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는 어떻게 '젠더갈등'이 되는가

[언론 다시보기] 김미선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학술연구교수·<여사장의 탄생> 저자

김미선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학술연구교수.

4월14일 한국은행은 <남성 청년층 경제활동참가율 하락 추세 평가>라는 제목의 이슈노트를 발표했다. 이를 다수 언론 매체에서 보도했다. 문제는 자료에 대한 언론의 해석, 즉 관점이었다. 많은 언론보도에서 남성 청년의 경제활동이 감소한 주된 원인을 여성 청년, 특히 대졸 이상의 고학력 여성의 탓으로 돌렸다. 국민일보는 <고학력 여성에 밀려 일터에서 사라지는 2030 남성들>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밀린다”라는 표현은 국민일보 외에도 문화일보, 한국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비즈, 서울경제, 이데일리 등 상당수 매체에 등장했다.


조선일보는 <여성·AI에 치이는 한국 25~34세 남성들>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이에 오마이뉴스에선 “치인다”라는 표현을 지적하며 <조선일보 데스크에 묻습니다, 여성이 덫입니까>라는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진보언론인 한겨레신문은 사설에서 “남성 청년이 급변하는 인구구조와 기술 환경 속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으로 내몰”린다는 해석과 함께 시급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2025년 현재 한국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20년째 OECD 하위권이며, 성별 임금 격차가 OECD 회원국 중 가장 큰 국가이다. 여성 노동시장의 구조적 불평등을 고려한다면, 여성 청년을 남성 청년 고용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해석은 과도하다. 이처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를 다루며 ‘젠더갈등’을 조장하는 언론보도가 쏟아지자, 미디어오늘은 <여성에 치여 남성 취업 못 한다? 갈라치기 보도와 맥락 빠진 통계>라며 관련 보도를 지적하는 기사를 실었다.


젠더데스크가 있거나 성평등 언론 매체를 지향하는 언론사는 이를 어떻게 다뤘을까. 젠더데스크를 둔 경향신문은 <남성 청년층 경제활동참가율 ↓···고학력 여성 증가·고령화·AI 등장에 취업 난항>, <국내 남성 청년층 경제활동참가율, OECD 국가 중 가장 가파른 하락세>라는 제목을 달았다. 보고서에서 언급한 원인을 두루 언급하며 다층적 요인을 드러내고자 했다. 여성신문은 <25년 새 여성 25.1%p↑, 남성은 7.6%p↓>라는 제목을 통해 성별에 따른 청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 변화 수치를 전달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러한 보도는 남성 청년의 경제활동참가율의 감소 원인을 고학력 여성에게 돌리며 남녀경쟁과 갈등을 부추기는 보도와는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결국 ‘젠더갈등’의 조장 여부가 언론의 선택이자 책임임을 보여준다.


‘젠더갈등’을 조장하는 다수의 언론보도도 문제지만, 보고서를 처음 발표한 한국은행도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남성 청년의 경제활동참가율이 감소한 원인으로 “고학력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어나면서 경쟁이 심화되었다”라는 점을 우선순위로 언급했다. 즉 한국은행이 노동시장에서의 남녀경쟁이라는 구도를 설정하고, 고학력 여성을 남성의 경쟁상대로 위치시켰기 때문이다. 여성과 남성을 경쟁 구도로만 해석한 관점은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2005년 이후 지금까지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남성보다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성 청년의 경제활동참가율 증가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변화다. 설령 여성 청년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증가했다고 하더라도, 성별 임금 격차는 물론 성별 직종·업종 분리, 유리천장은 여전하다. 또 상당수가 중소·영세 사업체를 비롯해 저임금의 비정규직 등 불안정 일자리에 쏠려있다.(신경아. 노동시장은 성평등해지고 있나?: ‘젠더갈등’과 노동시장의 성별 격차. <여성학논집> 41집2호) 이러한 여성 경제활동의 실상을 고려하지 않은 채 통계 수치를 단편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젠더갈등’과 같은 문제를 초래한다.


언론보도가 ‘젠더갈등’을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조장 혹은 강화한다는 지적은 이미 여러 차례 있었다. 언론이 갈등을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고, 그것이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성찰할 수 있어야 한다. 편집국의 기사가 보도되기 전에 젠더 관점에서 기사에 부적절하거나 편견을 강화하는 표현이 없는지를 모니터링하고 대안까지 제시하는 젠더데스크의 설치는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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