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9시45분쯤. 서울 여의도 KBS 본관 건너편 차도에 검은색 그랜저 승용차가 멈췄다. 검은색 정장에 파란색 넥타이를 맨 김인규 신임 사장이 승용차에서 내리자 청원경찰 50여명이 그를 둘러쌌다.
그는 청경들과 최종을 편성본부장 등 본부장급 간부들의 호위를 받으며 KBS 진입을 시도했다. 하지만 KBS 노조의 거센 저항에 막혀 본관 계단에 발을 들여놓지 못했다. 김 사장 일행이 밀고 들어올 때마다 노조원 200여명은 “MB 특보 물러가라” 등 구호를 외치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특히 조합 비대위원들은 전면에 나서 청경들과 몸싸움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김 사장은 “물리적 충돌 없이 취임식을 하겠다” “카메라가 많아 앞을 볼 수가 없다. 비켜달라”고 말했다. 그는 세 차례 진입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막히자 9시59분쯤 승용차에 올라타고 여의도 쪽으로 사라졌다.
김 사장은 이날 오후 2시쯤 재진입을 시도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KBS 측은 이날 중 취임식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취임식이 예정된 본관 TV공개홀은 KBS 관현악단 등 준비팀이 모두 철수했다.
앞서 노조원들은 이날 오전 7시부터 본관 앞에 모여 김 사장 출근에 대비했다. 노조 비대위원 50여명으로 시작했던 출근저지 대오는 8시가 넘어가면서 기자와 PD들이 합류해 200여명으로 불어났다.
강동구 노조위원장은 “역대 정권은 정권만 잡으면 KBS를 장악해 장기집권을 하겠다는 생각 뿐”이라며 “KBS는 이명박 정권의 것도, 청와대의 것도 아닌 국민의 것이다. KBS 구성원들은 MB 특보 김인규를 막아낼 역사적 책무가 있다”고 말했다.
성재호 노조 중앙위원은 “보도국, 보도제작국 등이 포함된 12, 13구역 조합원들이 어제 조합원 총회를 통해 특정 정파에 몸담은 김인규 씨를 사장으로 인정하지 못하고 출근 저지투쟁을 끝까지 하며, 노조 총파업 선거에 적극 참여하고 노조 중심으로 김인규 퇴진 투쟁을 하자고 결의했다”고 밝혔다.
11시 현재 노조원들은 중앙위원 구역별로 휴식을 취하며 오후 싸움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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