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기다림만이 이야기 살아있는 사진 만들어내죠"

[시선집중 이 사람] 국제신문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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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입사 6개월째인 신출내기 사진기자는 ‘백지수표’라는 걸 그해 처음 만져봤다. 그것도 “네가 사고 싶은 장비를 다 사라”고 회사가 내준 것이었다. 눈이 휘둥그레졌다. 백지수표라니…. 당시 돈으로 1천5백만원어치 스쿠버다이빙 장비 2세트, 수중카메라 풀세트를 한꺼번에 구매했다.

해양 보도사진에서는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 국제신문 사진부 박수현 기자의 일화다. 입사원서에 쓴 ‘나를 뽑으면 수중사진도 가능하다’는 자신만만한 말을 회사가 믿어줬다. 한국해양대학교 출신에다 동대학원에서 수중잠수과학기술 과정을 졸업하기도 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인 그다.

그리고 그런 그는 몇 년 후 ‘Fish eye 바다의 신비(50회 연재)’ ‘바다생물 이름의 유래(70회 연재)’ ‘지금 부산바다 속에서는(30회 연재)’ 등 굵직굵직한 해양 연재물을 실어 세간에 화제가 됐다.

하지만 피나는 노력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2년간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수중사진 전문가들을 찾아다닌 것은 물론이고, 바다 생물을 사진에 담기 위해 찬 바다 속에서 오랜 시간을 기다리는 일상도 마다하지 않았다. 부산에 아열대성 어류인 해마가 나타났다는 소식에 일주일간 새벽과 저녁 시간을 이용해 부산 바다에 ‘매복’해 있기도 했다. 그 길고 지루한 시간, 그는 무얼 담고 싶어 했을까.

박 기자는 사진을 ‘기다림’과 ‘메시지’라고 했다. 현장을 포착하려면 기다려야 한다. 순간은 단번에 오지 않는다. 기다림 뒤에 순간이 있다. 그 순간에는 메시지 혹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시간에 매복해 순간을 기록하는 자가 바로 사진기자다. 가령 그는 따개비의 다리인 만각을 촬영하기 위해서도 6시간을 기다렸다. 만각이 나왔다 사라지는 찰나에 불과한 순간을 담기 위해서였다. 2009년 7월 부산지역 산사태 현장에서 극적인 인명 구조 현장을 찍을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박 기자는 “결정적인 순간을 기다리는 노력은 사건현장뿐만 아니라 다큐멘터리 사진 등을 비롯한 모든 사진에 적용된다”고 했다. 또 “좋은 사진이란 사진에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이런 순간과 메시지를 이야기로 엮는 다큐멘터리 사진에 관심이 많다. “사진기자들에게는 다큐멘터리가 로망”이라고 할 정도다. 실제로 그는 휴가와 출장 등을 이용해 1천4백회의 스쿠버다이빙을 했다. 남극과 북극을 비롯한 전 세계 10여 개국의 바다를 여행하고 그 결과물을 다큐멘터리로 엮은 것.

‘꿈꾸는 바다’, ‘북극곰과 남극 펭귄의 지구 사랑’ 등 다섯 권의 책도 펴냈다. 두 차례의 다큐멘터리 사진 전시회도 열었다.

박 기자는 한편으로 사진기자의 글쓰기를 강조했다. ‘한 장의 사진이 백장의 글보다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자신의 사진 속 이야기를 필력으로 담아내는 진솔한 글쓰기가 필요하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사진기자는 언제나 현장을 지키기에 누구보다 리얼한 글을 쓸 수 있다”고 단언했다.
그 역시 2006년 남극을 취재하며 사진촬영은 물론 르포를 동시에 쓰기도 했다. 반응이 좋아 2008년 북극 취재에서는 원고지 65매 분량의 현장 기사를 전했다.

박수현 기자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자기가 진정 하고 싶은 일에 매진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복”이라며 “매순간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에서 최선을 다하고 시간을 관리한다면 조금더 우리 삶이 알차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민왕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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