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의 폭주, 일본 젊은세대를 깨우다
푹푹 찌는 폭염 속에서도 일본 열도가 연일 시위로 들끓고 있다. 지난 15, 16일 일본 중의원(하원) 특별위원회와 본회의에서 아베 정권이 ‘전쟁할 수 있는 국가’ 규정을 담은 안전보장 관련법안을 단독으로 강행 처리하면서다. 일본 전역에서 시민들이 ‘아베 정치를 용서하지 않겠다’는 종이를 들고 거리로 뛰쳐나오고 있다. 1970년대 학생운동의 물결이 퇴조한 이후 깊은 잠에 빠졌던 일본 시민사회의 저항 의식이 다시 눈을 뜬 것처럼 보인다.재미있는 것은 시위대의 모습이 이전과 달라졌다는 것이다. 외신을 타고 들어온 집회 사진을 보면 연령
언론은 왜 국수주의로 빠지나
최근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하는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책임자와 인터뷰를 했다. 그 과정에서 느낀 고민을 공유했으면 한다.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의 불공정한 합병비율로 물산 주주들이 피해를 본다며 삼성과 대립 중이다. 삼성은 한국의 대표기업이다. 삼성이 단기고수익투자를 쫓는 헤지펀드에 공격당하는 모습을 보고 즐거워할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더욱이 2000년대 이후 한국기업을 공격한 소버린, 칼아이칸 등의 헤지펀드들은 국민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지 못했다. 헤지펀드들의 먹튀(단기에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신문 책 지면은 왜 비슷하냐고 묻는 당신에게
지난 주 어떤 외부 특강에서 ‘글쓰기’를 주제로 강의하다가 이런 도전적 질문을 받았다. “왜 일간신문의 북섹션(혹은 책 지면)은 대체로 비슷한 건가요. 혹시 메이저 출판사들의 로비 때문인가요.”한 번 만들어진 프레임과 선입견은 이렇게 강력하다. 신문 책 지면을 꼼꼼하게 읽어본 독자라면 알겠지만 올해 상반기 일간신문의 토요일자 책 지면에서 겹치는 책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읽지는 않고 쓰려고만 하는 요즘 세태의 반영이었을까. 물론 함무라비 법전은 나의 바이블이 아니므로 이런 반박은 하지 않았다.조선일보 책 팀장을 새로 맡은 지 6개월이
삼성 VS 엘리엇, 거대한 전쟁의 ‘서막’
‘헤지펀드 역사상 가장 똑똑하고(smartest) 거친(toughest) 펀드매니저.’엘리엇매니지먼트를 이끄는 폴 싱어 회장에 대한 국제 자본시장의 평가다. 이런 폴 싱어 회장이 삼성의 아킬레스건을 물었다. 지난 3월부터 삼성물산 주식을 비밀리에 매집한 뒤 지난달 말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의 합병안을 발표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합병 비율이 불공정하다”며 경영참여를 선언한 것이다. 일각에선 엘리엇이 ‘단기 먹튀’를 노리고 합병에 반대에 나섰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폴 싱어 회장이 왜 헤지펀드 업계에서 가장 거칠다는 평
우리에겐 없을까? 디올·샤넬 그리고 맥퀸
# 퀴즈. 1. 해골 무늬 2. 김희선이 앙드레김 빈소에 두르고 갔다가 구설수에 올랐던 스카프. 답은 영국이 자랑하는 천재 패션 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퀸이다.# 4년 전 이맘때를 떠올려본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앞, 구불구불 긴 줄이 건물 밖까지 나와 있다. 알렉산더 맥퀸을 기리는 회고전을 보러 온 사람들이다. 대부분 반바지에 민소매, 폴로셔츠 차림, 얼핏 맥퀸의 그로테스크하고 멋스런 옷과는 관련 없는 사람들처럼 보였지만, 그들은 행복한 표정으로 서너 시간 넘는 긴 줄서기를 기꺼이 감수했다. 세계 최고의 박물관은 물론 시민들까지
한·일 위안부 협상에서 잊어선 안 될 것
정치만 생물이 아니다. 외교도 생물이다. 죽은 듯 정지된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새 살아 꿈틀거린다. 지난주 한·일 관계는 그런 기대감이 번지기에 충분했다.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2일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한·일 양국 간 위안부 협의와 관련 “상당한 진전이 있었으며 협상의 마지막 단계(final stage)에 이르렀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동안 위안부 문제에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던 박 대통령의 행보에 비춰볼 때 매우 이례적인 언급이다.일본 측 반응은 아직은 냉랭하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지난 15일 정례브리
바람피운 배우자 이혼재판, 대법원에 쏠린 눈
조선 19대 임금 숙종이 요즘 세상에 살았더라면 장희빈과 결혼하겠다고 인현왕후와 헤어질 수 있었을까요. 아마도 가정법원에 이혼소송을 낼 수는 있겠지만 기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유는 우리 대법원이 채택하고 있는 ‘유책주의’ 판례 때문입니다. 유책주의는 이혼할 때 상대방의 책임을 따져 묻는 재판상 이혼의 한 방식입니다. 부부 간에 지켜야 할 동거·부양·정조의 의무가 있고 이를 어길 경우에만 재판을 통해 이혼할 수 있게 허용하는 것이죠. 우리 민법 840조에는 재판상 이혼 원인을 6가지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배우자에게 부정행위가 있었
이재용 삼성 부회장을 향한 고언
