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실종된 지상파 방송

보수매체 '대선불복' 규정…진보매체 민심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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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촛불시위가 나날이 확대되고 있지만 언론 보도는 양 극단으로 나뉘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 시청 앞 광장에는 284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국정원 시국회의’가 주최한 ‘10만 국민촛불대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측 추산 5만명, 경찰추산 1만 6000명이 모였다. 지난 6월말 집중 촛불집회가 시작한 지 한 달여 만에 5000명(경찰추산 1800여명)에서 5만명으로 시민 참여가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들은 촛불집회 소식을 축소하거나 최소한으로 보도하고 있다.

10일 KBS와 MBC, SBS는 9시와 8시 저녁 뉴스에서 민주당이 장외 투쟁과 촛불집회에 참여했다는 내용을 다뤘다. 동시에 “구태 정치”라는 여당의 야당 비난과 보수 성향 시민단체의 맞불 집회가 열렸다는 내용을 나열해 보도했다. 촛불집회의 의미나 내용, 참여한 시민 인터뷰 등을 담은 뉴스는 없었다. 이달 들어서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KBS는 8월 2일과 9일, MBC는 3일, SBS는 3일과 9일 뉴스에서 민주당 장외투쟁 소식 말미에 촛불집회가 열린다고 짧게 처리했다.

또 KBS와 MBC는 7월 내내 촛불집회 관련 뉴스를 한 건도 보도하지 않았다. SBS가 7월 27일과 29일 유일하게 보도했지만 27일에는 23개 뉴스 중 20번째로 단신 처리했고, 29일은 국정원 국정조사 관련 뉴스에서 진보·보수단체 집회가 열리고 있다고 간단히 언급했다.

보수매체들은 ‘대선 불복’에 초점을 맞췄다.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와 비교하며 일부 시민단체 등의 속내가 다르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1일 사설에서 “민주당 강경파들의 속내는 광우병 촛불 시위 같은 것을 다시 한판 벌여보고 싶은 생각인 모양”이라고 밝혔다.

동아일보도 지난달 2일 ‘청계광장의 여름…좌파는 촛불, 우파는 맞불, 시민은 열불’ 기사에서 “대선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던 반(反)보수진영이 국정원 규탄이라는 깃발 아래 결집하는 양상”이라며 “하지만 시위 참가자 수의 증가 추세는 2008년 촛불집회 당시 수준에 못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도 지난달 16일 ‘이슈추적’에서 “5년마다 대선 불복 ‘돌림병’이 도진다”고 전했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사설과 기사 등으로 촛불민심을 강조하고 있다. 경향은 4일 사설에서 “작금의 상황을 초래한 국정원의 대선 개입이 국기문란이라는 데 동의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한겨레도 12일 “‘10만 촛불’이 타오른 것은 국정원 대선 개입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커지고 있음을 뜻한다”며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진정으로 사과하고,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신속히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TV나 신문에 촛불집회 뉴스가 너무 없어서 집회가 열리는 것을 인터넷을 보고 알았다”는 등 언론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을 전했다. 강진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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