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기자까지 폭행 '과잉진압'

촛불집회 중 부상 … 보수언론은 '불법집회' 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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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취재할 때 시위대의 돌발 행위같은 것은 없었어요. 오히려 프레스표를 달고 있는데도 전경들에게 끌려가는 기자들도 있었고 방패에 가슴을 찍힌 기자, 입고 있던 옷이 찢어진 기자도 있었습니다. 일반 시민들한테는 오죽 했겠어요?”

25일 청계천 촛불 시위를 취재하던 중앙언론사의 한 기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현 정부와 경찰의 과잉진압에 혀를 내둘렀다.

이날 현장에 있던 인터넷신문의 한 기자도 “경찰이 목을 조르더니 경찰 대오 속으로 끌어당겼고 이 과정에서 목에 상처가 났다”며 “경찰이 잡아끄는 바람에 넘어져 안경이 산산조각으로 부서졌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시위 현장에 많이 다녀봤지만 이번 시위처럼 거칠게 기자들까지 진압한 적은 거의 없었다”며 “시민 연행이 시작되던 새벽 4시쯤에는 경찰이 넘어진 시민들을 발로 밟기도 했다”고 말했다.

당시 시위대는 일부 보수신문들의 보도와 달리 일반 시민이 주를 이뤘다는게 현장 취재기자들의 말이다. 운동권의 가두시위와는 그 전형부터 달랐다는 것이다. 실제로 체포된 사람들 대부분은 대학생이나 젊은 직장인으로 알려졌다.



   
 
  ▲ 26일 새벽 청계천을 출발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전면 재협상 요구' 집회 참가자들이 신촌으로 이동한 가운데 경찰이 과잉 진압을 하고 있다.ⓒ뉴시스  
 

조·중·동 ‘운동권 선동한 불법시위’

그러나 다음날인 26일 조선 중앙 동아 등 일부 신문들은 이 시위를 불법시위로 규정하고 시위의 배후에 운동권이 있다며 큰 우려를 표시했다. 1면 헤드라인은 모두 불법에 방점이 찍혔다.

‘차도로 뛰어든 ‘촛불집회’’(조선일보) ‘촛불, 끝내 차도 불법점거’(동아일보) ‘촛불집회 17번 만에 불법시위로 변질’(중앙일보) ‘‘약속 깬 촛불’…비폭력 흔들’(국민일보) 등이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을 제외한 신문들의 제목이었다.

조선은 26일 1면 기사에서 “주말 도심 도로가 불법천지를 방불케 하며 극심한 혼잡을 빚었으나 경찰은 막지 못했고 막으려는 강한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며 “경찰관계자는 도로 점거 불법시위가 벌어진데 대해 어린 학생들 위주로 20여일 끌어왔던 촛불집회가 세간에서 더 이상 확산되지 못하자 집회 주도세력이 정파 및 사회단체를 규합한 ‘반정부 투쟁’으로 끌고 가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아는 26일 사설 ‘누구를 위해 “청와대로 쳐들어가자”고 하는가’에서 “과연 이들이 국민건강을 염려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려고 거리에 나선 순수한 시민 뿐이라고 볼 수 있겠는가”라며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안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취임 3개월 밖에 안됐고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도 아닌 대통령에 대해 탄핵과 하야를 외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문화는 26일 사설 ‘불법 폭력 시위, 법집행 엄정성 보여라’에서 “시위대 일부는 실제로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다 경찰의 저지로 광화문 일대 도로를 새벽까지 점거해 주말 도심 교통을 마비시킨 데 그치지 않고, 경찰을 폭행하기까지 했다”며 “우리는 평화적 촛불집회를 특정 불온 세력이 정치적 목적을 앞세워 불법과 폭력으로 몰고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한겨레 경향 한국 “민주주의 역행”

한겨레 경향 한국 등은 이들 보수 신문과 다른 해석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정치적 선동 때문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정서적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26일 3면 ‘쇠고기 불만, 총체적 반정부 시위로 돌변’에서 “참석자들의 절반 가량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데는 상당한 정서적 공감대가 없이는 불가능했다는 분석도 있다”며 “이날 집회에서 정부에 대해 구체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부류는 주로 직장인과 대학생들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진단했다.

또 전문가들의 입을 통해 “시민들은 정부의 비현실적인 쇠고기 협상 자세와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듯한 태도에 불만과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며 “각종 여론 조사를 보더라도 국민의 뜻은 분명히 드러나 있는데, 정부가 책임을 지려는 자세없이 문제를 대충 덮으려는 모습에 분노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도 26일 1면 ‘소통 대신 공권력…‘민주주의 역주행’’에서 “25일 새벽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 집회 끝에 거리행진을 벌이던 시민들을 경찰이 물리적으로 해산하고 강제연행한 사건은 민주주의의 후퇴 조짐을 상징한다”며 “그럼에도 민주정권 아리서 ‘언론자유’를 ‘쟁취’하겠다며 소리 높여 외치던 보수 언론들은 철저히 입을 닫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26일 11면 ‘미국소 반대서 정권비판으로 확산’에서 “이 대통령이 지난 22일 사태 수습을 위해 발표한 대국민 담화는 되레 시민들의 분노만 촉발시켰다”며 “문제의 본질인 광우병 쇠고기의 위험성과 쇠고기 수입 재협상에 대한 언급은 피한 채 격해진 민심을 무마시키는데 급급했다는 비난이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끌려가는 모 인터넷방송 취재기자 /  26일 서울시청을 떠난 시민들이 이명박 탄핵과 고시 철회를 촉구하는 평화행진이 신촌일대까지 계속되는 가운데 모 인터넷방송 취재기자가 경찰에 끌려가고 하고 있다. ⓒ뉴시스  
 

   
 
  /"난 기자라고!"/ 26일 서울시청을 떠난 시민들이 이명박 탄핵과 고시 철회를 촉구하는 평화행진이 신촌일대까지 계속되는 가운데 모 인터넷방송 취재기자가 경찰에 끌려가고 하고 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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