삼성발 빅뱅(대규모 사업개편)이 경제계의 화두다. 최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발표에 이어 대규모 추가 사업개편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삼성전자의 삼성SDS 합병설은 그 중 하나다. 합병 수혜주로 꼽히는 SDS의 주가는 5월 한달간 30% 이상 크게 올랐다.하지만 ‘머니게임’이 사업개편의 본질은 아니다. 삼성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보도자료에서 사업 시너지를 강조했다. 하지만 삼성이 불과 얼마 전 시너지가 없다며 합병설을 부인한 것을 기억하는 투자자들로서는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결국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방배 경찰서의 도서관 습격사건
방배경찰서의 도서관 습격사건이라고 들어보셨는지. 최근 A도서관에서 들은 ‘웃픈’ 이야기다. 말 그대로 방배경찰서 기동대에서 A도서관으로 출동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열람실 같은 자리로 매일 ‘개근’하다시피 하는 할아버지와 청년의 자리싸움이 주먹다짐까지 확대됐다는 것이다. 항상 앉는 자리라며 방심한 할아버지가 필통만 하나 덜렁 올려놓고 외출한 사이, 그 자리에 젊은이가 와서 앉았다는 것. 내 자리다, 도서관에 개인 자리가 어디 있느냐, 시비가 붙어 버렸다.관련 이야기를 기사로 썼더니 역시 세대별로 반응이 달랐다. 중장년 세대는 아무래
성완종 파문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즘 해외 바이어들을 만날 때면 고개를 들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해외 출장이 잦은 한 기업인이 들려준 얘기다. ‘검찰의 기업 사정’이나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대해 종종 물어오기 때문이란다. 해외 업체는 여기에 연루된 기업과는 거래를 피하기 위해 묻는다지만, 질문을 받는 한국 기업인으로선 치부를 들킨 듯한 기분을 느끼는 것은 단순한 자괴감의 발로만은 아니다.한국 주식시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라는 낙인을 갖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시장 가치가 다른 나라 기업 가치에 비해 저평가되는 현상을 일컫는 말
최고의 품격! 위로를 팝니다?
“자, 이제부터 미지의 세계로의 모험을 함께 시작해보겠습니다!” 순간 귀를 의심했다. 놀이공원에서 들을 법한 얘기가 ‘마크 로스코전’의 오디오 가이드에서 흘러나오는 것이 아닌가. 사실 이 말은 연극 ‘레드’의 대사다. 하지만 맥락 없는 인용 탓에 느닷없게 들리고 말았다. 전시장 벽에는 작가의 어록과 작품 설명이 빼곡히 들어찼다. 눈을 감고 명상하라, 자리에 앉아 명상하라고 권하기도 한다. 부모들은 자녀에게 배우 유지태가 녹음한 오디오 가이드를 들려주며 “이 그림이 바로 위로를 주는 치유의 그림”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한 시간 이
사쿠라에 취한 워싱턴과 한국외교
벚꽃에 흠뻑 취해버렸다. 벚꽃 마츠리(벚꽃축제)에 들뜬 일본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미국의 워싱턴DC를 놓고 하는 이야기다.매년 4월 워싱턴은 벚꽃에 휩싸인다. 워싱턴시 주위를 흐르는 포토맥 강을 따라 3700그루가 피워내는 벚꽃 물결이 그야말로 장관을 이룬다.워싱턴 시민과 관광객들은 이 화려하고 이국적인 꽃을 보며 봄의 정취를 만끽한다. 매년 시 관광 수입의 35%를 벚꽃축제 기간에 거둬들일 정도로 워싱턴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그런데 워싱턴의 벚나무들은 미국 대륙에는 없던 식물이다. 일본산 벚나무가 워싱턴에 들어온 것은 불과 7
알리샤 검사장을 찾아온 그들
사무실 문을 열자 샴페인과 꽃을 비롯한 온갖 선물들이 그를 맞이합니다. 알리샤 플로릭 주 검사장. 6년 전 순진무구한 전업주부였던 그에게 주 검사장은 감히 상상하기조차 힘든 자리였습니다. 하지만 로펌 동료들의 환호도 잠시, 불편한 손님들이 줄줄이 찾아옵니다. 갑부 레드메인은 검찰청의 차장검사로 자신이 선호하는 변호사를 임명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마약왕’ 비숍은 진행 중인 자신에 대한 수사를 멈춰달라 요구하죠. 하루 전만해도 그들은 모두 알리샤의 당선을 위해 정치자금을 대주던 ‘은인’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채권자’로 돌변한 그들의
대통령과 언론부터 바뀌어야 산다
“성완종 스캔들로 모든 경제 이슈들이 실종됐다.”경제5단체의 한 상근부회장이 최근 기자와 만나 탄식하며 한 말이다. 노동시장 개혁, 공무원 연금개혁, 복지와 증세 논란, 최저임금 인상, 일자리 창출, 저물가와 저성장이 병행하는 디플레이션 등 당면한 경제사회 현안들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많은 경제인들은 개혁을 위한 ‘골든타임’을 또 다시 허송세월하게 됐다고 허탈해한다.그럼에도 내일 세상이 무너지는 게 아니라면 다시 힘을 내야 한다.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사회적 대타협밖에 없다는 데 대다수 국민들이 동의한다. 하지만 최근…
14만권의 책은 그렇게 하늘로 간다
4월23일은 ‘세계 책의 날’이다. 오래 됐다. 그 기원이 셰익스피어(1564~1616)와 세르반테스(1547~1616)까지 거슬러 올라가니까. 영국과 스페인의 대 문호가 공교롭게도 같은 해 같은 날 세상을 떠났고, 스페인 축제 전통 중에는 이날 즈음 남자는 꽃 한 송이를, 여자는 책 한 권을 서로에게 선물했던 풍습이 있다. 말 그대로 소박한 선물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출판인회의나 교보문고 등이 책을 사는 독자들에게 장미 꽃 한 송이를 선물하는 작은 축제를 열곤 한다.아마도 그래서였을 것이다. ‘세계 책의 수도(World B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