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눈은 가장 높고 깊은 곳을 향한다

[시선집중 이사람] CJB청주방송 임해훈 기자

  • 페이스북
  • 트위치

   
 
   
 
에베레스트, 킬리만자로, 갈라파고스, 침보라조. 사람들은 평생 한 군데만 다녀오기도 어렵다. 그런데 모두 다 섭렵한 기자가 있다. 그것도 풍족하지 않은 취재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 지역언론의 기자라서 의미가 크다.

CJB청주방송의 산악·오지 관련 리포트는 항상 임해훈 기자(편집팀장)가 마이크를 잡는다. 그는 사내에서 ‘산악 스페셜리스트’로 통한다. 산뿐만이 아니다. 오지 탐사에도 남다른 열정과 식견을 갖고 있기로 유명하다.

임 기자의 산에 대한 사랑은 청춘 때부터 싹텄다. 그의 대학시절 추억은 산악부 활동이 8할이다. 한국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고(故) 고상돈 대원을 배출한 유서깊은 청주대 산악부 출신이다.

“사람이 좋아서 산에 올랐죠.”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순간 서로 기댈 수 있는 큰 산이 돼주는 산악부원 사이의 끈끈한 우정은 평생의 자산이 됐다. 졸업 후에도 동문 부원들과 유대는 계속됐다. 그러나 눈코 뜰 새 없는 기자의 생활 때문에 ‘산 사랑’을 잠시 접어둘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1999년 에콰도르 침보라조를 취재할 기회가 생겼다. 침보라조는 에베레스트가 세계 최고봉으로 공인되기 전 가장 높은 산으로 알려졌던 해발 6천3백10m의 휴화산이다. 아직도 해수면이 아닌 지구 중심을 기준으로 하면 지구에서 가장 높은 산이기도 하다. 같은 해에는 살아 있는 자연사 박물관이라는 갈라파고스 섬 취재도 다녀왔다. 임 기자의 휴화산이 용암을 다시 내뿜게 된 계기였다.

그 결실을 맺은 게 2007년 CJB청주방송 개국 10주년 기획 다큐멘터리 ‘자원의 보고 남극’과 ‘남극에서 북극까지-빙하가 사라진다’다. 서울지역 대규모 언론사들의 전유물이었던 극지대 취재를 지역 언론사가 이뤄낸 쾌거였다. 24일간의 취재를 통해 목숨을 건 빙벽 근접거리 촬영도 성공하는 등 수많은 성과와 화제를 남겼다.

임 기자의 열정은 저널리즘과 만나면서 더욱 강해졌다. 세계 유수의 산악지대와 오지를 다니면서 지구 온난화의 앙상한 상처를 발견했다. 이제 그는 환경의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지난 2월에는 만년설이 사라진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정상에 올랐다. “이제는 만년설이 모두 없어져 맨땅을 드러낸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에서 CJB뉴스 임해훈입니다.” 그의 리포트는 병들어 가는 지구의 신음을 대신하는 절박한 외침이었다.

“사람들은 극지의 환경파괴를 피부로 느끼지 못합니다. 과장해서 보도하는 것 아니냐고 하죠. 하지만 현지에서는 오히려 표현이 모자라다 싶을 정도로 심각함을 느꼈습니다.”

그의 작은 꿈은 7년 뒤인 CJB 개국 20주년 때는 남극 탐사 이상의 자연 다큐멘터리물을 만드는 것이다. 구체적인 계획은 ‘노코멘트’란다. 계속해서 캐물으니 힌트를 던져준다. “한국 방송이 아직 들어가 보지 못한 곳이 많습니다. 차근차근 준비해볼 생각입니다.”

저 멀리 미지의 정상을 바라보며 숨을 고르는 산악인의 정신은 진실을 갈구하는 기자의 그것과 닮았다. 그래서 임해훈 기자의 눈은 오늘도 ‘세계의 가장 높고 깊은 곳’을 향한다. 장우성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