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직필 꺾은 신문 누가 봐주나"

전자신문 기자들, 사측 '기사삭제'에 기수별 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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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사측이 지난달 14일 ‘SK텔레콤의 하이닉스 최고경영자 인선’ 관련 기사를 삭제한 사건에 대해 기자들이 기수별 성명서를 발표해 사측의 해명과 재발방지 약속을 촉구하고 나섰다.

사건 발생 후 전자신문 노조가 이 건을 사측의 편집권 침해로 규정하고 공정보도위원회 개최 등을 제안했지만 사측이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는 상황에서 기자들이 직접 나선 것이다. 2009년 입사한 22기 막내기수가 가장 먼저 움직였고, 21기가 뒤를 따랐다. 후배 기자들이 선배 기자들의 각성까지 촉구함에 따라 기수별 입장발표가 더 이어질 전망이다.

22기 8명은 21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대표가 광고주로부터 전화를 받은 뒤 편집국장에게 지시, 윤전기를 멈추고 기사를 삭제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며 “회사의 수익을 위해 정론직필의 펜을 꺾은 언론을 독자들이 언제까지 지켜봐줄지 걱정”이라고 주장했다.

회사의 수익에 동원되는 비애도 털어놓았다. 이들은 “사업국장이 매출실적과 기사를 거래하고 담당팀장에게 직접 해당기사를 쓰도록 요청한다”며 “막내 기자들도 회사의 수익을 위해 일손을 보태야 한다는 무언의 압력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들은 경영진에게 “수익에만 골몰해 신문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을 중단하고 진정성 있는 해명을 하고 정상화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선배 기자들에게도 “더 이상 회사가 추락하는 상황을 수수방관하거나 침묵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21기 5명도 27일 성명서를 발표해 후배들에게 힘을 보탰다. 이들은 “지난해 경영진이 물러나면서 개선될 줄 알았던 일들이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며 업무과중 개선방안 마련, 편집권 침해 방지 명문화, 협찬 지면 가이드라인 설정, 기사삭제 건에 대한 사측의 해명을 요구했다.

전자신문 노조 김유경 위원장은 “회사는 연말 매출을 맞춘다는 핑계를 대며 대화 요구조차 외면하고 있다”며 “부끄러움에 떨고 있는 기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대호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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