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를 보며…
매일 신문을 보면서 주목할 기사에 형광펜을 긋는다. 그런데 지난5월13일치4매정도짧은기사에형광펜노란색이가득했다.워싱턴포스트의첫여성편집국장기사(중앙일보 김선미 기자)였다. 눈길이머문곳이많았다.1.1월말부터새편집국장을물색했다: 5월11일발표했다. 국장찾기에석달이상을들였다.한국언론사들은 암묵적으로정해놓기도하지만,때론1~2주일만에후닥닥해치우는경우도많다.비교됐다.2.샐리버즈비(55)신임워싱턴포스트편집국장은직전까지 AP통신편집국장이었다:우리와는채용시스템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지만, 다른언론사현직국장도 후보로 둔다는 게 인상적이었다.3.버즈비는
전혀 새롭지 않은 청년들
젊은 피의 등장. Z세대가 온다. 90년대생이 온다. 뭐가 이렇게 오기만 하는지. 미디어에선 청년이 자주 나타난다. 개념 없고, 자기중심적이고, 역사의식도 부족한 SNS 중독자의 모습과 우리 회사에, 우리 정치에 새바람을 가지고 올 감각적인 일꾼의 모습으로. 최근엔 표심 분석을 위해 그 이름도 알쏭달쏭한 이대남과 이대녀로 정치인들의 반짝 관심사가 되었다.오기만 하는 청년의 얼굴은 쉴 새 없이 바뀐다. 그렇다면 바로 옆에 있는 청년의 얼굴은 어떨까. 통계로 확인해봤다. 보건복지부가 작성한 2020년 응급실 내원 자살 시도자 현황을 분
문화예술에 등장하는 성소수자, 변화의 징조?
지난해 일본에서는 한국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다음으로 이태원 클라쓰가 인기를 얻었다. 이태원 클라쓰에선 주인공 박새로이(박서준)가 운영하는 포차 단밤 요리사로 트랜스젠더 마현이(이주영)가 등장하는데, 그는 드라마 속 요리 경연 프로그램에서 우승하고 주목을 받았다. 이것이 계기가 됐는지 일본 친구들한테 한국에서 LGBT에 대한 관심은 어떠냐는 질문을 여러 번 받았다. 생각해보면 최근 몇 년 사이에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 성소수자가 등장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한국 언론을 보면 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라는 말은
미디어 산업의 혼종 혁신 역사
최초로 산업화된 매스 미디어는 영화였다. 미국 최초의 영화 제작자였던 토마스 에디슨이 세운 영화사는 1910년대까지 미국 영화 시장 점유율 12위를 다퉜다. 하지만 할리우드를 꽃피운 것은 영화 산업 아웃사이더였다. 모피 사업으로 큰 돈을 번 아돌프 주커(Adolph Zuckor)는 희가극을 공연하는 극장을 운영했다. 당시 태동하던 영화를 상영하면서 그는 관객들의 선호와 공급되는 영화간 괴리가 크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소유 극장 4곳을 팔아버리고 3년간 전국을 돌며 영화 관객의 반응을 관찰했다. 일종의 관객 데이터를 수집한 것이
김의겸의 공영포털이 안되는 이유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정부주도의 공공포털(공영포털 혹은 열린뉴스포털)을 최근 제안했다. 정부가 재정을 지원해 제3의 포털뉴스사이트를 만들고 학계시민단체언론사로 구성된 편집위원회가 양질의 뉴스를 노출시키자는 제안이다. 공영포털에 들어오는 언론사에는 정부광고를 우선집행하는 유인책도 내놓았다. 김 의원은 현재의 포털은 일종의 정치적 포르노에 비유할 수 있다. 가학성과 선정성, 패륜적 조롱에 타락했고, 질낮은 기사가 모이고 고여 악취를 풍긴다고 말했다. 비유가 심하긴 하지만 대체로 동의한다. 하지만 그 대안이 정부주도 포털이라는 게 당
정치와 언론의 합작품이 낳은 슬픈 풍경
진영논리라고들 하는데, 아예 진영이 없이 살 수는 없다. 우리가 세상의 원리를 다 알지 못하는데 세상만사 모든 것을 어떻게 혼자서만 판단하겠는가. 그런 점에서, 세상이 진영논리라고 부르는 것의 문제는 진영과 그것에 속한 이들의 어떤 특정한 측면이다. 그리고 그것의 핵심은 반대할 대상을 정해놓고 반대를 위해 모든 것을 동원하는, 총력전의 정치에 있다.김어준씨와 그가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은 정치권 초미의 관심사다. 보수야당은 거의 모든 논리를 동원해 김어준씨의 퇴출을 주장한다.실제 저널리즘의 기준으로 볼 때 김어준씨의 활동은 문제가 심
화석연료에서 산업경쟁력을 찾지 마시라
기후변화 이슈에서 언론의 역할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설파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기후위기가 몰고 올 산업생태계의 변화를 포착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것 또한 언론의 책무다.한국 언론은 기후위기 시대의 책무를 다하고 있을까. 방향 제시는커녕 변화를 막는 장벽이 되진 않았나. 매일경제는 4월12일자 석탄발전 수출, 이젠 금융지원 없다(1면)에서 정부가 곧 있을 기후 정상회담에서 해외석탄발전에 대한 금전 지원 중단 방침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기사에선 이번 결정이 석탄발전 산업생태계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지난 여
오늘도 여성이 살해당하고 있다
세 모녀가 자신의 집에서 살해당했다. 살해 용의자는 현장에서 자해한 상태로 시신과 함께 발견됐다. 충격적인 사건의 경찰 수사결과는 언론을 통해 매일 조금씩 더 알려졌다.수사권이 없는 기자들은 경찰의 발표를 좇아갈 수밖에 없다. 사건에 쏠리는 관심이 커지면서, 경찰이 피의자로부터 확보한 진술 하나하나가 기사가 된다. 24시간 속보를 쏟아내는 온라인 환경에서 취재 경쟁이 심할수록 기사의 파편화는 더 심해진다.노원구 세 모녀 살해사건으로 불리다가 가해자의 신상이 공개된 뒤 김태현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사건. 사건의 첫 보도 이후, 앞
