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이 두 달 가까이 이어지며 장기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이어 또 하나의 전쟁이 더해지면서 한국 언론도 다시 전쟁 보도의 한복판에 서게 됐다. 그러나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우리는 이 전쟁을 제대로 전하고 있는가.
국내 언론의 전쟁 보도는 여전히 외신에 기대고 있다. 속보 경쟁 속에서 해외 주요 매체를 인용하는 방식이 반복된다. 문제는 인용이 아니라 의존이다. 전쟁의 배경과 흐름을 우리 시각으로 풀어낸 보도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이번 중동 전쟁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이번 보도의 초점은 빠르게 경제로 쏠렸다. 국제 유가와 증시, 국내 산업 영향이 주요 기사로 보도된다. 특히 에너지 가격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관련 보도가 집중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물론 전쟁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짚는 일은 중요하다. 하지만 숫자만으로 전쟁을 설명할 수는 없다.
현장에서도 비슷한 한계가 반복된다. 기름값 변동은 빠르게 따라가지만, 그 전쟁에서 누가 어떻게 피해를 입고 있는지는 충분히 전해지지 않는다. 취재 의지의 문제라기보다 구조적인 한계에 가깝다. 중동을 오래 취재해 온 기자나 이란 사회를 잘 아는 기자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외신에 기대는 방식이 반복된다. 결국 현장의 모습은 간접적으로 전달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서 전문성은 쌓이지 않는다. 기자 개인이나 조직적으로 전문성을 키우기도, 경험을 축적하고 공유하기도 쉽지 않은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뉴미디어에서 해외 프리랜서 기자들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들은 유튜브·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현지에서 촬영한 영상과 인터뷰, 체류 경험을 바탕으로 전쟁의 실상을 전달한다. 단순한 사실 전달을 넘어 ‘왜 이 전쟁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설명과 분석도 내놓는다. 한국 언론이 놓치고 있는 지점이다.
전쟁 보도 환경은 더 까다로워지고 있다. 인공지능(AI)이 군사 영역에 활용되면서 드론 타격 영상이나 교전 장면이 실시간으로 확산된다. 동시에 정교한 가짜 정보와 영상이 쏟아져 사실 확인은 더 어려워졌다. 이제 전쟁 보도는 취재를 넘어 검증 능력과 기술 이해를 동시에 요구받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기본적인 질문이다. 왜 이 전쟁이 시작됐는지, 누가 피해를 보고 있는지, 국제 사회는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같은 것들이다. 이런 질문이 빠지면 보도는 사실과 현상 전달에 그칠 수밖에 없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더 세심하고 깊이 있게 짚어야 할 부분이 많다.
이번 중동 전쟁은 한국 언론의 한계를 드러낸다. 동시에 어떤 방향이 필요한지도 보여준다. 외신을 옮기는 데서 멈추지 않고, 복잡한 사안을 균형 있게 분석하며, 우리 시각에서 배경과 흐름을 설명하는 보도가 필요하다. 특정 지역을 꾸준히 들여다보는 취재도 이어져야 한다.
하루아침에 해결될 사안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부터 방향을 잡지 않으면 같은 고민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전쟁은 반복되고 있다. 보도까지 제자리일 필요는 없다. 지금처럼 외신 번역과 경제 기사에 머무른다면, 다음 전쟁에서도 우리는 같은 기사만 반복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