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자지만 얼굴 없는 기자로 살고 싶었다. 그만큼 눈에 띄는 게 싫었다. 한동오 YTN 기자의 얘기다. 그런 그가 요즘엔 심심찮게 영상에 얼굴을 내보인다. 유튜버처럼 셀프 카메라를 드는가 하면 실험 영상까지 찍는다. YTN 유튜브 채널에서 ‘여기, 잇슈’ 콘텐츠를 만들면서부터다.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이슈를 현장 취재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이 콘텐츠는 시작한 지 두 달이 채 안 됐지만 벌써 누리꾼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서울에서 인천공항 택시비가 69만 원? 그 택시기사 만났습니다> 영상은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서울에서 인천국제공항까지 택시비로 69만원이 나왔다는 외국인 관광객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이 논란이 되자 사실관계를 확인한 영상이었는데, 기자가 직접 택시회사로 찾아가 단순 실수였다는 걸 밝혀낸 게 입소문을 탔다. 7월1일 올라온 이 영상은 현재 조회 수 283만을 넘었고 댓글만 4500개 넘게 달렸다.
이 영상뿐만이 아니다. <흰 옷 입고 CGV 갔다 날벼락>, <편의점 사장님 뒷목 잡게 만든 범인(?)…캣초딩 우유 발주 사고> 등의 영상들이 연이어 화제가 되며 ‘여기, 잇슈’는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지금까지 올라온 21개 영상의 총 조회 수는 약 545만회. 영상 한 개당 평균 26만 조회 수를 기록했단 소리다. “사실 영상별로 조회 수 편차가 굉장히 커요. 얼굴 나오는 거 되게 싫어하는데, 어느 순간 얼굴을 드러낸 것도 조회 수가 잘 나오지 않아 형식을 바꿔본 거거든요. 너무 기자의 틀에 갇혀 있나 싶어 유튜버 느낌을 내본 건데 의외로 반응이 나쁘지 않더라고요. 다만 아직도 어떤 영상이 터지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계속 실험하고 콘텐츠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단계에요.”
영상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기자 혼자서 제작하고 있다. 취재부터 촬영, 편집, 업로드까지 모두 그가 직접 한다. 프리미어프로, 포토샵, 애프터이펙트 같은 프로그램도 ‘여기, 잇슈’ 콘텐츠를 만들면서 처음 배웠다. 모르는 건 동료에게 물어보고, 그래도 안 되면 생성형 인공지능(AI)에 물어보면서 만들었다고 했다. “저 혼자 버스랑 지하철 타고 다니면서 취재하고 촬영하는데, 오히려 이게 더 편하더라고요. 보통 일주일에 세 개 정도 영상을 올리는데 취재부터 편집까지 하루 반 정도 걸리는 것 같아요. 너무 품을 들이기보다는 이슈가 사그라지기 전에 빠르게 내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이슈를 취재하다 보니 별의별 일도 터진다. 세 번 중 한 번꼴로 취재가 무산되는 건 기본, 영상을 올린 후 뜻밖의 후폭풍을 맞닥뜨릴 때도 있다. 편의점에서 키우던 고양이가 대량으로 우유를 발주해 사장님이 부랴부랴 할인 행사에 들어갔단 미담 영상도 그중 하나였다. ‘이런 뉴스들만 있으면 세상이 아름답기만 할 것 같다’는 훈훈한 반응과 별개로 ‘식품 판매하는 곳에 왜 동물을 키우느냐’는 항의성 댓글도 달렸는데, 결국 본사에 신고가 들어가면서 고양이가 며칠 뒤 편의점에서 쫓겨났다. “뭔가 의도와는 다르게 이런 일들이 벌어지니 마음이 안 좋더라고요.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자주 발생하는데 그러면서 또 많이 배우는 것 같습니다.”
한 기자는 과거 말랑말랑한 글쓰기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주제는 ‘검찰 개혁의 민낯’으로 다소 무거웠는데, 상세한 설명과 맥락이 담긴 ‘와이파일’에 댓글이 5000개 넘게 달리는 등 많은 호응을 얻었다. 그 특성은 7년이 지난 지금 ‘여기, 잇슈’에서 다시 한 번 빛을 발하고 있다. “그냥 제가 좀 B급 기자여서 그런 것 같아요.(웃음) 출입처보다는 탐사기획이나 제작부서 쪽에 오래 있었는데, 좀 더 이해가 잘 되게끔 풀어 쓰는 게 버릇이 된 것 같습니다.”
6월 디지털콘텐츠팀으로 옮긴 한 기자는 그 전엔 6·3지방선거단과 편집부에서 일했고, 이전엔 노동조합에서 공정방송추진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그래서인지 인터뷰 말미, 한 기자는 꼭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했다.
“사실 ‘여기, 잇슈’가 화제가 된 건 그냥 개인기이고 지금 YTN 구조에선 이런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게 어렵거든요. 유진그룹이 오고 나서 자유도가 굉장히 많이 위축됐고 좋은 기획이나 단독 보도가 많이 줄었어요. 빨리 정상화가 돼야 시청자 분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많이 만들 수 있을 텐데. 내부에서 저희 구성원들이 열심히 싸우고 있으니까요. 부디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