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가 달라지고 있다
'개혁 중도' 표방…정치·자본권력 감시 나서
'우리 시대 고졸' '공생발전' 등 기획 돋보여
원성윤 기자
socool@journalist.or.kr
2011.08.31 15: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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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도’라는 이름 아래 신문의 색깔을 잃어버렸던 한국일보가 사회문제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제기하고 나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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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이 신문을 지금보다 낫게 만들고 싶다면 여러분들의 피와 눈물과 땀이 없이는 안 된다. 좀 더 일찍 일어나서 좀 더 많이 취재하고 고민하라.” (이충재 편집국장 취임사 중)
한국일보가 달라졌다. 지난 6월 이충재 편집국장 취임 이후 두달 만에 지면의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중도’라는 이름 아래 신문으로서의 색깔을 잃어버렸던 한국일보가 사회 문제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제기하며 ‘명가재건’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대표적인 기획으로 ‘우리 시대의 고졸’을 비롯해 ‘공생발전, 말잔치론 안된다’ ‘50돌 맞은 전경련, 존재 이유 있나’ 등 선이 굵고 뚜렷한 메시지가 담긴 기획기사들을 통해 정치권력, 자본권력의 감시자로서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 이처럼 한국일보가 단시일 내에 변화의 모습을 보이게 된 것은 이충재 편집국장의 취임 일성(一聲)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인 덕분이다.
이 국장은 오전 6시40분에 회사로 출근해 오후 11시가 넘어 퇴근하기까지 모두 7차례의 회의를 한다. ‘회의가 많은 조직치고 잘되는 조직이 없다’는 명제가 무색하게 이 국장은 잦은 회의를 통해 지면을 계속해서 수정하고 이슈에도 발 빠르게 대처하도록 지시한다.
부장단 회의는 각 부서가 장황하게 나열하는 정보보고를 A4 1장으로 간명화해 회의시간을 단축시켰다. 보고에 그치던 회의는 부장들끼리 서로 의견을 주고받게 만들어 회의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간부들의 변화는 다시 일선기자들에게로 전해지며 이른바 ‘폭포수 효과’가 형성되고 있다.
이에 일선 기자들은 자신감을 갖고 이슈 파이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겨레와 경향에서도 1면에 부각하지 않은 ‘“반값 등록금 부각말라” 포털에 요구 물의’를 1면 머리기사로 세우고, 3면에 ‘포털 길들이기’ 해설기사로 강하게 비판할 수 있었던 것이 좋은 사례다. KBS 도청의혹, MBC 소셜테이너 규제 등을 신랄하게 비판한 ‘위기의 공영방송’ 시리즈는 KBS가 한국일보 측에 소송을 거론할 만큼 언론계에 파장을 몰고 오기도 했다.
타사보다 한 발 빠른 예측기사도 눈길을 모았다. ‘박카스, 마데카솔 제약사들은 “결정 안했다” 혼선’과 같은 생활 밀착형 스트레이트 기사를 1면 머리기사로 배치한 날 타신문은 희망버스, 김연아, 물가처방 등 각기 다른 이슈에 눈을 돌려 미처 챙기지 못했다. 대법원장 인선 한 달을 앞두고 낸 ‘MB ‘코드 인사’ 가능성 “사법부 보수화 우려”’ 기사가 대표적이다.
내부에서는 지면의 변화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경영진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기자 사관학교’로 불리던 한국일보는 IMF외환위기 이후 잇따른 기자들의 이동으로 ‘기자 대기소’ ‘기자 세탁소’라는 불린 쓰라린 경험이 있다. 최근에는 서울 중학동 사옥 입주가 “경영상의 긴급한 이유”로 무산돼 구성원들의 상실감은 컸다. 2014년 상암동 사옥에 입주로 빠르게 전환하며 구성원 달래기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개혁을 위한 한국일보의 보폭은 더욱 넓어지고 있다. 한국일보와 분리돼 있던 한국아이닷컴을 편집국으로 흡수해 인터넷, 모바일, 스마트폰, 태블릭 PC 등에 대응하는 온라인 기능을 강화하고, 신규채용과 조직통폐합을 통해 편집국 인력을 충원할 계획이다. 기획취재팀을 통해 탐사보도를 강화하고, 국장의 ‘별동대’ 역할을 할 수 있는 팀을 만들어 긴급하게 발생하는 이슈에 발 빠르게 대처할 예정이다. 소셜미디어(SNS) 강화 계획에 따라 기사에 대한 비판을 트위터로 보내면 이에 대해 해당 기자가 ‘기자수첩’의 형태로 지면과 온라인을 통해 답하는 소통도 시도하고 있다.
이충재 국장은 “조·중·동에 비해 기자 인력 수가 적기 때문에 우리 신문의 콘텐츠가 상대적으로 다양하지 못한 점을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갈 것”이라면서도 “적극적 중도, 개혁적 중도로서 진보와 보수의 진영논리에 갇히지 않고 한국일보가 사회적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다 해 신문의 기능을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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