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세월호 비판보도 KBSㆍSBS의 30%"

MBC본부 민실위 보고서, KBS 68건, SBS 66건, MBC 3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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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한 달간 'MBC뉴스데스크' 정부 비판 보도가 KBS와 SBS 메인뉴스의 약 30%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21일 민실위보고서를 통해 지난달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이달 18일까지 재난 대응 체계 및 해경 초동 대처 문제 등 정부 비판 보도가 MBC뉴스데스크는 23건으로 KBS 뉴스9의 68건, SBS 8뉴스 66건에 못미친다고 밝혔다. 민실위 보고서는 “특히 사고 초기 1주일간 정부의 부실 재난 대응 체계에 대한 깊이 있는 지적은 고사하고 타사가 일제히 보도했던 해경 비판 기사도 찾기 힘들었다”며 “이후 시기별로 추적해 봐도 이 경향성은 바뀌지 않았다”고 밝혔다.


MBC본부가 시기별로 집계한 정부 비판 보도 양만 봐도 차이가 크다. 참사 당일부터 일주일인 지난달 16~22일 KBS와 SBS는 19건이었지만 MBC는 단 3건이었다. 반면 이 시기 박근혜 대통령 관련 보도는 MBC가 타사 3꼭지에 비해 5꼭지였다.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7일까지 2주 동안에는 KBS가 33건, SBS가 32건이었지만 MBC는 12건이었다. 특히 이 기간 MBC는 해경에 대해서는 11건 지적했지만 정부를 비판하는 보도는 단 1건이었다.




   
 
  ▲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민실위가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18일까지 통계 낸 지상파 3사 ‘정부 비판 보도’ 시기별 집계 및 합계. (그래픽=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사고 초기부터 정부 비판 아이템이 데스킹 과정에서 묵살되거나 삭제되는 경우도 상당수 발생했다. 세월호 참사 현장을 취재했던 기자들이 해경의 부실 대응을 비판하거나 의혹을 제기하는 아이템을 제안하고 기사를 써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달 16일 사고 당일 오전 목포MBC는 ‘세월호에 더 많은 사람들이 갇혀있다’며 ‘중앙정부 초기 집계가 잘못됐다’고 서울 MBC에 네 차례 보고하며 문제를 제기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목포 MBC는 지난달 25일에도 해경이 세월호 침몰 당일 선원 탈출 영상을 별도로 확보하고도 공개하지 않았다고 발제했지만 서울 전국부는 이를 보류했다. 결국 이틀 뒤 KBS가 ‘단독’이라며 톱뉴스로 보도해 파장이 일었다.


지난달 23일에는 ‘80명을 구했으면 대단한 것’이라는 해경 간부 막말 파문을 현장 기자가 아이템으로 발제했지만 담당 데스크가 ‘대단한 것이 맞다’며 다루지 않았다. 정부 관료나 여당 의원 관련 보도도 누락됐다. 지난달 21일 ‘정몽준 의원 사죄 기자회견’과 ‘안전행정부 기념 촬영 국장 파문’ 등이 대표적이다.


다른 지상파 방송들은 주요하게 보도했지만 MBC에만 거듭 뉴스가 누락되며 취재 컨트롤 타워가 부재했다는 비판도 따랐다.  KBS와 SBS는 지난 1일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 해운 측에서 침몰 중에 세월호 적재량 축소 조작부터 했다는 내용을 톱뉴스로 내보냈지만, MBC는 보도하지 않았다. 또 지난달 21일 ‘기관사들 전용통로로 탈출’ 뉴스 역시 MBC는 다음날 뒤늦게 다뤘다.


