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준비없는 전환보다 내실 먼저 다져야”YTN이 지난 1일 HD(High Definition·고화질) 방송으로 일부 프로그램을 전환하면서 케이블 방송의 ‘HD 시대’가 가속화되고 있다.
MBN도 9월1일부터 주요 뉴스 프로그램을 HD로 전환하겠다고 밝히면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앞서 양사는 수십억원을 들여 HD중계차와 ENG카메라 등 주요 장비를 도입하는 한편 주·부조정실과 스튜디오를 새로 정비하고 있다.
빨라진 행보…이유는?YTN과 MBN의 이런 움직임은 급변하는 케이블TV 정책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실제 지난 2일엔 방송통신위원회가 케이블TV의 아날로그 기본형 상품 폐지를 허용했다.
이로써 케이블 사업자(SO)들은 과거 의무적으로 운영해야 했던 아날로그 채널 70개를 60개 안팎으로 줄여 디지털 방송(SD·HD) 채널을 늘릴 수 있게 됐다.
당장 MSO인 CJ헬로우 등이 “디지털용으로 전환되는 주파수 대역의 50~80%를 디지털 방송, 특히 HD 채널을 늘리는 데 쓰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케이블업계에서는 이제 HD 제작 능력이 없는 방송사(PP)들은 시장에서 점점 도태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MBN 정성관 보도국장은 “생각보다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 뒤처지지 않도록 미리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HD 방송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HD 등 디지털 방송에 대한 정부 정책도 계속 나올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저채널대를 잡아라YTN과 MBN의 HD방송에는 저채널 대로의 재진입이라는 노림수도 포함돼 있다. 현재 양사는 SO로부터 3백~5백번 대 채널을 배정받고 있다. 이는 이들 방송사가 SD(Standard Definition·표준화질) 채널이기 때문이다.
반면 시청자들의 접근이 용이한 1~40번 대 채널은 HD 방송이 차지하고 있다. 실제 조선일보의 비즈니스앤과 헤럴드미디어의 동아TV 등은 이미 저채널대에 편입돼 있다. SO들 역시 HD 방송을 선점한 PP에 인센티브를 주고 있는 것이다.
YTN은 이 때문에 내년 1월 중앙 MSO와의 계약에서 24번 탈환 등 저채널대 진입을 노리고 있다. MBN 역시 저 채널대에 편입하는 것이 향후 방송 영향력 등에서 큰 이득이 될 걸로 보고 있다.
YTN 박찬중 기술국장은 “지상파 방송에 가까운 채널일수록 PP들에게는 유리하다”면서 “HD 방송을 선점하고 준비를 더 착실히 하면 만족할 만한 채널대 진입을 노려볼 만하다”고 밝혔다.
MBN 측도 “보도채널은 자료화면 업그레이드 등 작은 노력으로 HD 방송을 정상화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며 “HD 자료가 없어 저화질 드라마를 트는 다른 PP와 비교하면 채널 편성에서도 큰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준비 없는 HD 전환은 문제반면 보도채널들의 HD 전환이 때 이른 시도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YTN의 경우 지난 1일 HD로 일부 프로그램을 전환하며 ‘HD 방송의 시대를 열었다’고 자평했지만 실제로 HD로 방송을 볼 수 있는 시청자는 극소수라는 지적이다.
노조에 따르면 현재 YTN HD 방송 서비스가 가능한 지역은 2곳으로 가입자 수는 1천명에 불과하다.
올해 4대 MSO 등과의 HD방송 계약 시점이 이미 지난 터라 대다수 SO에서 종전대로 SD 화면을 그대로 송출하고 있어서다. 로고는 ‘YTN HD’지만 화면은 ‘YTN SD’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HD방송인데 화질이 이상하다”는 항의도 받고 있다고 한다. HD 자료화면, HD 그래픽 등 최소한의 준비를 한 후 HD 전면 전환을 발표해도 늦지 않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YTN 노조는 “1천5백만 케이블 가입가구 중 실제로는 0.007%만이 YTN HD방송을 보고 있는 것”이라며 “서둘러 HD방송을 공표하는 것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게 더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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