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시련에 역동적으로 응전"

[언론사 대표 2013년 신년사]한겨레 양상우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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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상우 한겨레 사장  
 
양상우 한겨레 사장은 2일 신년사에서 “올해는 ‘한겨레’가 창간 스물다섯 돌을 맞는 뜻 깊은 해”라며 “우리 자신을 냉철히 돌아보고 새로운 5년, 아니 새로운 25년을 차분히 준비하고 서로 다독이며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가야 할 때”라고 밝혔다.

 


양 사장은 “지난 한 해 한겨레신문사는 큰 폭의 흑자를 일궜고 매출액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며 “실적 추산이 마무리되면 올해 처음 도입되는 전사원 인센티브가 임직원 모두에게 지급될 것”이라고 자축했다.


양 사장은 올해 현 경영진의 임기 마지막 해를 맞아 총력을 다짐하며 “멀티소스-멀티유즈, 온-오프 다매체 시대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투자로 차세대 통합미디어제작시스템 도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한겨레가 창간 초기 컴퓨터 조판과 한글 가로쓰기 등을 처음 도입했을 때처럼 다시 한 번 미디어의 혁신을 주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디어 기업에서 인재만큼 중요한 자산이 없는 만큼 인재 확보를 위한 투자는 지난해 이상으로 지속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양 사장은 “보수정권의 재집권과 경기침체로 안팎에서 한겨레의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하지만 어려울수록 더 똘똘 뭉치는 한겨레만의 유전자로 위기를 헤쳐 왔고, 가는 길이 비록 험할지라도 내딛는 한걸음 한걸음으로 서로 보듬고 기대며 나아가자”고 격려했다.


다음은 신년사 전문.

존경하고 사랑하는 한겨레 가족 여러분.
 
계사년 새해가 상서로운 서설과 함께 밝았습니다. 올 한해, 한겨레 가족들의 가정에 평화와 사랑만이 가득하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합니다.
  
새로운 한 해가 시작하는 지금, 우리는 또다시 새로운 출발점 위에 섰습니다. 지난해는 격동과 변화의 시기였습니다. 도도한 민심의 흐름이 분출한 대선이 끝난 뒤, 많은 구성원이 실망과 혼란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사회의 새로운 변화를 원했던 수많은 이들이 상실감을 넘어 슬픔과 좌절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지난 성탄절 날, 회사 청암홀에서 장기 농성중인 쌍용차 해고자, 용산참사 유족 등을 초청해 열린 음악회에 참석했습니다. 대선 이후 상심에 빠진 이들을 위로하는 자리였습니다. 그분들의 모습과 대선 결과가 겹쳐지면서, 과연 한겨레가 어렵고 소외된 이웃들을 잘 보듬어 왔는지, 변화를 갈망하는 이들의 삶과 처지를 제대로 이해해 왔는지, 우리 사회의 자산인 한겨레가 시민과 사회가 준 소명을 제대로 받들었는지, 참으로 많은 생각과 느낌이 교차했습니다. 한겨레신문사 구성원 모두가 겸허하고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보고 함께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참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5년 전 1987년 대선에서 민주주의를 향한 염원이 꺾였을 때, 그 절망 속에서 길어 올린 희망이 바로 한겨레였습니다. ‘민주화는 한판 승부가 아니다’라는 우리의 절규에 많은 국민이 성원해주었습니다. 이제 우리가 먼저 툭툭 털고 일어나, 지금까지 우리가 받은 신뢰와 응원에 답해야 합니다.
 
올해는 한겨레가 창간 스물다섯 돌을 맞는 뜻 깊은 해입니다. 우리 자신을 냉철히 되돌아보고 새로운 5년, 아니 새로운 25년을 차분히 준비해야 합니다. 신년호 사설에서 밝힌 것처럼, 서로 다독이며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가야 할 때입니다.
   
존경하는 사우 여러분,
  
새로운 희망을 찾는 출발점은 우리 스스로 먼저 자신감과 용기를 갖는 것입니다. 지난 한 해 한겨레신문사는 다시 한번 큰 폭의 흑자를 일궜습니다. 매출액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고, 경상이익과 영업이익은 전년치를 웃도는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더욱 뜻 깊은 것은, 2년 동안 누계 영업이익은 90억원, 경상이익은 110억원에 이르러, 창사 이래 처음 결손금 없는 정상기업의 여건이 마련된 점입니다.
  
우리가 거둔 경영 실적은 모든 임직원 동료들이 흘린 땀과 정확히 비례하는 것입니다. 어느 때보다 어려운 외부 환경에 비상한 각오로 대응해 땀을 흘린 결실입니다. 영업과 기획, 관리 등 모든 부문에서 내실을 다진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토대를 닦고 파이를 키워 과실을 향유한다는 선순환의 경영 풍토를 정착시키려 노력한 덕분입니다.
  
한겨레신문사는 개인의 성취와 성공이 곧 조직의 발전과 직결되는 유일한 기업입니다. 경영진을 비롯해 어느 누구도 회사의 자원과 가치를 개인적으로 향유하지 않는 공동체가 바로 한겨레신문사입니다. 지난해 우리가 이룬 성과는 열렬한 독자들의 애정과 지지, 그리고 묵묵히 자신의 몫을 다해준 임직원들 모두의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경영진에게 신뢰와 성원을 보내주신 데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조만간 실적 추산이 마무리되면 올해 처음 도입되는 전사원 인센티브가 임직원 모두에게 지급될 것입니다. 비록 액수의 차이는 있지만, 인센티브를 받지 못하는 부문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 구성원 모두 함께 자축하고 격려와 결실을 서로 나누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꾸준히 미래를 위한 변화와 개혁을 시도해왔습니다. 콘텐츠 생산 부문에서 지난해 우리 기자들이 받은 이달의 기자상은 모든 언론사 중 가장 많은 14건입니다. 제가 알기에는 우리 신문사의 연간 최다 수상기록입니다. 그 전 5년간 연간 2~6건에 그쳤던 데 비해서도 괄목할만한 성과입니다. 지난해 한겨레가 처음 시도한 ‘토요판’과 후속 지면개편은 많은 일간지가 그 뒤를 좇을 만큼 새로운 트렌드가 되었습니다.
  
