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단일화 왜 없애지 못할까?
2012년은 단일화로 시작해 단일화로 끝났다. 4월 11일 제19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는 민주통합당 후보와 통합진보당 후보 사이에 단일화가 진행됐고 12월 19일 대통령 선거를 두고서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 사이에 단일화가 진행됐다.경남의 경우 4·11 총선서는 16개 모든 선거구에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사이 단일화가 이뤄졌으나 김해갑에서만 민주통합당 후보가 이겼다. 거제가 무소속이 당선(나중에 새누리당 입당)됐고 나머지 모든 지역은 새누리당이 승리를 가져갔다. 창원 성산구와 거제에서는 진보신
“열심히 하는 수밖에”라던 그 말
3년 반 전이었다. 이른바 ‘7·7 디도스 사태’가 한창이던 시기에 편집국으로 복귀해 다시 정보기술(IT) 분야를 취재하기 시작했던 때였다. 복귀 후 첫 기사는 정보보안업체 안랩의 김홍선 대표 기자회견. 그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이런 일 여러 번 겪어 봤다.” 잊을만하면 터지던 정보보안 사고 얘기였다.이후 그 말이 예고였던 것처럼 2011년 4월 농협 전산망 마비 사태가 있었고, 6월에는 SK커뮤니케이션즈의 회원 350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킹으로 유출됐으며, 11월 게임업체
검찰과 언론의 공통점과 차이점
이명박 대통령 임기를 두 달여 남겨놓은 지금, 언론과 검찰을 생각해본다. 둘 다 지난 5년 동안 만신창이가 되었다.사회 현안을 보도해야 할 언론은 지난 5년 내내 스스로 사회적 현안이 됐다. 정부가 사장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모든 언론사들이 5년 내내 홍역을 앓고 있다. 어느 정부나 우호적 언론 환경을 만들어보려고 영향력을 행사하려 드는 건 계속 봐왔던 일이다. 나는 노무현 정부 때 언론 편가르기가 심해졌다는 지적에도 대체로 동의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런 내가 보기에도 지난 5년 동안의 언론판은 전쟁터 그 자체였다. 아
인어공주 전상서
수 년 전 대통령 선거전에 뛰어들어 열심히 후보를 도왔던 어떤 중견 연극인을 기억한다. 선거가 끝나고, 축제가 끝나고, 언제 그랬냐는 듯 사람들이 제각각 자신의 생활로 조용히 돌아갔을 무렵 그도 대학로의 조그만 극장에서 1인극을 올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그의 연기에 집중을 할 수 없었다. 그도 배우이기에 객석의 반응을 피부로 느꼈을 것이다. 사람들은 환상에 빠지기 위해 돈을 내고 극장에 간다. 그게 예술의 본질이다. 그런데 그는 더 이상 환상을 줄 수 없었다. 배우에겐 어쩌면 목숨과 다름없다 할 수 있는
이건희 회장이 남긴 절반의 약속
이건희 삼성 회장이 11월30일 취임 25주년 기념식을 가졌다. 이 회장은 “취임 초 삼성이 망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절감해 신경영을 선언하고 낡은 관행과 제도를 과감하게 청산했다”고 감회를 밝혔다. 이 회장 취임 이후 삼성이 거둔 성과는 눈부시다. 취임 직전인 1987년 삼성 매출은 17조7000억원이었는데 지난해는 273조원으로 무려 15.4배 늘었고, 순이익은 1230억원에서 20조원으로 164배 늘었다. 재계 1위 삼성의 위상은 세계적이다. 미국 ‘포춘’이 발표한 2012년 글로
한국 대통령을 기다리는 외교안보 1순위
지난 10월 한일(韓日) 양국은 외환(外換) 부족위기에 대비한 통화스와프 계약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나라의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일본 재무성과 일본은행은 당시 공동 발표문에서 “한일 양국 간 통화스와프 계약 규모를 일시적으로 확대하기로 한 조치를 예정대로 만기일에 종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 8월부터 계속된 한일 통화스와프 연장 논란이 일단락된 것이다.양국이 어려울 때 서로 돕기로 한 7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종료한 것은 8월10일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시작된 갈
앵그리 397세대, ‘어떡하지?’
