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은 31일 성명을 삼성 비자금 의혹에 관한 성명을 발표하고 “모든 언론사와 언론인들이 즉각 삼성 비자금 조성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취재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언론노조는 이날 ‘언론은 “삼성 가족”을 자처하는가?’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세계 일류 기업을 자처하는 삼성의 불법 행위 폭로는 전국민적 관심사이며 실체적 진실을 반드시 가려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언론사들이 이 사안을 축소 보도하기에 급급했고 그마저도 진실 규명 보다는 김 변호사와 삼성간 공방 수준으로 보도하면서 본질을 호도했다”며 “정치권력을 향해선 막말까지 쏟아내며 비장한 비판자 행세를 해온 언론들이 재벌 삼성을 향해선 입을 쏙 닫아버린 처사를 국민은 이해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또 “언론들이 삼성 비자금 문제를 은근 슬쩍 비껴가려 한다면 재벌에 대한 아첨을 넘어 국민을 깡그리 무시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며 “국민의 알권리 충족과 권력 감시를 위해 정부의 취재 지원 개선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던 대한민국 언론의 사명감이 고작 이 수준이었단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검찰 역시 재벌과 자본 권력의 눈치를 살피는 행태를 거두고 즉시 삼성을 포함해 기업의 불법 비자금 조성을 전면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언론은 “삼성 가족”을 자처하는가?
지난 29일 삼성그룹 구조조정 본부에서 법무팀장을 지냈던 김용철 변호사가 기자회견에서 삼성의 비자금 조성을 폭로했다. 삼성측이 김변호사 자신도 모르는 차명 계좌 4개를 이용해 최소 50억가량의 비자금을 조성해 관리했다는 내용이다. 다른 전현직 임원 명의까지 합하면 비자금 관리용 차명계좌가 천여개에 이를 것이란 주장도 담고 있다. 세계 일류 기업을 자처하는 삼성의 불법 행위 폭로는 전국민적 관심사이며 실체적 진실을 반드시 가려야 할 사안이다. 하지만 한겨례를 제외한 언론사는 이 사안을 축소 보도하기에 급급했고 그마저도 진실 규명보다는 김 변호사와 삼성 간 공방 수준으로 보도하면서 본질을 호도했다. 급기야 오늘은 삼성 비자금 조성 기사가 한겨레를 빼고는 약속이나 한 듯 지면에서 사라졌다. 반면 일부 신문들은 이미 밝혀질 대로 밝혀진 변양균 - 신정아 사건에 두 개 면을 할애하는가 하면 고작 사설에서 삼성의 자진해명을 촉구하며 진실 캐기에 등돌렸다.
언론은 권력을 감시할 책임이 있다. 우리 사회에서 재벌과 자본 권력은 이미 감시 대상이다. 기업들이 불법 조성한 비자금을 어떻게 써 왔는지는 이미 다 알려져 있다. 음성적인 정치 자금 제공과 인맥 관리, 그리고 그 댓가로 기업에 돌아가는 혜택은 모두 국민의 세금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같은 정경유착은 국가 정책을 왜곡해 전국민에게 피해를 주고 기업만 이익을 챙길 수 있게 해줬다. 정치권력을 향해선 막말까지 쏟아내며 비장한 비판자 행세를 해온 언론들이 재벌 삼성을 향해선 입을 쏙 닫아버린 처사를 국민은 이해하지 못한다. 언론들이 삼성 비자금 문제를 은근 슬쩍 비껴가려 한다면 재벌에 대한 아첨을 넘어 국민을 깡그리 무시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국민의 알권리 충족과 권력 감시를 위해 정부의 취재 지원 개선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던 대한민국 언론의 사명감이 고작 이 수준이었단 말인가?
사법기관이 재벌 총수를 소환하거나 국회에 증인으로 출석시키는 것조차 부담스러워 할 정도로 대한민국 재벌과 자본의 힘은 비대하다. 사법 기관마저 재벌 총수에게는 일반 국민과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 가히 재벌과 자본 권력의 천국이 실현되고 있다고 할 만 하다. 이런 판국에 권력 감시를 책무로 하는 언론마저 책임을 내팽개친다면 재벌과 자본은 무한질주를 계속할 것이고 온갖 불법과 탈법을 법위에서 자행할 것도 뻔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는 모든 언론사와 언론인들이 즉각 삼성 비자금 조성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취재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검찰 역시 재벌과 자본 권력의 눈치를 살피는 행태를 거두고 즉시 삼성을 포함해 기업의 불법 비자금 조성을 전면 수사해야 한다. 정의의 편에 설 것인가 아니면 삼성의 가족으로 남을 것인가?
2007년 10월31일
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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