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한국 언론은 포털의 알고리즘과 씨름해 왔다. 네이버는 2018년부터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알고리즘 검토위원회를 운영하며 뉴스 추천 방식의 주요 팩터를 공개해 왔다. 물론 이 실험에는 근본적 한계가 있었다. 알고리즘은 스스로 학습하며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특정 시점의 검토 결과가 다음 순간의 알고리즘을 온전히 설명해 주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뉴스 유통의 주요 창구인 포털이 자사의 핵심 자산인 알고리즘을 외부 검증에 맡기고 그 설계 논리를 공개하겠다고 나선 것 자체는 뉴스 콘텐츠 공급자인 언론에 대한 설명책임 차원에서 나름의 의미를 지닌다.
소셜미디어 시대에는 유럽연합이 디지털서비스법(DSA)을 통해 대응 수위를 높였다. 대형 플랫폼에게 추천 알고리즘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도록 의무화하고, 일정 규모 이상 사업자에게는 독립 감사까지 받도록 했다. 자율 검증에서 법적 강제로, 알고리즘 거버넌스는 이렇게 한 단계씩 진화해왔다.
그런데 지금 뉴스 생태계에 나타나고 있는 변화는 이전과 질적으로 다르다. AI가 검색과 뉴스 소비의 관문이 되면서, 언론사와 독자를 이어주던 ‘링크’라는 연결 고리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가 발표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6’에 따르면 AI로 뉴스를 소비하는 비중은 지난해 7%에서 올해 10%로 성장했으며,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14%의 이용률을 보였다. 특히 심각한 문제는 AI로 뉴스를 소비할 경우 출처인 언론사 링크를 클릭하는 비율이 4%에 불과해 트래픽 기반 온라인 비즈니스 모델이 붕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콘데 나스트 CEO 로저 린치는 매년 검색 트래픽이 내부 예측보다 더 크게 감소해 “이제 검색은 없다고 가정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언론사들은 뉴스 콘텐츠의 AI 인용률을 높이기 위하여 이른바 AEO/GEO(AI 답변 엔진 최적화) 전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문제는 이 전략의 지속가능성이다. 정작 구글 검색팀의 실무 책임자들조차 팟캐스트에서 AEO나 GEO는 검색의 새로운 규칙이 아니라 기존 SEO(검색엔진최적화)의 하위 범주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기계적 꼼수는 지금 당장은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시스템이 업데이트되고 발전할수록 효과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이는 언론사가 아무리 정교하게 AI의 인용 패턴에 맞춰 콘텐츠를 다듬어도, 플랫폼이 알고리즘의 가중치 하나만 조정하면 그동안의 노력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것은 개별 언론사 차원에서 대응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언론산업 전체가 직면하고 있는 구조적 위험 요인이다.
결국 필요한 것은 개별 언론사의 최적화 전략이 아니라 AI 알고리즘 자체에 대한 사회적 거버넌스다. 포털 시대의 알고리즘 검증위원회도, 소셜미디어 시대의 디지털서비스법도 결국 ‘알고리즘 블랙박스를 사회가 들여다볼 권리’를 확보하려는 시도였다. AI 시대에도 이 원칙은 유효하지만, 지금까지의 규제 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실제로 호주 정부가 뉴스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빅테크에 부과금을 물리는 법안을 추진하면서도 오픈AI 같은 생성형 AI 플랫폼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듯, 소셜미디어 시대에 설계된 규제는 AI 확산이라는 현실을 아직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세 가지 층위의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 첫째, 언론계와 플랫폼 업계, 학계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AI가 뉴스를 인용하는 핵심 팩터를 점검하고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둘째, 언론 콘텐츠가 AI 학습과 답변 생성에 활용되는 만큼 기여도에 상응하는 공정한 보상 체계를 개별 협상이 아닌 산업 차원의 표준 계약으로 정립해야 한다. 셋째, 고품질 저널리즘 콘텐츠의 AI 인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에 가중치를 주는 품질 기반 팩터 도입도 검토할 만하다.
알고리즘 하나가 바뀔 때마다 언론의 생존 기반이 통째로 흔들리는 시대, 그 알고리즘을 누가 어떻게 들여다보고 통제할 것인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고품질의 좋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언론매체가 AI 시대에도 안정적으로 생존할 수 있도록, AI 알고리즘의 핵심 팩터에 대한 최소한의 사회적 거버넌스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