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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 미국에서 장고를 거듭했던 안철수 전 교수의 11일 귀국이 정가의 핵심 이슈다. 이날 아침 라디오시사프로그램들도 안 전 교수의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입장이 주내용을 이뤘다.
여야 의원, 후보자들은 안 전 교수의 정치 재개는 일단 환영한다는 덕담을 던졌다. 그러나 출마지나 이후 행보 등에 대해서는 셈법이 복잡했다.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쪽은 민주통합당이다. 지난 대선 때 ‘안 단일화 시 민주당 입당’ ‘안을 미래의 대통령으로 표현’ 등 물밑 논의가 있었다는 설이 흘러나오면서 논란도 되는 상황이다.
문재인 후보 캠프 종합상황실장이었던 홍영표 민주통합당 의원은 YTN ‘김갑수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안철수 전 후보는 이미 국민의 마음속에 우리나라 미래의 대통령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런 발언을 해 달라고 요청받은 것으로 제가 알고 있고 명확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 요청은 단일화 협상 이후에 선거 운동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전 교수가 “입당을 할 테니 안철수로 단일화하자”고 제안했더니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협상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문재인 후보도 확인을 했지만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며 “한상진 (대선평가)위원장이 왜곡한 것이며 무슨 의도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단일화 협상과정에 대한 일정과 그 내용에 대해서 소상하게 기록한 것들이 지금 남아있다”며 “사실 관계가 확인이 필요하다면,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안 전 교수의 노원병 출마에 대해서는 “안철수 후보는 야권 전체의 통합 문제들도 많은 고민을 해야 된다”며 “노원병에 꼭 나가야 되는 건지 아니면 부산 영도 같은 데서 한 번 출마를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이런 것은 조금 더 논의가 되어야 된다”고 말했다.
안철수 신당 또한 민주당으로서는 큰 부담이다. 안철수 신당이 등장하면 민주당 지지율이 10% 선으로 떨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은 “신당은 야권이 분열하는 지름길”이라며 “만약에 신당이 만들어진다면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또 새로운 계기를 기다려야 되지 않나 생각된다”고 마말했다.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와 인터뷰한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 또한 “국민적 열망이 안철수 현상에 담긴 일종의 호랑이다. 호랑이에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열심히 뛰어야 한다. 당의 혁신은 계속해서 해 나갈 것”이라며 안철수 신당의 파장이 적지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민주당 입당 시 안철수 단일화 제안’ 발언을 했던 한상진 민주통합당 대선평가위원장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아주 중요한 분들의 증언이지만 어떤 것이 사실이냐고 하는 것은 제가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진보정의당은 이미 노원병 후보로 김지선 후보를 결정했다. X파일 사건으로 의원직을 박탈당한 노회찬 전 의원의 부인이기도 하다. 김 후보는 “(안 전 교수가) 삼성 X파일에 대한 분노가 지역에서도 상당히 크다. 굳이 노원 병 선거로 정치를 재개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며 “부산 영도 등에 나가서 새누리당 의석을 경쟁 구도에서 빼앗아 오는 것이 낫다”고 안 전 교수의 노원병 출마에 부정적 입장을 확인했다.
야권연대와 선거 완주에 대해서는 “작년에 진보정의당 심상정 대통령 후보가 사퇴하면서 ‘이런 사퇴는 제가 마지막이기를 바란다’고 했다. 소수 진보정당에 대한 일방적인 사퇴 요구는 우리 정치의 고질적인 병폐”라며 “야권 연대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당연히 끝까지 완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입장은 다소 달랐다. 노원병에 안 전 교수를 비롯해 여야 다자 구도가 형성되는 것을 기정사실화했다.
6선의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은 SBS 서두원의 시사초점에 출연해 안 전 교수의 지역구 선택 문제에 대해 “안 교수가 정할 문제이지. 야권에서 이래라 저래라 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민주당도 그렇고, 후보를 다 내서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야권의 '안철수 노원병 신중론'에 다른 의견을 폈다.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서 “텃밭도 야당 텃밭이고, 야권 단일화나 연대도 있고, 대권주자의 반열에 있던 사람인데 승리한다고 한다면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승리는 아닐 것”이라며 “오히려 노원병 같은 관심있는 지역구에는 각 당이 민주당도, 진보정의당도, 새누리당도, 안철수 후보도 각자가 각자의 백넘버를 갖고 스스로의 비전과 정책을 갖고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부산이 지역구인 박 의원은 안 전 교수 정치 재개에 대한 부산 지역 민심은 별 반응이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안 전 교수는 서울 수도권에서는 몰라도 부산에서 시민들이 예컨대 ‘부산의 아들’이라는 분위기는 전혀 아니다”며 “본인 스스로가 고등학교를 부산에서 나왔다는 것 이외에 열심히 활동을 했다든지, 부산을 대표하는 일을 했다든지 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원병 선거 결과는 새누리당에게도 영향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선거의 결과에 따라 많이 달라지겠지만, 새누리당에도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특히 대선 승리를 했다고 해서 제기했던 각종 쇄신 공약들이 지지부진된다면 오히려 이득을 볼 분은 안철수 전 교수 같은 분이다, 오히려 그런 경우 역풍을 크게 맞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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