‘디지털 한겨레’로 도약하기 위한 노력도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온-오프 통합 뉴스룸이 부분적으로 첫 시동을 건 데 이어, 종이매체의 디지털 앱은 이젠 모든 기종의 모바일 기기에서 볼 수 있게 됐습니다. 편집국에 간이 방송 스튜디오를 설치하는 등 ‘한겨레 방송’의 동영상 콘텐츠도 크게 늘었습니다. 많은 구성원이 야근을 마다하지 않고 노력한 결과, 뉴미디어 플랫폼 구축에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회정책연구소는 짧은 시간에 당당히 진보 싱크탱크의 반열에 올랐고, 휴센터 등 한겨레적 가치에 부합하는 새로운 수익사업의 가능성도 확인했습니다. 고용연장형 임금피크제와, 전사원 인센티브제 등 임금과 고용을 안정시키기 위한 제도 개선은 본격적인 시행에 접어들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오랜 산고 끝에 창간한 월간지 '나·들'은 한겨레신문사의 매체 라인업을 강화하는 데 긍정적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 밖에도 겉으로 잘 드러나진 않지만 우리 구성원들이 땀으로 일군 작은 변화들이 적지 않습니다.
  
물론, 아직 성과를 따지기 힘든 단계에 있거나 장기적인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건, 모든 구성원들이 끊임없이 미래를 위해 변화하고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려 노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겨레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개척하는 힘은, 특출난 경영자의 개인이나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한 장밋빛 청사진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의 작은 도전, 작은 변화, 작은 성과들이 하나 둘 쌓여야만 새로운 미래로 도약하는 든든한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저는 굳게 믿습니다. 작은 성과도 함께 기뻐하고 북돋아주는 게 아니라, 냉소하거나 폄훼하는 조직 문화는 없는지, 함께 되돌아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때만이, 미래에 도전하는 진정한 용기와 열정이 생길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우 여러분,
  
올해는 저를 비롯한 현 경영진의 임기 마지막 해입니다. 여러분께 약속 드린 대로 올 한 해는 한겨레신문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습니다. 급격한 경기 침체나 외부 충격이 없는 한, 인프라와 인적 투자에 적극 나설 것입니다.
  
우선 차세대 통합미디어제작시스템 도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새 시스템은 기존 종이신문을 비롯해 다양한 매체와 뉴미디어를 통합·제작하는 인프라입니다. 멀티소스-멀티유즈, 온-오프 다매체 시대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향후 5년 10년을 내다보는 투자입니다. 이번 통합제작시스템은 창간 초기 컴퓨터 조판과 한글 가로쓰기 등을 맨 처음 도입했을 때처럼, 다시 한번 한겨레가 미디어의 혁신을 주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습니다. 필름 없는 신문을 가능하게 하는 제작설비인 CTP는 연초에 설치를 마무리하고 곧 가동에 들어가게 됩니다.
  
미디어 기업에서 인재만큼 중요한 자산은 없습니다. 인재 확보를 위한 투자는 지난해 이상으로 지속할 것입니다. 지난해 처음 실시된 고용연장형 임금피크제는 기존 시니어급 인재를 확보하는 제도적 노력이었습니다. 이 또한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입니다. 기회 제공과 인재 확보 차원에서 자회사를 포함한 한겨레 미디어그룹 전체의 정기적인 인적 교류도 강화하겠습니다.
  
불투명한 경영 환경 속에서 설비와 사람에 투자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당장의 성과만을 고려한다면, 아마 유보하거나 포기하는 게 현명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나 인프라와 인적 투자는 한겨레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주춧돌을 놓는 일입니다. 회피하거나 주저하지 않고, 현명하게 판단하겠습니다. 임직원들께서도 뜻과 힘을 모아주시길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보수정권의 재집권과 경기침체로 안팎에서 또다시 한겨레의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5년 전 이명박 정부의 출범과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고난의 시기를 겪었던 때를 떠올리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맞습니다. 올해는 어느 해보다 불투명하고 힘든 시기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한겨레는 시대의 역경과 시련이라는 도전에 언제나 역동적으로 응전해왔습니다, 어려울수록 더 똘똘 뭉치는 한겨레만의 유전자로 위기를 헤쳐왔습니다.
  
한겨레 가족 여러분,
  
희망을 꿈꾸는 국민의 가슴속에 한겨레에 대한 기대가 클수록, 우리는 더 크고 강한 울림으로 화답해야 합니다. 사회적 자산이자 개혁·진보의 맏형인 한겨레의 소명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합시다. 가는 길이 비록 험할지라도, 우리가 내딛는 한걸음 한걸음 서로 보듬고 기대며 나아갑시다. 우리 모두의 지혜와 의지를 모아, 다시 한번 새로운 희망을 일궈냅시다.
  
감사합니다.
 
2013년 1월2일 대표이사 양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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