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만은]-'아구'란 물고기는 없다

“어이, 김기자. 기사 마감했으면, 아구찜에 소주 한잔 어때.”

퇴근 무렵, 누군가 이런 말을 건네면 입에 침이 가득 고일 터이다. 더욱이 선배가 한턱 낸다고 하면, 그저 선배가 한없이 멋있고 ‘존경심’도 마구 샘솟을 것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아구찜’이나 ‘아구탕’이란 안주는 없다. 오대양 넓은 바다 어디에도 ‘아구’란 생선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아구’라고 부르는 생선의 바른 이름은 ‘아귀’다. 이 ‘아귀’를 ‘아구’라고 부르는 것은, 이 생선의 입이 유난히 큰 데서 잘못 유추한 때문인 듯싶다. 즉 이 생선의 큰 입을 보고 한자 ‘입 구(口)’를 떠올려 ‘아구’라 부르는 것일 터이다.

물론 우리 선조들도 이 생선을 보고는 그 큰 입에 맞는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그것은 ‘口’가 아니라 ‘악’이다. “입 혹은 구멍”을 일컫는 ‘악’에 명사를 만드는 말 ‘위’를 더해 ‘악위’라 불렀던 것이다. 그것이 변한 말이 바로 ‘아귀’다. 참고로 이 아귀를 한자로는 ‘안강(鮟鱇)’이라고 한다.

아무튼 후배에게 술 한잔 사줄 때는 있지도 않은 ‘아구찜’ ‘아구탕’으로 생색만 내지 말고 맛깔스러운 ‘아귀찜’ ‘아귀탕’을 사주기 바란다. 아울러 그런 술집에 가면 주인에게 ‘아구’는 바른말이 아니니 ‘아귀’로 쓰도록 한마디 일러주기 바란다. 그래야 우리말글이 곧고 튼튼하게 자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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