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사태 겪은 한국 사회서 '또', 언론은?
한국 사회는 현재 역사 논란이 뜨겁다. 윤석열 정부는 일본이 강제동원 표기를 거부했음에도 별다른 조치 없이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합의해 버렸다. 독립기념관장에는 뉴라이트 역사관을 가진 김형석씨가 임명되면서 광복절 기념식은 두 동강이 났다. 나라가 망했는데. 일제시대 국적은 일본이라던 김문수씨는 고용노동부 장관에 올랐다. 여기에 독도 조형물 철거를 둘러싼 논쟁과 한국학력평가원 역사교과서 왜곡 논란에 이르기까지, 언제 끝날지 모를 날들이다. 그 중심에 중요한 것은 일본의 마음(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라는 윤석열 정부의…
기후 위기 문제와 저널리즘의 책임
기후 위기 보도는 이 문제가 글로벌 차원에서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시민들이 자신의 문제로 생각하기 어렵다는 점, 이에 따라 언론 보도가 실질적인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 내는 데 기여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보도하기 어려운 주제로 꼽히곤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폭염과 폭우가 반복되어 기후 변화에 대한 체감도가 높아지면서 시민들 역시 기후 위기 문제를 보다 더 가깝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언론 역시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기후와 환경 문제를 다루고 있다. 최근 국내 여러 언론사에서 기후 위기 문제에 대한 다양한 관점의 보도를 보
인공지능의 원죄와 새로운 생태계
퍼플렉시티(Perplexity)는 2022년에 출시된 인공지능(AI) 언어모델 기반 검색 엔진이다. 기존 검색 엔진이 관련성 높은 링크 목록을 제공하는 것과 달리 퍼플렉시티는 질문의 문맥을 이해하고 개인화된 검색 결과를 요약해서 제공한다. 이용자는 추가 질문을 통해 연속된 맥락에서 검색이 가능해 기존 검색과 차별화된 이용자 경험이 가능하다. 다양한 활용 가능성으로 인해 2024년에는 30억 달러(약 4조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으며, 월간 1500만명 이상이 접속하고 있다. 하지만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접속하고 자연어로 답변을
뉴스를 만들 권리는 누구에게 있는가?
출판 편집자들에게 업무 중 가장 하기 싫은 일을 물어보면, 열 명 중 대여섯 명은 보도자료(news release) 작성이라고 할 것이다. 그간 만나온 편집자 중 상당수가 보도자료 쓰는 일의 어려움에 대해 말했는데, 개인적으로 글쓰기가 어려워서일 수도 있지만 힘들게 제작한 신간이 어떤 매체에도 소개되지 않을 거란 두려움도 깔려있다. 지면은 제한되어 있는데, 매월 발간되는 신간 종수는 5000종이 넘다보니 그 와중에 기자의 선택을 받아 뉴스가 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2000년대 이후 학술계간지 발간소식은
익명 취재원, 언론사 안에선 검증하고 있나?
신문이나 방송에서 익명의 취재원이 등장하는 기사를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가령 지난 12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정부의 의료 정책에 관한 기사에서는 6개의 인용문 중에 5명의 발언자가 익명 처리돼 있었다. 나머지 하나도 당일 나온 정부의 발표를 정부를 주어로 쓴 것이었다. 사람 이름은 하나도 없었다는 말이다.정부 고위 관계자가 정책의 배경을 설명하고, 세브란스병원의 한 교수와 빅5의 한 신경외과 교수는 그런 발표의 문제를 지적했다. 과거의 대형병원 문제는 의료계와 의료계 인사들의 말로 제시된다. 이런 기사를 읽다 보면 정말 당일에 실
정치 저널리즘이 굴러가는 구조
진짜 정치를 개혁하려면 최고위원회 모두발언을 폐지해야 합니다.최근 한 정당 인사와 어떻게 정책정당을 만들 수 있을지를 논의하던 중에 그가 이런 발언을 했다. 급진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 제안이지만, 왜 이런 발언을 했는지는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최고위원회는 언론에 공개하는 모두발언 20~30분이 지난 뒤에 비공개 회의로 전환된다. 당 운영 전반에 관한 논의는 비공개회의에서 이뤄지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기자들이 있는 자리에서 이뤄지는 모두발언이다. 여기에 언론의 관심이 몰리기 때문이다. 최고위원 개인으로선 이 기회에 정책을 언급하지…
이진숙과 방통위
사실(fact)과 진리(truth)는 엄연히 다르다. 플라톤은 티마이오스에서 진리는 무엇보다 시간의 개념에 구속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쉽게 말해 진리의 시제는 항상 현재형이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진리의 시제는 언제나 ~이다(is)의 형식을 취한다.반면 사실은 시간의 영향력 아래 철저히 구속된다. 시간이 지나가면 모든 사실은 과거형으로 변한다. ~이다(is)에서 ~이었다(was)로 바뀌게 된다. 현실에서 사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바뀌기도 한다.역사적 사실이 대표적 예다. 때로 권력의 영향을 받는 역사적 사실은 누가 힘을…
마크롱 대통령을 풍자했다고 '수사 중'이란 소식은 없다
제33회 파리 올림픽의 개막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그렇지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프랑스에서 6월23일 센강에서 똥을 싸자(#JeChieDansLaSeine Le23Juin) 캠페인이 광범위하게 벌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올림픽 경기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정당한 급여는 물론 제대로 된 병원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올림픽을 앞두고 미관상의 이유로 노숙자들이 파리 외곽으로 쫓겨났다고 한다. 프랑스 정부가 올림픽 개최를 위해 막대한 세금을 쏟아부으면서 파리 시민들의 실질적인 삶을 개선하는 데는 무관심하자, 시민들
