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자 추첨, 풀뿌리 언론 참여… 이재명 대통령 첫 기자회견

역대 가장 빠른 취임 30일만
예정시간 넘겨 120분 진행
질문자 15명 중 4명 지역언론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한 달을 맞아 공식 기자회견을 열었다. 역대 여러 대통령들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과 비교해 가장 빠른 행보로 이번 자리는 주목받았다. 전임 대통령 당시 질문매체의 편중, 다양성을 두고 논란이 있었던 바 현장 추첨을 통해 질문매체를 선정하고, 풀뿌리언론을 참여시키는 새 방식이 도입된 게 눈에 띈다. 다만 취임 30일만의 기자회견은 국정 구상을 묻고 답하는 데 치중될 수밖에 없었고, 결과적으로 더 다양한 현안에 대한 설명이 이뤄지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에서 출입기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 대통령은 3일 오전 10시부터 낮 12시2분까지 청와대 영빈관에서 기자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을 했다. 당초 100분으로 계획됐던 자리는 예정보다 20여분을 넘기며 첫 회견임에도 상당히 긴 시간 진행됐다. 대통령과 기자 간 거리를 가까이 배치하고, 연단을 없앴으며,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타운홀 미팅’ 방식을 택했다. 무엇보다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가장 빠른 공식 기자회견으로 이번 자리는 주목받았다. ‘꼭 100일이어야 할 이유가 없고 정부추진 방향을 직접 설명하겠다’는 대통령 의중이 반영된 결정이란 언론보도가 나왔다. 김영삼, 김대중, 문재인, 윤석열 전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맞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300일을 넘겨 첫 기자회견을 연 바 있다.

이날 추첨을 통해 질문매체를 선정하는 새 방식이 도입돼 눈길을 끌었다. 회견은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의 사회로 대통령의 모두발언과 질의응답, 마무리발언 등으로 나뉘어 진행됐는데 민생·경제, 정치·외교, 사회·문화 등 총 세 분야에 자유질의를 포함한 ‘질의응답’ 과정이 이 방식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대통령실 기자단 간사인 뉴스1, 뉴데일리, OBS 기자가 각각 매체·분야별 질문함에 든 출입기자 명함을 1~2장씩 뽑고 여기 추첨된 기자들에게 질문권이 돌아가는 식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에서 출입기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날 총 15개 매체 기자가 대통령에게 질문했는데 추첨을 통해 선정된 매체는 5곳이었다. 윤석열 정부 당시 대변인의 지목 등으로 질문자가 정해졌는데 기자회견 때마다 ‘정부에 비판적인 매체가 질문을 하지 못했다’는 매체편중·제한 논란이 불거졌었다. 추첨 방식은 이 같은 논란과 더불어 그간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질문자와 질문내용을 사전에 정하며 ‘짜고 치는 고스톱’이란 비판이 나온 지점을 의식해 도입된 방안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기자들은 질문 분야를 크게 의식하지 않고 매체별 관심사를 적극 질문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대통령이 직접 질문 매체를 정한 경우(15명 중 7명)에도 이런 기조는 나타났다. 질문자를 지정해달라는 대변인 요구에 이 대통령은 특정 매체명을 거론하는 대신 “왼쪽 앞에서”, “여성 먼저”, “맨 뒤에 계신 분” 등 언급으로 질문자를 정했다. 예정된 100분을 지난 시점, “조금 더 하시되 통신사들한테 기회를 좀 주시죠”라며 직접 매체를 거론한 사례는 연합뉴스와 뉴시스가 전부였다. 논란이나 정파적 해석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풀뿌리 지역 언론을 참여시켜 질문 기회를 준 것도 과거 대통령 기자회견과 비교되는 점이다. 이날 “대통령실 출입기자뿐만 아니라 지역언론 중에서도 자치와 분권을 지향하며 지역발전을 위해 애쓰는 풀뿌리 언론을 권역별로 안배”해 온라인으로 참여시키고 미디어월을 통해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먼저 손을 든 매체에 질문권이 돌아가며 충북 옥천군의 옥천신문이 질문을 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출입 등록이 안 된 매체를 기자회견에 참여시키고 별도의 질문기회까지 준 사례는 그간 없었다.

추첨을 통한 질문매체 선정은 결과적으로 ‘지역 불균형 문제’에 대한 이재명 정부의 방침이 집중 설명되는 결과를 낳았다. 추첨에서 지역매체가 많이 선정됐기 때문이다. 이날 질문권을 얻은 매체는 통신사 3곳(뉴스1, 연합뉴스, 뉴시스), 종합일간지 1곳(아시아투데이), 경제지 2곳(머니투데이, 서울경제), 방송사 2곳(채널A, KTV), 인터넷매체 1곳(미디어펜), 외신 2곳(AFP, 산케이신문), 지역신문 4곳(경남일보, 강원도민일보, 울산신문, 옥천신문) 등이었다. 규모가 큰 종합일간지나 지상파 방송사, 상당 종합편성채널은 질문기회를 부여받지 못한 결과였다. 앞서 윤석열 정부 당시 기자회견에선 지역매체 소외를 비판한 성명 등이 나온 것과 비교해 달라진 점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에서 출입기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취임 30일’, 이른 기자회견이 진행되며 그간의 정책에 대한 평가보다 앞으로의 국정운영에 대한 방향을 묻고 답하는 데 방점이 찍힐 수밖에 없었던 측면도 있다. 실제 기자들의 질문은 ‘취임 후 한 달 소회 및 야당과 협치 방안’, ‘주 4.5일제 시행시기’, ‘대북정책 구상’, ‘추경안 기대효과’, ‘소멸위기 지역 극복방안’, ‘검찰청의 공소청 전환 타임라인’, ‘미국 관세협상 상황’, ‘일본과 협력구상’, ‘전공의와 의대생 문제 해결복안’, ‘지역 공공기관 이전’, ‘제왕적 대통령 우려에 대한 제도보완’, ‘수도권 1극 체제 극복’, ‘소수자 권리 보호 제도 마련’, ‘대미, 대일 정상회담과 휴가계획’, ‘신도시 공급대책’ 등으로 구상을 묻는 데 집중됐다. 불가피하게 답변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재질문이 못 이뤄진 한계도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언론과 스킨십 시도 맥락으로 읽히는 이 대통령의 발언도 여러 차례 나왔다. 옥천신문 질문에 대한 답에 앞서 이 대통령은 “어디서 많이 보던 분 같다. 옥천신문은 제가 시민운동 할 때 저도 사실 지역 언론을 만드는 게 그때 여러 목표 중 하나였는데 아주 모범적 사례로 제가 많이 언급했던 신문인데 이렇게 보게 돼서 반갑다”고 했다. 추첨 방식에 대해선 “이게 무슨 주택 추첨하는 것도 아니고”라고 했고, 이에 질문기회를 받은 한 기자가 “제가 원래 굉장히 이런 운이 안 좋은데 오늘을 위해서 그동안 운이 안 좋았던 것 같다”는 대화가 오가기도 했다. 일본 외신기자에 대해선 “점심 먹을 때 같이 한 번 봤던 분이신가”라는 말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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