‘부모 도움 없이 중산층에 진입할 수 없게 된 첫 세대’.‘397세대’ 얘기다. 30대이면서 90년대 학번인 70년대생을 말한다. 서태지와 HOT에서 시작된 아이돌 문화의 자장권에서 10대를 보낸 첫 세대다. 경제적으로 가장 큰 소비계층이 된 데 이어 문화 권력까지 잡았다. 영화 ‘건축학 개론’과 케이블TV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의 주인공이 397세대다. 필자도 이 세대다.397세대 앞에 붙는 수식어는 ‘앵그리(Angry&middo
미얀마는 북한의 미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역사를 다시 썼다. 최초의 흑인 재선 대통령으로 4년을 더 이끈다. 사실 이번 미 대선을 놓고 세계인이 투표한다면 이미 당선자는 오바마였다. 세계화 시대에 백악관의 주인이 바뀌는 것은 더 이상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 이웃 중국에서 시진핑을 비롯한 제5세대로의 지도부 교체도 마찬가지다. 오바마 대통령이 다시 집무를 시작하면서 그의 첫 순방국이 관심을 끌었다. 바로 동남아 미얀마다. 미얀마가 어떤 나라인가. 근 반세기 동안 군부 독재 치하에서 약 20년 동안 거듭된 가택연금에 처한 아웅산 수치 여사의…
선거보다 중요한 물신 숭배로부터의 해방
경남 의령에 갈 일이 있었다. 일제 강점기 독립 운동을 한 백산 안희제 선생과 임진왜란 당시 왜군을 물리친 의병장 망우당 곽재우 두 분 생가를 찾아서였다. 그런데 가장 먼저 눈에 띈 안내판은 ‘호암 이병철 선생 생가’였다. ‘이병철’은 많이 들어봤는데 ‘호암’은 아는 이가 많지 않을 듯 싶다. 뒤에 ‘선생’이라는 존칭까지 붙어 있으니 어쩌면 영웅적 인물로 착각할 수도 있겠다. 알고 보면 삼성 재벌을 창업한 바로 고(故) 이병철 회장이다. 그는 법적
‘검찰 특검’ 내곡동 특검,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다
이른바 ‘내곡동 특검’의 수사 속도가 빠르다. 개청식 다음날 주요 관련자들을 일제히 출국 금지했다. 압수수색이 이어졌다. 검찰은 얼굴도 직접 못 봤던 대통령 아들을 수사 개시 열흘 만에 소환해 조사하는 등 발걸음이 신속하다. 솔직히 국민들 사이에 특검 수사 결과에 큰 기대는 없을 것이다. 비슷한 상황을 많이 봐온 탓이 크다. 그렇지만 이번 특검은 이미 상당히 성공적이다.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일반적이고 정상적으로 보이는 수사 과정을 거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의 수사 결론을 뒤집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IT 일자리 만들기’와 대선후보들의 자가당착
대선의 시기다. 모두 정치 얘기를 한다. 그중에서도 첫째 화두는 ‘일자리’다. 주요 후보들 모두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한다. 그것도 정보기술(IT)을 이용해서 혁신을 하고, 스마트한 경제 발전을 이루겠다고 한다. 하지만 솔직히 그들이 진지하게 IT를 생각해 보기나 한 건지 잘 모르겠다.일자리와 기술은 애증의 관계다. 기술 발전에 따른 생산성 향상은 풍요와 함께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어낸다. 하지만 급격한 기술 발전은 필연적으로 그 과정에서 변화에 뒤처지는 사람을 만들고 그들의 일자리를 뺏는다.역사적으로 이런 시기가
국민통합과 일자리의 급소는 재벌개혁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대한민국대통합위원장을 직접 맡았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일자리혁명위원장을 맡았다. 대선후보가 직접 나선 것은 그 자리가 이번 대선에서 그만큼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는 직접 특정 자리를 맡지는 않았다. 하지만 집권하면 대통령 직속의 ‘재벌개혁위원회’를 신설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민대통합과 일자리, 재벌개혁은 모두 중요한 과제들이다. 하지만 이 중에서도 새로운 시대를 여는 급소는 무엇일까? 우리 시대의 국민대통합을 가로막는 최대 장애물은 양극화다. 따
마흔, 벌써 불혹의 나이라니
많지도 적지도 않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올해처럼 나이를 실감한 적은 없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감기에 걸리더니, 날이 흐리기 전날은 무릎도 조금씩 시큰거린다. 건망증이 생겼다. 회사일은 손에 익었지만 대신 업무량이 엄청 늘었다. 선배 눈치는 기본이고 이제는 후배 눈치까지 슬슬 봐야 하는 어정쩡한 중간 관리자. 아껴 쓰고 절약해도 애들 교육비에 허리가 휘청거리며 노후대책이 걱정된다. 드라마에서 이별을 앞둔 남녀 주인공이 눈물을 펑펑 흘려도 마음이 동하지 않지만, 굴러다니는 낙엽을 보니 싱숭생숭해지는 나는, 올해 마흔이다. 그래서일까…
한국 경찰관, 미국 경찰관
워싱턴 DC에 특파원으로 부임한 직후로 기억한다. 외곽으로 뻗은 66번 고속도로에서 추돌사고를 당했다. 러시아워에 이슬비가 내리고 있을 때였다. 목과 상반신에 큰 충격이 왔다. 구입한 지 2주밖에 되지 않은 자동차 후미에는 흠집이 났다. 외국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심리적 이유 때문일까. 목 주변의 통증이 심해졌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불과 5분도 채 지나지 않았을 때다. 경찰차가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185㎝를 훌쩍 넘는 키의 미국 경찰관이 다가왔다. 앞뒤로 오가며 사고 상황을 살펴봤다. 내 설명도
인간은 원숭이·앵무새보다 못하다?
“주가 예측은 신도 못한다.” 주식으로 돈 버는 사람이 전체 투자자의 1%도 못 되는 현실에 대한 레토릭이다. ‘사면 내리는’ 기막힌 ‘머피의 법칙’이 지배하는 세계인데도 주식에서 손 떼지 못하는 인간에 대한 위안이기도 하고.레토릭은 실험으로 입증됐다. 2000년 미국 월스트리트에서는 펀드매니저와 일반인, 원숭이가 주식투자 대결을 벌였다. 결과는? 이런 얘기를 꺼내는 걸 보면 눈치챘겠다. 원숭이가 이겼다. 2000년 7월~2001년 5월 원숭이는 -2.7%, 펀드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