민실위 보고서는 “대검찰청의 기자 백브리핑, 검찰 브리핑 직후 질의응답에서 나온 이야기”라며 “검찰 취재기자와 당일 뉴스 리포트 기자, 관련 부서 데스크 간 제대로 내용 공유가 안 됐고 아무도 발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현장기자들도 팽목항, 실내체육관, 합동수사본부, 대검찰청, 해경 등 취재처가 분산된 상황에서 한동안 MBC 보도국에는 취재 내용을 취합하고 공유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 지난 7일 MBC뉴스데스크 데스크리포트 '분노와 슬픔을 넘어서'에서는 실종자 가족들의 조급증이 민간잠수부의 죽음을 떠밀었다는 내용을 보도해 크게 논란이 됐다. (사진=MBC캡쳐)  
 


7일에는 MBC뉴스데스크 ‘함께 생각해봅시다’ 데스크리포트가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을 폄훼했다며 논란이 됐다.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의 조급증이 민간잠수부의 죽음을 떠민 것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리포트로 MBC 내부에서도 기자회 등 일선 기자들의 반성과 비판이 쏟아져 나왔지만 이후 보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8~18일간 정부 비판 보도는 KBS와 SBS가 각각 16건, 15건을 보도한 데 비해 MBC는 8건뿐이었다.


최근 세월호 참사 보도에 대한 언론의 반성이 일파만파 퍼지며 15일 KBS는 9시뉴스에서 세월호와 관련된 그간의 자사 보도를 반성하는 리포트를 방송했다. SBS도 같은날 김성준 앵커가 유가족 대표와의 대담을 통해 언론 불신을 다뤘다. MBC는 내부의 문제 제기로 다음날인 16일에야 ‘함께 생각해봅시다’ 데스크리포트에서 교수 인터뷰를 인용해 국민들의 언론에 대한 분노를 언급했다. 이는 당초 앵커와 언론학자의 대담 아이템을 준비했다가 변경된 것으로 전해졌다.




   
 
  ▲ 지난 16일 MBC뉴스데스크 데스크리포트 '세월호 참사 한 달, 우리 사회의 의미'에서 세월호 참사로 국민들이 정부, 청해진해운 그리고 속보 경쟁에 몰두한 언론을 향한 분노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MBC캡쳐)  
 


하지만 유족 폄훼 보도 등의 논란이 있었음에도 자사 보도에 대한 비판보다는 속보경쟁으로 인해 언론에 대한 분노가 크다는 정도였다. 특히 교수의 발언을 빌려 속보경쟁의 주 원인이 종편이나 보도전문 채널이 많아지며 발생했다는 이유를 전했다. 민실위원들은 “뉴스데스크 ‘함께 생각해봅시다’가 9일 사이에 일종의 자기모순을 드러냈다”며 “정부 비판 보도 축소와 유족 폄훼 모욕 보도의 당사자인 MBC가 자사 보도를 되짚어보는 문장 한줄 넣지 않은 채, 최근의 KBS 사태 화면을 인용하며 ‘속보 경쟁에 몰두한 언론 전체가 잘못했다’는 식으로 본질을 비켜가는 기사를 썼다”고 비판했다.


7일 데스크리포트에서는 유족을 비난하는 보도를 해놓고 16일에는 ‘유족에게는 무슨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유족의 다양한 문제제기와 불만이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등으로 면피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 담화 이후 보도에서도 세월호 실종자 가족과 유족들의 목소리는 제대로 담기지 않았다. 19일 박 대통령 대국민 담화 직후 실종자 가족들은 진도군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해경해체로 인해 실종자 수색작업에 대한 차질을 우려했지만 MBC뉴스데스크는 보도하지 않았다. KBS와 SBS는 각각 3번째와 7번째에 방송했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 담화는 톱뉴스로 4꼭지를 다뤘다. 20일 담화에 대한 유가족 대표단의 공식 기자회견도 MBC는 앵커가 전하는 두 줄짜리 단신으로 짧게 처리했다. KBS와 SBS가 리포트로 현장의 모습을 생생히 전한 것과 상이하다.


민실위는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이 ‘바다 속에 있는 마지막 아이들’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는 상황이 반복되는 등 현장성이 큰 기사였고 대부분 방송사가 주요 현장 아이템으로 발제 했다”며 “MBC 현장기자가 리포트 기사까지 송고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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