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앞두고 복직 투쟁 중인 해고자 보며 가슴 한켠이 먹먹

[현장을 달리는 기자들]'힘겹게 복직투쟁을 하는 사람들' 취재 후기-이시우 경남도민일보 시민사회부 기자


   
 
  ▲ 경남도민일보 이시우 기자  
 
지난해 9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매주 월~수요일 24회를 연재한 기획 기사 ‘또 하나의 계급 비정규직’ 마지막 회를 출고하고서 ‘멘붕’ 상태로 일주일간 휴가를 갔다. 지난해 6월부터 마지막 취재비 정산까지 반 년 넘게 이 기획에 매달렸다. 스스로 생각해도 지난해 좀 다녔다. 서울 찍고 인천 부평, 부평 찍고 울산·광주, 다시 경남 창원 찍고 거제·통영, 경북 경주·전북 남원, 그리고 물 건너 캐나다 토론토와 인근 도시까지.

당시 휴가 때 비정규직은 결국 일자리와 고용의 질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캐나다 지엠 오셔와 공장과 그 일대 다른 업종 노동자를 대표하는 유니포(UNIFOR, 전 CAW-캐나다자동차노조) ‘로컬(Local) 222’ 의장 말이 생각났다.

그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사용자(자본)는 우리에게 더 나쁜 일자리, 더 낮은 임금을 강요하며 ‘바닥을 향한 경주’를 하라고 한다. 파트타임 노동자(캐나다에서는 원래 의미인 시간제 노동자만이 아니라 한국의 다양한 비정규직까지 통칭해서 이 단어를 썼다)가 점점 느는 지금 싸워야 한다. 우리가 일군 연금 등 사회보장과 현재 삶의 수준을 다음 세대로 넘겨주고 모든 노동자가 함께 하기 위해서 말이다”라고 했다.

캐나다보다 훨씬 비정규직이 많은 한국. 누가 더 잘못해 비정규직이 많아졌느냐는 책임 따지기를 떠나 한국에서 노동자는 이미 정규직(엄밀히 말해 대공장 혹은 고임금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이질적인 두 계층으로 나뉘었다. 그래서 정규직 노동자를 향한 사회적 시선은 아이러니하게도 자본을 가진 이들보다 더 곱지 않다. 한진중공업, 쌍용차 대량해고 사태로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나 정규직 노동자 대량 해고를 두고 그 시선은 여전히 냉담하다.

그래서 살펴보고 싶었다. 경제 규모에 비해 여전히 사회적 안전망이 취약한 우리사회에서 해고 당사자에게 해고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말이다. 그리고 타인의 ‘해고’를 두고 연민과 연대감을 갖지 않는 한국 대중은 혹여 빅 브라더가 내민 ‘바닥을 향한 경주’를 스스로 택한 게 아닌지….

지난 3월6일부터 14일까지 8일 간 경남지역 해고자 4명을 만났다. 대림자동차 창원공장, 쌍용차 창원(엔진)공장, 창원시 내 옛 마산지역 정화조 청소업체, 진주의료원에서 해고된 이들이다. 취재 내용은 지난 17일부터 24일까지 ‘힘겹게 복직투쟁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5회 연재됐다.



   
 
  ▲ 지난 6일 오전 대림자동차 해고자 김종규 씨가 창원공장 정문 앞에서 아침 출근 선전투쟁을 하고 있다. (이시우 기자)  
 
국내 이륜차(오토바이) 생산 1위 업체인 대림자동차 정리해고 사태는 쌍용차 정리해고가 일어난 그해(2009년)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쌍용차만큼이나 격했다. 두 공장에서 정리 해고되거나 희망 퇴직한 이들 각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취재한 4명 중 누구 하나 안타깝지 않은 이들은 없었다. 정화조 청소업체 직원이자 옛 마산지역 정화조 청소 노동자 노조(일반노조 합동정화조지회) 대표(지회장)를 맡았던 박모(55) 씨는 이른바 ‘똥 푸는’ 사람이다. 창원시가 정화조를 없애고, 오·폐수를 하수종말처리장으로 직접 옮기는 직관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일감이 줄었다. 일감이 준 것은 맞지만 노조 지회장인 박 씨와 사무장만 한 업체에 몰아넣고 이들을 휴직·해고처리했고, 업체 폐업을 함께 했다. 법원은 3개 정화조 업체를 사실상 한 사장이 운영해 이들을 부당하게 휴직시켰다고 판결했다. 부당해고 건은 1심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다. 생활비가 바닥난 박 씨는 대리운전과 공사판 일을 하며 두 아이와 부인을 건사하고 있다.

진주의료원 간호사였던 정모(여·26) 씨는 홍준표 경남지사가 지난해 의료원 폐업 이유로 내세운 ‘강성노조’ 조합원이라고 하기에는 정말 밝고 순수했다. 그는 지난 2012년 12월 경남지사 보궐선거에서 어르신 말에 따라 홍 지사를 찍었다. 자신이 뽑은 이가 자기 직장을 뺏은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맞았다.

해고자 중 가장 가슴 ‘짠’한 이는 단연 대림차 해고자 김모(55) 씨였다. 그는 현재 창원시 성산구 한 아파트관리소 관리사로 일한다. 그가 공장을 다녔어도 내년 12월 말 정년이 돼 떠나야 한다. 올 1월 말 원심을 깨고 항소심에서 부당해고라는 판결을 받았지만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는 앞으로 2년 이상 걸릴 것이다. 복직 뒤 공장 동료들 축하 속에서 정년퇴직을 하고 싶다는 그의 마지막 소원이 이뤄지기는 여의치 않은 셈이다. 그와 인터뷰 도중에 아파트 관리소장이 “주민들이 김 씨가 해고자 신분이란 것을 알면 안 된다”며 매몰차게 대하던 기억도 생생하다. 우리사회가 ‘해고자’를 어떻게 대하는지 잘 보여주는 예였다.

아직도 의문은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정말 잘 살고 있는지. 어쩌면 빅 브라더가 원하는 ‘바닥을 향한 경주’에 충실히 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경남도민일보 이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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