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방송 통합 논의가 필요하다

[언론 다시보기] 한선 호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지역방송을 키워드로 구글 '나노 바나나 프로'로 생성한 이미지. /한국기자협회

전남광주통합특별시(광주특별시)에는 지상파 방송국이 7개가 있다. 생각보다 많다고? 맞다. SBS 민방 계열사인 광주방송(KBC)을 제외하고 KBS와 MBC에 각각 3개 사가 운영 중이어서 모두 7개 방송국이 광주특별시를 관할구역 삼아 방송을 송출하고 있다. KBS는 광주에 있는 총국이 순천과 목포의 지역국을 관장하는 직영국 형식인데, 총국이 인사와 예산을 담당하기 때문에 지역국은 사실상 지부에 가깝다. 반면에 MBC는 광주, 목포, 여수가 동등한 계열사 지위를 갖고 있다. MBC는 서울의 본사를 제외하고 전국 16개 시도에 같은 위상을 가진 계열사가 독립채산제 형태로 운영 중이기 때문이다.


한국 방송산업 역사의 산증인들인 이들 지상파는 그동안 몇 번의 변화를 거쳐 왔다. KBS는 1973년 공사 체제로 전환한 뒤 80년 언론통폐합을 거치며 전국에 25개 지역국까지 운영된 적이 있다. 이 시기 광주특별시 지역에는 여수KBS가 활동했다. 이후 KBS는 2004년 대규모 구조개혁을 단행해 현재의 시스템(9개 총국, 9개 지역국)을 완성했다. MBC는 한때 19개 계열사까지 운영된 적이 있지만 2011년 진주와 창원 MBC를 통합하여 MBC경남을 출범시킨 것을 시작으로 강원권과 충북권의 계열사를 통합해 현재 16개 계열사로 정리했다.


그러나 잘 알려진 것처럼 방송산업, 그중에서도 지역방송 산업의 토대는 가혹할 정도로 열악해지고 있다. 방송광고 수익의 급전직하를 비롯해 시청자들의 외면 등 이중삼중의 어려움이 겹치면서 당장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광주전남 통합을 계기로 지상파 방송을 통합하는 게 어떠냐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어쩌면 지역방송의 체질을 개선하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지 모른다는 기대와 우려 속에 사뭇 진지하게 논의를 제기하는 쪽도 있다.


관련하여 공적인 논의가 보다 본격적으로 전개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그간의 생각 몇 가지를 정리해 보려고 한다.


우선, 지역방송의 통합은 창조적 파괴를 수반하는 통합이어야 한다. 3곳에 분산된 조직을 기계적으로 통합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조직의 비전과 정체성을 재정립해 시스템 전체를 근본부터 혁신하는 대개조여야 한다. 현재 지역방송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는 중앙의 본사 조직을 규모만 축소한 채 수십년째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변화한 미디어 환경에서 보도국, 편성국, 뉴미디어국, 사업국, 총무국, 기술국 형태를 지속하는 것은 모바일 퍼스트 또는 모바일 온리를 지향하는 현재의 미디어 환경에 결코 부합하지 않다. 따라서 지역방송의 통합은 보다 과감한 조직개편을 통해 방송을 외면했던 이들의 마음을 움직일만한 콘텐츠를 만들고 유통시킬 수 역량을 가진 조직으로 거듭나는 방식이어야 한다.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은 방송저널리즘의 미래가 마냥 어둡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OTT와 글로벌 콘텐츠 제작사 등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뉴스미디어로서 지역방송의 역할은 아직 수명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기 때문이다. 다만, 기존방식을 답습하는 방송 저널리즘이어서는 안 된다. 방송뉴스를 모바일 퍼스트 환경에 적합한 포맷으로 콘텐츠화하여 배포할 수 있는 뉴스미디어로 거듭날 때 비로소 경쟁력이 생긴다. 이를테면 방송뉴스를 세로형 영상뉴스, 카드뉴스, 유튜브에 최적화된 해설 콘텐츠, 뉴스 팟캐스트 등 다양한 포맷으로 재가공해 유통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즈음에서 뉴스는 보도국 취재기자가 담당하는 영역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면 틀렸다. 이미 뉴스와 정보의 경계가 흐려진 디지털 환경에서 그런 구분은 의미 없다. 모바일 콘텐츠는 중요도가 떨어지므로 프리랜서나 비정규직 인력이 만들어도 된다는 현 수준을 답습해서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한마디로 지역방송을 뉴스미디어 조직으로 과감하게 재편하고 모바일 퍼스트 콘텐츠를 다각도로 생산할 수 있는 조직으로 통합해야 한다(교양과 다큐와 같은 제작 기능을 없애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반론이 제기될 수 있고, 허심탄회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한선 호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지역방송이 그럴 준비가 된다면 다음 단계로 새로운 시스템이 정착할 때까지 물적 토대를 든든하게 지원해 주는 제도와 정책이 설계되어야 한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적극적인 역할은 물론, 경남과 부산 등 일부 지역에서 이미 시행 중인 지역미디어 조례를 제정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지방정부 견제를 지방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앞서 제도를 도입한 지역을 참고하면 영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마지막으로 논의는 어디에서 시작할 것인가? 머지않아 본격화될 공영방송 사장 입후보자들의 경영 비전에서 직접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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