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수`전`법무`'충성편지'`낙종사연

'신빙성`있다''해프닝'`판단이`명암`갈라

안동수 전 법무장관의 ‘충성메모’를 취재 기자로부터 처음 보고 받은 데스크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대부분의 언론사는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기사화했으나 중앙, 세계, KBS, SBS는 내용이 워낙 코메디와 같은 것이어서 신중하게 판단하려다 결과적으로 ‘대형 낙종’을 하고 말았다.

중앙은 최철주 편집국장이 “좀 더 확인해봐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뒤 “기사가 된다”는 사회부장의 거듭된 건의에도 원칙을 바꾸지 않아 사내 반발을 샀다. 구월환 세계일보 편집국장은 “법무장관의 취임사가 대통령에게 목숨을 바쳐 충성하겠다는 내용이어서 단순한 메모로 인한 해프닝쯤으로 여겼다”고 말했다. KBS의 지연 보도와 SBS의 낙종도 이같은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중앙일보=편집국장의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비보도를 결정했다. 21일 오후 검찰 출입기자가 해당 기사를 송고하고 사회부장이 편집국장에게 세 차례에 걸쳐 기사 게재를 건의했으나 최철주 국장은 “게재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최철주 편집국장은 22일 편집회의에서 “문건이 습작 차원이고 본인 작성 여부가 논란이 있는 데다 실제 취임사에서 언급이 안됐다는 점에서 머릿속에 넣어두기 위해 써 놓을 것일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같은 날 검찰기자들은 ‘검찰기자들의 입장’이라는 성명을 내고 “현장 기자에게 질문도 없이 기사가 안된다고 판단한 배경이 궁금하다”며 간부들의 책임있는 해명을 요구했다. 노조 공정보도위원회(위원장 박정호)도 22일 공보위 보고서에서 “사안이 기사로 다루기에 애매한 점이 없었고 중립·공정에 큰 문제가 없었다”며 편집국장의 보도원칙이 무엇인지 뚜렷이 밝히고 모든 기자들에게 직접 해명할 것을 촉구했다.

▷KBS·SBS·세계일보=단순한 해프닝쯤으로 여겼다는 설명이다. 구월환 세계일보 편집국장은 “보고를 전달받을 때 ‘이런 일이 있었다’는 정도의 뉘앙스여서 해프닝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일 오후 11시 뉴스라인에서 첫 보도를 한 KBS도 같은 이유에서 보도가 늦어졌다. KBS 법조팀의 한 기자는 “데스크에게 오후 8시경 문건 내용을 보고했으나 취임사로 보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데스크도 팀의 판단에 맡겼다”고 말했다.

이선명 SBS 사회1부 CP는 “문건을 입수한 뒤 내부 토론을 거쳤는데 한 장은 메모지 형식이고 또 한 장은 편지처럼돼 있어 취임사라고 보기엔 무리라는 판단에서 보도하지 않았을 뿐 다른 이유는 없었다”고 밝혔다. 김 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