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곳에서 아이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때도 흔들림을 줄이고 싶다.’ 문득 떠올린 생각이 집에 도착할 때쯤 실현돼 있었다. 송은석 동아일보 기자는 대학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버스 안에서 인공지능(AI)과 한 시간가량 대화하며 아이폰의 셔터 스피드를 조절하는 애플리케이션(앱) ‘1/250’을 개발했다.
‘코딩 문외한’이지만 ‘바이브 코딩(Vibe Coding)’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한 지 3개월, 그 사이 6개가 넘는 프로그램을 만든 송은석 기자를 10월2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났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코딩을 몰라도 원하는 기능을 말로 설명하면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시대”라면서 “다른 기자들도 꼭 도전해봤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송 기자가 프로그램 개발을 시작한 건 올해 광복절을 앞두고 기획 기사를 준비할 때였다. 한 선배가 생성형 AI 클로드(Claude)로 인물을 모자이크하는 기능을 만들었다며 보여줬다. 연세대 신학과를 졸업하고 스스로를 ‘뼛속까지 문과’라고 칭했던 송 기자는 “‘이게 된다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과거엔 화상팀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처리해야 하는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그제야 코딩을 몰라도 필요한 도구를 직접 만들 수 있을 만큼 AI 활용의 문턱이 낮아졌다는 것이 실감났다. “그때부터 AI를 활용할 수 있는 방향에도 특이점이 왔다 싶었어요. ‘나도 할 수 있겠는데?’ 싶은 생각이 들어서 도전했습니다.”
프로그래밍 언어를 전혀 모르는 송 기자는 ‘좌 챗GPT, 우 클로드’ 기법으로 코딩한다. 만들고 싶은 프로그램이 생기면 챗GPT로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제안서를 만들고, 이를 클로드에 입력해 코딩을 맡기는 식이다. 그는 “클로드의 경우 UI(사용자 인터페이스) 구현에 능숙하지만 사용량 제한에 금방 걸린다. 챗GPT는 분석에는 강하지만 그래픽 작업에서는 원하는 결과가 잘 나오지 않을 때가 많다”며 “두 AI에게 역할을 나눠 맡기면 더 효율적으로 코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발 아이디어는 일하며 느낀 불편함에서 나왔다. “어릴 때부터 반복 작업을 유난히 싫어했다”는 송 기자는 매일 해야 하지만 하기 싫은 일을 자동화할 방법을 찾았다. 사진을 이어 붙이는 ‘이음’, 모자이크 도구 ‘마킹’, SNS 영상을 화질 저하 없이 사진으로 추출하는 ‘FRAME’, 셔터 스피드 조절 앱 ‘1/250’, 사진부 근무표 작성 프로그램 등이 그렇게 탄생했다. 그의 표현대로 “불편함을 느끼는 순간이 곧 기획서가 된 셈”이다.
직접 도구를 만들다 보면 현장에 필요한 기능을 더 세밀하게 구현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현장의 불편은 현장에 있는 사람이 가장 잘 알잖아요. 개발자에게 부탁하면 모자이크 도구는 만들 수 있겠지만 모자이크를 어느 정도로 적용해야 적절한지는 사진기자가 가장 잘 알거든요. 도구의 쓸모는 그런 디테일에서 결정된다고 봐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기자가 AI로 자신의 업무를 직접 개선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봤다. 그렇기에 다른 기자들에게도 “AI를 사용해보라”고 적극 권장하고 있다. AI를 활용해 업무 효율을 개선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기자가 자신의 기사를 마음대로 ‘꾸밀 수 있는’ 시대라는 설명이다. “과거엔 인터랙티브 기사를 만들기 위해선 개발자, 뉴스디자인팀과의 협업이 필수적”이었지만 지금은 “기자가 직접 인터랙티브를 구현할 가능성이 생겼다”는 것이다.
다만 시작부터 거창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AI를 활용하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겠다는 기자들에게 송 기자는 “우선 AI한테 말을 거는 것부터 시작해 보라”고 제안했다. 귀찮은 일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AI에게 물어보는 것부터가 코딩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그는 “거창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나한테 당장 필요한 사소한 것을 만들어보는 게 중요하다”며 “처음에는 나만 쓰면 된다. 남이 쓸 걸 생각하면 복잡해진다”고 덧붙였다.
코딩에 재미를 붙인 송 기자는 요즘도 출퇴근 시간을 활용해 AI와 대화하며 새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최근엔 아이폰 하나로 사진 촬영부터 캡션 작성, 송고까지 마칠 수 있는 앱을 개발 중이다. 이처럼 일하는 방식을 하나씩 바꿔온 송 기자는 개발한 프로그램들을 한창 설명하던 중 이렇게 덧붙였다. “모든 기자가 AI를 써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각자 일하는 방식이 다르니까요. 다만 저는 AI 덕분에 일이 훨씬 편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