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의 보도통제 지침을 거부한 기자들이 집단으로 출입증을 반납하고 기자실에서 짐을 뺐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15일(현지 시각) 미 워싱턴 국방부 청사 펜타곤에서 40~50명이 출입기자들이 출입증을 반납한 뒤 소지품을 챙겨 퇴거했다. 뉴욕타임스와 CNN,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언론은 물론 외신인 AFP, 알자지라, BBC도 동참했다. 친 트럼프 매체로 분류되는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를 비롯해 뉴스맥스, 워싱턴타임스, 데일리콜러, 워싱턴이그재미너 등도 짐을 뺐다. 2007년부터 국방부를 출입한 낸시 유세프 디애틀랙틱 기자는 AP통신 보도에서 “슬픈 날이지만 한편으론 기자단이 똘똘 뭉쳤다는 점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앞서 미 국방부는 기밀 여부와 무관하게 사전에 승인받지 않은 내용을 보도할 경우 출입 권한을 박탈한다는 내용 등이 담긴 서약서에 14일 오후 5시까지 서명할 것을 출입기자들에게 요구했다. 응하지 않을 경우 24시간 내 출입증을 반납하고 청사를 떠나야한다고 통보했다. 극우 매체로 평가받는 ‘원아메리카뉴스’만 해당 지침에 서약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방부 기자단인 펜타곤 기자협회는 15일 성명에서 “오늘 국방부는 미국 내 거의 모든 주요 언론사 소속 펜타곤 기자들의 출입증을 압수했다. 국가 안보 관련 보도를 범죄화하고 서명자를 잠재적 기소 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는 암묵적 위협을 담은 새 언론 정책에 기자들이 서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기자협회 회원들은 계속 미군 관련 보도를 계속할 것이다. 다만 분명히 말씀드리건대 오늘 2025년 10월15일은 언론의 자유가 어두워진 날이다. 정부의 투명성 강화, 국방부의 공공 책임성, 모든 이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미국의 의지가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킨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취임 후 벌어졌다. 폭스뉴스 앵커 출신인 헤그세스 장관은 그간 언론과 줄곧 마찰을 빚어왔고 공식 기자회견은 두 차례만 열었다. 기자가 안내직원 없이 청사를 돌아다니지 못하게 하고, 기사 관련 정보 유출 경로를 파악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미국 내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은 부정직하다”며 14일 헤그세스 장관을 두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