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보도 전형 보여줬다"

보수언론 "김근태 의장 개성 춤판" 맹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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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음해성 보도의 전형이다. 숲을 보지 않고 소나무만 보고 기사를 쓴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한 중견언론인은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의 개성공단 춤 해프닝을 보도하는 보수언론들을 이렇게 비판했다.

대부분의 보수언론들은 이번 해프닝을 정치적으로 확대하려는 의도로 편향된 시각으로 보도했다는 것이다.

김 의장의 개성방문을 남북화해와 평화를 위한 의지의 표현이었다고 보도한 언론도 있었으나 ‘율동’ 자체에만 초점을 맞춰 ‘춤판’ ‘추태’로 표현하는 등 비판수위를 높이는 언론이 상당수에 달했다.

조선일보는 21일자 1면에 ‘북한가서 춤추는 열린우리당 의장’이라는 사진을 게재하고 5면에는 ‘당직자들 “지금 춤출 상황이냐”’, ‘반대 뚫고 가더니...결국 사고 터져’ 등 3편의 관련 기사를 실어 김 의장의 개성방문의 성과나 목적보다는 오찬자리에서 있었던 ‘율동’에 초점을 맞췄다.

‘여 방문단 개성춤판 파문’이라는 기사를 1면에 게재한 문화일보는 2면에 ‘여 개성방문단 춤판파문 이모저모’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 의장이 개성공단에서 북측 안내원들과 함께 율동을 하는 부적절한 행동으로 난감한 처지에 빠졌다”며 “북핵위기라는 엄중한 상황에서의 순간적인 판단미스가 화를 키웠다”고 보도했다.

칼럼이나 사설의 시각은 더욱 원색적이었다.
조선일보는 21일자 ‘김근태 의장이 개성에 가 춤을 춘 이유’라는 사설에서 “김 의장은 도대체 지금 이 순간 무엇이 그리 흥겹기에 북한 땅에서 북한 사람들과 덩실덩실 춤을 출 생각이 들었는가. 김정일 정권이 마침내 핵을 만들어 남을 협박하며 체제를 연명하게 된 것이 대견하고 뿌듯해서인가”라고 비판했다.

이밖에 ‘개성에서 춤판 벌인 김근태 의장’(세계일보 23일 사설), ‘김근태 의장의 개성공단 춤판’(문화일보 21일 사설), ‘개성 춤판 해설가에게 보내는 댓글’(동아일보 24일 칼럼), ‘집권당 대표의 잘못된 평화행보’(중앙일보 21일 사설) 등 제목에서 보듯 대부분 자극적이고 원색적인 비판이 이어졌다.

김 의장의 개성행을 동행취재한 조선일보 임민혁 기자는 “상황 자체를 ‘춤판’이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하면서도 “여당의 수장으로 사전에 반대를 무릅쓰고 간만큼 이목이 집중될 것을 알았다면 그러한 적절치 못한 행동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밝혔다.

역시 현장을 취재했던 서울신문 구혜영 기자의 견해는 조금 달랐다.
구 기자는 “김 의장은 노래가 나오는내내 굳은 표정을 고수한 채 심지어 박수조차 치지 않았다”며 “북측 접대원의 지속적인 권유에 못이겨 30여초간 팔을 몇차례 흔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구 기자는 이어 “이번 파문에 대한 일부언론의 반응은 아무리 냉각된 남북관계를 고려한다해도 사실을 사실 그대로 보지 못하고 정치적으로 확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밝혔다.

개성을 다녀왔던 한겨레 성한용 기자도 “마지못해 있었던 행동이라 생각된다. 춤판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정황을 비교적 객관적인 시각으로 전하고 있는 글로 김동근 개성공단관리위원회 위원장이 21일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춤판, 추태, 사고라니요’를 꼽았다.

김 위원장은 기고에서 “많은 의미있는 일들을 모두 뒤로하고 마지막 축하 오찬의 2∼3분 상황이 행사의 전부인 것처럼 보도되는 것을 보고 참으로 진실을 알리는 것이 어렵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정일용 기자협회장은 “모든 정황을 살펴볼 때 춤판이라고 볼 수 없는데 기자들이 왜 그런 표현을 쓰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기자가 촌지를 받거나 기타 윤리강령을 위반하는 것보다 사실을 바로 보지 못하고 잘못된 기사로 표현하는 것이 더 엄중한 윤리강령 위반행위”라고 말했다.

한편 MBC는 20일 ‘김근태 의장 오늘 개성공단 방문’, SBS는 ‘김근태 의장 개성공단 방문 논란 확대’라는 보도에서 상단자막을 통해 출처를 밝힌 뒤 연합뉴스 사진을 인용, 김 의장의 이번 춤 파문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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