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 弱冠, 30세 而立, 그러면 80세는?

엄민용 기자의 '말글 산책'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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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민용 기자  
 
  ▲ 엄민용 기자  
 
“그는 감옥에서 나온 바로 이듬해, 약관 30세 청년의 몸으로 민영환의 지시에 따라 도미해…”



모 신문의 칼럼 내용이다.



한데, 이 문장의 ‘약관 30세’가 눈에 거슬린다. 서른 살을 일컫는 말은 이립(而立)이기 때문이다. 이 말은 공자가 한 말로, <논어> ‘위정편(爲政篇)’에 “공자가 말씀하시기를, 나는 15세가 되어서 학문에 뜻을 두었고(志學), 30세가 되어서 학문의 기초가 확립되었으며(而立)…” 하는 내용이 나온다.



위의 예에서 보듯 신문을 읽다 보면 나이를 나타내는 한자말을 잘못 쓰는 일이 흔하다. 이 참에 나이를 나타내는 한자말들에 대해 알아보자.



먼저 20세를 뜻하는 말은 ‘약관(弱冠)’이다. <예기(禮記)> ‘곡례편(曲禮篇’에 “사람이 태어나서 10년이면 유(幼)라고 하여 이때부터 배우기 시작한다. 20세를 약(弱)이라 하며, 비로소 갓을 쓴다”는 말이 있다. 여기서 유래한 말이 ‘약관’이다.



이렇듯 ‘약관’은 원래 ‘남자’의 나이가 ‘20세’인 때를 이르는 말이었으나 현대에 이르러서는 “그는 20대 약관임에도 불구하고 사업에 대한 확고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따위에서 보듯 ‘젊은 나이’를 일컫는 말로 두루 쓰이고 있다. 국어사전들도 그렇게 뜻을 넓혀 놓았다.



한편 “영화 ‘퀸카로 살아남는 법’의 스타 린제이 로한은 19세 약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서른 살이 넘게 차이 나는 브루스 윌리스를 비롯…”에서 보듯 ‘약관’을 여자에게 쓰는 일도 흔한데, 이는 어째 마뜩지 않다. 여자의 20세 전후를 이르는 말로는 ‘방년(芳年)’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40세를 이르는 말은 “(이때에 이르면) 세상일에 미혹되지 않았다”는 데서 유래한 ‘불혹(不惑)’이다. 또 ‘50세’는 “하늘의 뜻을 안다”는 의미의 지천명(知天命)이고, ‘60세’는 공자가 60세에 이르러 생각이 원숙해져서 무슨 말을 들으면 곧 이해가 됐다는 데서 유래한 이순(耳順)이며, ‘70세’는 두보(杜甫)가 지은 곡강시(曲江詩)의 ‘인생 칠십 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는 구절에서 따온 고희(古稀)다.



여기서 퀴즈 하나. 그렇다면 ‘80세’를 이르는 말은 무얼까? 정답은 의외로 여러 가지다. ‘팔질(八耋)’ ‘졸수(卒壽)’ ‘장조(杖朝)’가 모두 80세를 이르는 말이다. 이중 ‘장조’는 중국 주나라 때 여든 살이 되면 조정에서 지팡이를 짚는 것을 허락했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이밖에 ‘61세’는 일흔을 바라본다는 뜻의 망칠(望七), ‘71세’는 여든을 바라본다는 뜻의 망팔(望八), ‘81세’는 망구(望九), ‘77세’는 희수[稀壽·喜壽(喜의 초서가 七十七을 세로로 써 놓은 것과 비슷한 데에서 유래)], ‘88세’는 미수[米壽(米자를 파자해 ‘八十八’로 풀이한 말)]다.



우리가 어르신들께 장수를 축원하며 드리는 “백수까지 장수하세요”라는 말의 백수(白壽)는 일백 백(百)에서 한 일(一)이 빠졌으니 ‘99세’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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