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마저 돈벌이 수단으로…필터링 않고 어뷰징 열 올려

[세월호 참사, 언론의 길을 다시 묻다](2)어뷰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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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태평로 한 사무실에서 직원이 인터넷에 올라온 기사를 검색하고 있다. 13일 현재도 구원파와 그 신도로 알려진 특정 연예인이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하며 관련 기사가 시간당 수십 건씩 쏟아졌다.  
 
세월호 오보 확대 재생산 주범
온·오프 뉴스룸 소통부재 원인


재난보도에도 예외는 없었다. 수백 명의 안타까운 목숨이 스러져가는 동안에도 언론은 ‘어뷰징’에 열을 올렸다. 지난달 16일 세월호 침몰 이후 13일 현재까지 포털에 노출된 세월호 관련 기사는 22만여 건. 하루에 8000여 건의 기사가 쏟아진 셈이다. 이들 중 사안의 본질을 비추는 제대로 된 ‘저널리즘’은 몇 건이나 될까.

세월호 사고 첫날 전원구조 오보는 정부 발표를 그대로 받아쓴 언론사와, 이러한 오보를 그대로 되받아 쓴 온라인 매체의 합작품이었다. 세월호가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하자 일부 인터넷매체들은 타 언론사를 인용해 속보를 쏟아냈다. 지난달 18일엔 자신을 민간잠수부로 소개한 홍모씨의 인터뷰가 논란이 되자 홍씨의 과거 행적까지 어뷰징 대상이 됐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홍씨의 이름을 검색하면 관련 기사가 2000여 건에 이른다. ‘홍XX 과거 행적 경악’, ‘홍XX 출두, “배우 데뷔 하는거 아닌가 몰라”’ 등의 제목을 단 똑같은 내용의 기사가 한 언론사에서만 40여 건 노출되기도 했다. 13일 현재도 구원파와 그 신도로 알려진 특정 연예인이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하며 관련 기사가 시간당 수십 건씩 쏟아지고 있다.

한 종합일간지 온라인 뉴스 담당자는 “온라인 독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의도치 않게 눈길을 끌려하는 부분도 있다”며 “일단 화제가 되면 쓰고 보는 게 업계의 생리다. (재난 관련 보도라는 측면에서)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했는데 시간적 여유도 고민도 없었다”고 말했다.

온라인 뉴스룸 관계자들은 세월호 침몰 이후 사건·사고 기사에 대한 트래픽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고 입을 모았다. 온라인 트래픽 측정회사인 닐슨코리안클릭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4월14일부터 20일까지 순방문자수 상위 20개 매체의 주간 페이지뷰는 약 5억1800만회로, 사고 전인 4월7일부터 13일까지 3억7900만회보다 73.2% 상승했다. 상위 3개 매체인 조선닷컴과 동아닷컴, 매경닷컴도 뚜렷한 페이지뷰 증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조선은 6915만회에서 1억2971만회로, 동아는 2785만회에서 3570만회로, 매경은 979만회에서 1425만회로 각각 53.3%, 78.0%, 68.7% 증가세를 보였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대형 재난이 발생하면 사회적 불안감이 높아지고 뉴스 수요가 폭증한다”며 “실시간으로 트래픽이 요동치다보면 상업적 유혹에 빠지기 쉽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난보도에서 검색어 장사는 심각한 사회적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황 교수는 “빠르게 유통되는 부정확한 정보들을 검증하지 않은 채 단순히 트래픽에 반응하는 것은 정보의 정확성을 상실시킨다”고 말했다. 사고 초기 실종자들로부터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는 SNS상의 루머나, 희생자들의 손가락이 골절된 채로 발견됐다는 언론 보도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서 독자들은 혼란에 빠져야 했다. 당시 온라인 매체들은 사실 확인도 거치지 않은 채 단순히 ‘논란이 되고 있다’고 보도하거나 타 언론사를 인용해 기사를 쏟아냈다. 황 교수는 “언론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사실 검증”이라며 “정보유통의 필터링을 어떻게 할 것인지, 편집국 차원에서 정책을 마련하고 재난보도 준칙에도 이를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온라인 뉴스룸 구성원들은 이러한 지적에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현실적 난관에 부딪힌다. 트래픽이 곧 광고 수익에 직결된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온라인 뉴스룸에 숙련된 기자가 부족하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현장에 나갈 수 없는 ‘앉은뱅이 기자’인 탓에 젊은 기자들에게는 기피 부서로 꼽힌다. 일부 매체는 인턴이나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저임금으로 기사 작성을 맡기기도 한다.

온·오프 뉴스룸의 소통 부재도 문제점이다. 특히 재난보도의 경우 정확한 보도를 위해서는 현장에 있는 기자와의 협업이 필수적이지만 온·오프 뉴스룸의 벽은 아직 높기만 하다. 온라인 뉴스룸이 오프라인의 부차적 요소라고 생각하는 기자들도 대다수다. 온라인 뉴스 담당자는 “새로운 팩트를 찾고 뉴스를 만드는 현장 기자들에게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온라인 데스크가 사회부에 문의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포털 책임론을 언급하면서도 언론의 자정 노력을 우선적으로 촉구했다. 온라인 뉴스 담당자들은 “불량품을 만드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이나 둘 다 나쁘다”면서도 “그렇지만 결국은 언론이 책임져야 한다. 네이버는 정류장일 뿐 기사를 만드는 것은 언론”이라고 말했다.

최진순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한국경제 기자)는 “왜곡된 시장 생태계(포털), 그리고 이러한 생태계를 넘어서겠다는 뉴스룸이 없다는 것이 병폐”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독자들이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뉴스 이용자들은 공해에 가까운 어뷰징을 피해 뉴스타파, 고발뉴스 등 대안언론과 JTBC 뉴스 등을 선별적으로 소비했다. 최 교수는 “트래픽은 특정 이슈에 출렁이는 거품”이라며 “지금까지는 ‘제목 장사’ 등 질 낮은 트래픽 경쟁이었다면 앞으로는 충성도 높은 독자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나가야 한다. 어뷰징에 안주하는 언론사나 이를 방치하는 포털은 결국 피해를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희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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