직업으로서의 기자
수습 때부터 알고 지내며 지금도 종종 만나는 타사 동료기자에게 들은 말이다. 나이가 들어 (지방의) 고등학교 동문 모임에 몇 번 나간 적 있다. 처음엔 옛날 이야기 하다, 그 다음엔 주식 이야기, 부동산 이야기, 돈 번 이야기, 바람 핀 이야기, 내가 낄 곳이 없고 재미가 없더라. 우리는 그래도 나라 걱정, 세상 걱정 이야기 하지 않느냐고. 세상의 모든 동문 모임들이 다 그러진 않으리라 생각한다.기자 생활을 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가장 많이 만난 사람이 기자들이다. 기자들의 많은 특징 중 하나는 잘난 척이다. 잘난 척에 남녀
#MeToo 그 후… 어떻게 보도하느냐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가 여성이 많은 이사회는 회의 진행에 시간이 걸린다 등의 발언으로 여성 비하라는 비판을 받고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난 이후 일본 신문이나 잡지 등에서 성평등에 관한 보도나 특집이 늘어나고 있다. 이웃나라 한국에서는 어떤지 나에게 한국의 성평등 관련 취재 의뢰가 들어왔을 정도다. 나는 주로 영화를 전문으로 하기 때문에 예를 들어 영화 촬영 전 성희롱 예방 교육을 어떻게 하는지 한국의 선진적 사례를 소개했다.한국에서는 2018년 서지현 검사가 자신에 대해 성추행을 했던 검찰 간부를 고발한 후…
당신 만의 캐비닛을 만들어 뒀나요?
플랫폼 노동의 경험을 담아 2020년 11월 르포르타주를 한 편(뭐든 다 배달합니다) 펴냈다. 사회 현상을 담은 책을 내다보니 몇몇 언론사에서 인터뷰 요청을 해왔다. 십 수 년 인터뷰어(interviewer)로만 살아오다 인터뷰이(interviewee)가 되어 보는 색다른 경험을 했다. 사전에 질문지를 받지는 않았다. 어차피 내가 열 가지를 이야기해도 기자는 한 가지 주제를 뽑아내 쓸 것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난 두서없이 신나게 떠들었다. 너무 중구난방으로 이야기해 인터뷰를 끝내고 나올 때는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훌륭한
업(業)의 재정의
지난 8년간 워싱턴 포스트(WP)의 격변기를 이끈 마틴 배런(Martin Baron) 편집국장이 보름 전 퇴임했다. 2013년 말 그의 취임 당시 WP는 지역 신문을 고수하고 있었다. 로컬 수익 모델을 가진 글로벌 신문이라는 기묘한 정체성은 그 후 반년 만에 깨졌다. 제프 베조스가 WP 인수 직후 글로벌 뉴스 기업을 표방했기 때문이다.업(業)의 재정의는 어느 기업에나 중요하지만 언론계에서 제기되는 일은 드물었다. 신규 진입자가 거의 없는 과점 체제에서는 별 쓸모없는 질문이었을 것이다. 팩트 기반의 보도 불편부당 같은 직업 윤리가 모
포털, 뉴스에서 손을 떼라
최근 MBC 스트레이트는 포털 네이버와 다음 뉴스가 보수매체에 편향되어 있고 진보매체 배제 성향을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네이버 모바일 마이뉴스 추천에서는 보수언론 48%, 통신사 24%, 방송-중도언론 24%, 진보언론 3.6% 비중으로 기사를 보여준 것으로 나타났다. 포털이 보수편향일까? 포털 뉴스의 장점을 살펴보자. 다양한 언론 기사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다. 진보, 보수, 중도의 관점을 두루 접할 수 있고 다른 성별/세대가 어떤 뉴스에 관심이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시사, 연예, 스포츠 등 모든 종류의 기사를 볼 수 있다.…
백신 접종, 등수 매길 일인가
먹고 사느라 시사평론가 직함으로 이런저런 방송 출연을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분장을 해야 하는 일이 많다. 어느 날은 분장사들이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질문을 하는 거였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우리나라만 맞는 거죠?, 부작용이 상당하다는데 괜찮을까요?당신네 방송에 연일 의사들이 나와 백신은 안전하다고 하지 않느냐고 반문하려다(아마도 분장사들은 비정규직일 것이다) 말았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아는대로 최선을 다해 설명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이미 해외에서 수천만명이 맞았고 접종을 미룰만큼의 부작용은 확인된 바 없다, 오히려 특정…
기후위기 극복이라는 시대정신
학부 마지막 학기가 끝났던 2019년까지 필자는 기후변화에 관심 많은 언론사 지망생이었다. 본격적인 수험생 생활 시작을 앞두고 언시생들이 한 번쯤 찾는다는 한터(한겨레 배움터)에서 기초 강의도 듣고, 신문 스터디도 시작하며 마지막 학기를 보냈다.수험 생활을 포기하기까지 거창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해 9월21일 대학로 앞에서 기후위기 비상행동의 집회가 개최됐다. 기후정상회담을 앞두고 전세계적으로 400만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던 대규모 시민 운동의 일환이었다. 이날 국내 기후관련 집회 중엔 처음으로 5000명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