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임상시험의 숨겨진 진실 / 세계일보 우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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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일보 우한울 기자  
 
탐사취재에서 ‘딥스로트’는 도움 그 이상을 뜻한다. 그가 제공하는 내밀한 정보들은 엉킨 실타래를 단번에 푸는 실마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의학, 법률 등 전문적인 분야일수록 더욱 그렇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번 ‘임상시험의 숨겨진 진실’ 취재에서는 그런 용기있는 의사를 만날 수 없었다. 많은 전문의들의 협조를 받을 순 있었으나 임상시험을 직접 수행하는 의사들의 깊은 속 얘기는 듣지 못한 것이다.

취재 과정에서 한 의사는 자신이 쓴 논문을 언론에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논문 내용은 임상시험 과정 중 피험자들이 사망한 사실이 임상시험윤리위원회(IRB) 보고에 누락됐다는 것인데, 논문 저자가 협조하지 않는 바람에 현행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는 이 사실을 검증할 수 없었다. 지도 교수도 “연구 결과가 잘못됐다”는 이해할 수 없는 변명을 늘어놨다. 연구 대상이 됐던 곳은 국내 최대 종합병원 가운데 하나다.

일부 임상시험 의사들은 취재팀의 문제제기에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한 임상시험센터 소장은 “기분이 나쁘다”며 취재팀의 문제제기를 ‘비생산적 발상’으로 치부했다. 임상시험의 긍정적 효과만을 강조하면서 임상시험 중 부작용은 인간이 하는 일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도 했다.

또한 임상시험 의사들의 공통된 대응법은 다국적 제약회사 논리를 그대로 반복하는 것이었다. 한 임상시험 수행 전문의는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수십 년간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제약회사가 제시하는 원칙대로만 시험하면 어떤 문제도 발생치 않는다”고 방어 논리를 펼쳤다. 언뜻 들으면 맞는 말 같지만, 윤리 문제를 거르는 제도적 장치가 허술한 우리나라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이는 다국적 제약회사 손에 우리나라 환자를 볼모로 잡히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윤리의식은 제대로 된 임상시험을 가능케 하는 필요충분조건이다. 그러나 취재 과정에서 목격된 의사들의 윤리 불감증은 우려스러운 수준이었다. 임상시험이 병원의 새로운 수익모델로 자리 잡은 마당에 IRB는 거추장스런 장애물에 불과했다. 이런 가운데 생명윤리 문제는 “빨리빨리”를 외치는 제약회사 요구에 뒷전으로 밀리고 있었다. 더 늦기 전에 의사들은 ‘그들만의 리그’를 깨야한다. 또다시 제2, 제3의 황우석을 만들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한국기자협회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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