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출연자 쥐어짜는 드라마 왕국
제278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 / 한겨레 박유리 기자
한겨레 박유리 기자
jak@journalist.or.kr
2013.12.04 14:3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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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박유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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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회부 24시팀 박유리 기자입니다. 부족한 기사임에도 상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9월 말부터 8회 연재한 ‘엑스트라 쥐어짜는 드라마 왕국’은 개인적으로 4년간 지켜 본 보조출연자 업계에 대한 노동 보고서입니다.
2009년 문화부 방송 담당 기자 시절 알게 된 보조출연자들의 인권 유린 실태를 언젠가는 탐사 보도 해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렇게 실현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이 시리즈는 지난해 겨울, 잠시 기자직을 떠나 있을 때 보조출연자 노조 위원장 등에게 했던 약속이기도 합니다. 부당 노동 행위를 당했다며 위원장이 제게 연락을 취했지만 당시에는 업무 현장을 떠나 있던 때여서 보도를 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 업무에 복귀하게 되면, 꼭 보도를 하겠다는 약속을 했었습니다.
좋은 기자가 무엇인지는 늘 제 삶에 있어서 화두입니다. 아직은 그 답을 찾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좋은 기획이 무엇인지는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취재 대상에 대한 애정과 열정, 그리고 부당한 현실을 바꾸겠다는 강한 의지, 이러한 것들이 기획 기사의 자양분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시리즈를 시작했을 때 가장 두려웠던 것은 ‘과연 현실을 바꿀 수 있을까’란 의문이었습니다. 보조출연 업계에 대한 지상파 방송 3사의 무관심이나 수십 년간 굳어진 보조출연 기획사 업계를 감안하면, 현실을 바꾸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었습니다. 취재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두려움이 컸습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청와대, 문화체육관광부 등에서 제도 개선을 위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몇 가지 후회도 남습니다. 성폭력 당한 자매 자살 사건을 취재하면서 숨진 여성이 남긴 유품을 뒤지고 비밀번호가 걸린 휴대전화를 복구시키는 등 여러 가지 노력을 했지만 객관적이고 결정적인 증거를 찾는 데는 결국 실패했습니다. 아무래도 1인 기획이 남긴 구멍이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어떤 분은 제게 저널리스트가 되기에는 피가 너무 뜨겁다는 조언을 한 적도 있습니다. 제가 가진 단점이자 기자로서 더 발전하지 못하는 덫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번 시리즈에서는 뜨거웠던 피가 있었기에 두 달이란 시간 동안 앞만 보고 일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늘 제게 자극을 주고 반성하게 하는, 그리고 존경하는 사회부 24시팀 선후배님들께 감사합니다. 제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 24시팀이 함께 받은 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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