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퇴임 이후 MB 사저' 특종다운 특종 '호평'

제254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 정필모 KBS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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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필모 KBS 해설위원  
 
전남일보 ‘영산강 고대문화 대탐사’ 마한 문화 새롭게 조명


권력에 대한 제도 언론의 비판·감시기능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사실 ‘이달의 기자상’에도 최근 몇 년 동안 권부의 비리나 부정을 집요하게 파헤친 특종다운 특종기사가 출품됐던 적이 별로 없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모두 44편의 출품작 가운데 취재보도부문에서 모처럼 권력 핵심부와 관련된 기사가 2편이나 본심에 올라왔다.

하나는 시사IN의 ‘MB 아들, 내곡동 50억 대 집 샀다’이고, 또 다른 하나는 시사저널의 ‘단독 공개, 퇴임 이후 MB 사저’이다. “청와대를 고정으로 출입하는 수많은 거대 매체 기자들을 쑥스럽게 했다”는 한 언론사 정치부 기자의 고백처럼 두말이 필요 없는 특종다운 특종이었다. 특히 상대적으로 취재환경이 열악한 시사주간지 기자들이 오랫동안 발품을 팔아 끄집어낸 특종은 때 마침 치러진 서울시장 선거 판세는 물론 정치권 전체에 상당한 파급력을 가져왔다.

다만 같은 소재의 특종기사가 공교롭게도 경쟁관계에 있는 두 주간지에서 본지 기준으로 같은 날 발행되고 이례적으로 본지 보도에 앞서 인터넷과 팟캐스트에 경쟁적으로 먼저 보도한 배경 등을 놓고 언론계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심사위원들의 논의와 평가가 어느 때보다도 신중하고 뜨거웠다.

결국 수상작으로는 시사저널 기사가 뽑혔다. 보도 시점이나 내용면에서 보다 후한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시사저널 기사는 인터넷판 게재시점이 한 발 앞섰고 ‘MB의 퇴임 후 사저용’이라는 점을 밝혀내는 등 내용면에서도 보다 완성도가 높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비해 시사IN 기사는 매입한 집의 철거 전 사진을 확보한 것으로 미뤄 취재를 먼저 시작한 것으로 추정되고 아들 이시형씨를 단독 인터뷰한 것은 돋보였지만 종합적인 평가에서 아쉽게도 함께 수상작으로 선정되지 못했다.

고의가 아니라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공적서에 기사 게재시점을 일주일 앞당겨 표기하고도 스스로 조기에 바로잡지 않은 것은 감점의 요인이 됐다. 그렇다 하더라도 수상작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시사IN이 출품한 ‘나경원 후보의 피부클리닉 출입논란’ 기사와 함께 서울시장 선거과정에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MBC의 ‘이태원 살인사건 용의자, 14년 만에 덜미 미국 법원 구속’ 기사도 취재보도부문에서 예심을 통과했으나 본심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되지는 못했다. 미궁에 빠졌던 사건에 대해 국내 사법당국이 수사를 재개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아직 수사가 끝나지 않은 만큼 신중을 기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경제보도부문에서는 출품작 4편 가운데 유일하게 예심을 통과한 SBS의 ‘짝퉁 파는 소셜 커머스’가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이 기사는 실험 등을 통해 신뢰도를 높인 생활밀착형 보도로 파장도 컸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출품작 6편 가운데 한겨레신문의 ‘나쁜 일자리, 사내하청’과 서울신문의 ‘뉴캅스-수사버전을 올려라’ 등 2편이 예심을 통과했다. 이 중 ‘뉴캅스-수사버전을 올려라’가 수상작으로 뽑혔다. 이 기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 여론의 관심사가 된 시점에서 풍부한 사례를 통해 경찰 수사시스템의 개선 필요성을 잘 제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비해 ‘나쁜 일자리, 사내하청’은 심각한 사회문제를 핵심을 잘 잡아 밀도 있게 취재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새롭게 제기된 문제는 아니라는 점에서 아쉽게도 수상작으로 선정되지는 못했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5편의 출품작 가운데 YTN의 ‘10·26 재보궐선거 뉴스특보’가 유일하게 본선에 올라왔으나 최종 수상작을 내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블릿 PC를 이용한 출구조사 등 YTN의 선거보도가 진일보했다는 평가와 함께 앞으로 기대가 된다는 의견이 있었다.

지역취재보도부문에서는 가장 많은 10편이 출품돼 그 중에서 3편이 예심을 통과했다. 그러나 수상작은 경기신문의 ‘용인시 용인경전철(주) 비리 의혹’ 1편뿐이었다. 이 기사는 향후 수지타산문제로 완공 후 운행 중단 상태에 있는 용인경전철 건설을 둘러싼 비리를 최초로 파헤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에 중부일보의 ‘황우석 박사, 코요테 복제 성공했나’는 제목에서 보듯이 최초 보도에서 다소 확신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평가를 받아 수상작에 선정되지 못했다. 대구MBC의 ‘사상 최초 초등학교 축구 승부조작’은 의혹 보도로 축구협회가 조사에 나서 진상을 밝히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역시 아쉽게도 최종 수상작으로 뽑히지는 못했다.

지역기획 신문·통신부문에서는 출품작 4편 가운데 무등일보의 ‘영구임대 20년…삶의 질을 고민하자’와 전남일보의 ‘영산강 고대문화 600년 대탐사:이제는 마한이다’ 등 2편이 본선에 올라왔다. 이 가운데 지금까지 백제권으로 간주돼왔던 영산강 유역의 고대문화를 마한문화로 새롭게 조명했다는 평가를 받은 전남일보의 기사가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지역기획 방송부문에서는 5편의 출품작 가운데 G1강원민방의 ‘지역 갈등, 보이지 않는 실체를 밝힌다’와 TBC(대구방송)의 ‘석면 지붕 언제까지…’ 등 2편이 예심을 통과했으나 최종 수상작을 내지는 못했다.

전문보도부문에서는 출품작 3편 가운데 조선일보의 ‘국회의원에게 날아온 인사청탁 문자메시지(사진부문)’가 본선에 올라왔으나 아쉽게도 수상작으로 선정되지 못했다. 후속 취재 여하에 따라서는 파장이 클 수 있는 내용이지만 보충취재가 더 이뤄졌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청탁받은 의원을 굳이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있었다.

이번 달에는 모두 44편의 출품돼 그 가운데 5편만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출품작 수가 많지도 않았지만, 출품작 중에서도 좋은 작품이 많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달의 기사장’ 심사 때 흔히 나오는 말은 “역시 언론이 언론다우려면 힘 있는 곳의 비리와 부정에 대해 감시, 고발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생존경쟁에 몰려 황폐해진 언론환경을 뛰어넘는 특종다운 특종기사가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정필모 KBS 해설위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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