젠더 기반 폭력 사건과 언론의 책무
젠더기반 폭력 피해자의 피해 회복이란 어떤 의미이고,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그리고 이러한 일에 미디어는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최근 들어 거의 매일 젠더기반 폭력 사건이 일어나면서 사건의 발생, 수사 내용 및 재판 결과에 대한 보도가 잇따른다. 새로운 사건이 끊임없이 쌓이는 것은 물론 역사적 부정의 상황에서 제대로 진상 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은 사건도 있다. 지난 5월20일 개최된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토론회에서 518 민주화 운동 당시 벌어진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를 위한 지원과 보상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한 점이…
일상에 자리잡은 인공지능과 언론사의 인공지능 활용
챗GPT가 되지 않으니 일을 할 수가 없다. 지난주 챗GPT에 장애가 발생한 것은 대략 3시간 남짓이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음에도 온라인에는 많은 불만이 쏟아졌다. 사람들은 왜 작동이 되지 않는지를 물으며, 챗GPT를 어떤 방식으로 업무에 활용했었는지 이야기했다. 아직 사용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들은 굳이 돈 주고 이용할만한 것 같지는 않다, 뻔뻔스럽게 틀린 답변을 내놓아서 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반면, 챗GPT를 찬양하는 사람들은 업무가 5분의 1로 줄어드는 것 같다, 조금만 더 빨리 쓸 수 있었다면 직장에서 엄청난 대접을 받
사람들이 싫어하는 말을 할 수 있는 권리
공영방송(公營放送)의 사전적 정의는 공공의 복지를 위하여 행하는 방송으로 국가나 특정 집단의 간섭을 막고 사회 각층을 대표하여 편집 편성권의 자율성을 보장하고자 독립된 운영을 하는 방송을 의미한다. 영어로는 Public broadcasting이라 하는데, 유독 한국에서는 이 개념을 공영이라 하여 공적으로 경영[公營]한다는 의미로 사용한다. 민주주의, 경제 같은 개념들이 일본의 근대를 거치며 한국에 정착된 개념이란 사실을 안다면, 한국에서 공영방송 또한 일본식으로 공공방송이라 쓰거나 해외처럼 공공 서비스 방송 또는 공적 서비스 방송이
돌고 돌아서 다시 징벌적 배상제라니
22대 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법안이 제출됐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언론의 악의적인 보도로 인격권이 침해되면 손해배상금을 실제 손해의 3배까지 책정할 수 있도록 하고, 정정이나 반론, 추후보도를 원 보도와 같은 지면에 같은 분량으로 게재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들어갔다. 6개월로 되어 있는 언론중재법에 따른 소송 제기 기간을 2년으로 늘리는 내용도 있다.몇 가지 기본적인 사항부터 짚어본다. 언론에 대한 소송에서 원고승소율이 낮다는 자료를 제시했는데, 승소율 낮은 것이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연금개혁으로 돌아보는 언론의 역할
일간지 현장 기자였던 2016년에 남몰래 추진하던 출판 프로젝트가 있었다. 회사에도 알리지 않고 조용히 출판사를 섭외했다. 출간 시기는 2017년 중반으로 계획했다. 책의 내용은 박근혜 정부의 공약이 대부분 지켜지지 않았다는 빼곡한 취재이자, 정책 검증이었다. 대선을 앞두고 출간되면 자연스레 화제를 모으고, 정책 보도의 중요성을 환기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현실은 달랐다. 갑작스런 탄핵 정국으로 조속히 원고를 마무리하지 않으면 출판을 접겠다는 출판사의 경고를 받았고, 부랴부랴 원고를 마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탄
권력과 그 주변인들
1783년 당시 프로이센에서 계몽운동을 대변하던 베를린 월보를 통해 계몽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이 제기됐다. 이듬해 이 잡지에 자주 기고하던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가 계몽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변이란 글을 게재했다. 칸트는 계몽이란 다른 사람의 안내 없이는 자신이 이해한 바를 쓰지 못하는 미성숙에서 벗어나는 일이라고 답한다. 칸트는 당시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이 자기 삶에서, 더하여 공동체의 삶에서 중요한 사안에 관한 판단을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거나 미루고 있다고 보았다. 만약 그 판단의 대상이 공공의 일이라면 정치 엘리트들에게 의존하는
윤석열 대통령에 비해 기자들의 준비는 부족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이 끝났다. 그리고 기자들의 자질 문제가 거론됐다. 당연한 일이다. 윤 대통령은 410총선 참패에도 국정 전환은 없다고 여러 차례 공언해 왔다. 기자회견을 통해 윤 대통령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 줄 거란 국민의 기대는 애초부터 없었다. 반면 언론은 달랐다. 보수언론들마저 윤 대통령을 향해 기자회견을 주문해 왔다. 21개월 만에 기자들의 질문을 받게 된 대통령이라 하지 않았던가. 그렇기에 기자들의 행보는 다른 때보다 주목받을 수밖에 없던 행사였다. 하지만 기자들의 질문은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