로서의 장점을 발휘했다. 문화부 기자로서 각양각색의 예술인을 만나며 글쓰기에 영감을 얻었고, 갖고 있던 인적 네트워크가 취재원이 됐다. 지금은 출근 후 ‘기자’, 퇴근 후 ‘문인’으로의 이중생활을 철저히 즐기고 있다.

이달에는 ‘세종대왕 100리’ 스토리텔링 북 출간에 참여하며 ‘물길, 세종대왕 꿈을 담다’를 출간했다. 청주 지역 문화자원 활용 프로젝트로, 연 부장은 충북 청원군 초정이라는 마을과 관련된 인물 이야기를 생생하게 재구성했다. 일례로 눈병을 앓고 있었던 세종대왕이 1444년 초정리에 행궁을 짓고 123일간 머물며 초정약수로 치료를 했다는 이야기다. “독자가 가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쓰고 싶었어요. 이야기로 재구성한다는 게 얼마나 큰 부담인지, 심적으로 버거웠죠. 병약한 몸으로 초정을 찾았지만 강인한 정신과 애민사상이 가득한 왕, 한글창제에 뜻을 품은 왕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고민이 많았죠.”

그래서일까. 눈병이 난 세종대왕의 심정을 표현할 때쯤 연 부장은 거짓말처럼 눈병에 걸렸다. 한 달 동안 벌겋게 토끼눈으로 지내며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지만 세종대왕이 어떤 마음으로 초정리를 찾았을지, 직접 눈에 초정약수를 넣어보며 감각을 느꼈다.

‘청주’ 출신으로 지역은 그의 뿌리다. 문화부 기자로 활동하며 지역 이야기·문화·역사 등에 더욱 애착이 깊어졌다. 애정은 글에서도 묻어난다. 지난해 12월에는 ‘천년의 미소에서 꽃이 피다’라는 책을 냈다. 충청도뿐만 아니라 1년간 문화재를 기행하며 불상 등 옛 사람을 닮은 ‘얼굴’에서 시대상을 읽어냈다. ‘충청의 천연기념물 그 천혜의 비상’, ‘충북의 박물관 미술관’ 등도 출간했다.

지금은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글을 쓰고 있다. “시는 시대로, 산문은 산문대로, 소설은 소설대로 글의 매력이 다 다르다”는 것. 올해는 스토리텔링을 시작으로 장편 소설에 도전할 계획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기자로서 단 한 가지 ‘진심’을 다하고 싶다. “공정하고 정확한 기사도 중요하지만 시대의 파수꾼으로서 진정성을 잃지 않는 기자로 남고 싶어요. 그렇게 기억되는 기자가 되도록 꿈을 꾸겠습니다.” 강진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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