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통위원장, 2인 체제 전횡은 안 된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헌법재판소가 1월23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을 기각했다. 지난해 8월2일 취임 사흘 만에 탄핵소추 돼 직무가 정지됐던 이 위원장은 이 결정으로 174일 만에 업무에 복귀했다. 이에 따라 이 위원장은 3년 임기동안 방송통신정책을 이끄는 중차대한 임무를 맡게 된다. 경위야 어찌 됐든 위원장의 직무정지로 산적한 방송통신정책 현안들이 반년 이상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만시지탄이다.


지난해 국회는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키면서 법률과 헌법 위반 등 소추 사유로 4가지를 제시했다. 대통령이 임명한 위원장과 상임위원(김태규)으로만 구성된 ‘2인 체제’로 KBS 이사 추천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정 건 등을 심의한 점, KBS와 방문진 이사에 전문성과 대표성을 고려 않은 인사를 임명했다는 등이 국회가 지목한 소추 사유였다. 이 중 헌재는 방통위 ‘2인 체제’ 결정의 적법성 여부를 중점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보인다. 8명의 재판관 중 적법하다는 의견과 위법하다는 의견이 4대 4, 정확히 절반씩으로 갈릴 것은 그 고민의 깊이를 방증한다. 비록 탄핵 인용 정족수(6명)에 미치지 못해 탄핵소추안은 기각됐지만, 이번 결정은 ‘2인 체제’의 적법성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될 것임을 의미한다.


헌재에서만 ‘2인 체제’를 둘러싼 다툼이 벌어진 것이 아니다. 지난해 KBS 야권 성향 이사들이 박장범 사장 후보에 대한 KBS 이사회의 임명제청 결의에 대해 제기한 가처분 신청에서 법원은 방통위의 ‘2인 체제’ 결정이 위법하다고 보지 않았다. 반면 앞서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등이 이 위원장과 김태규 위원의 방문진 신임이사 결정에 대해 낸 임명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등에서 법원은 2인 체제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했다. 정치권의 정략적 계산 때문에 2023년 8월 이후 방통위 2인 체제가 지속되면서 법적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이런 배경을 감안하면 이 위원장이 직무 복귀 일성으로 “(헌재가) 2명의 상임위원만으로도 행정부가 필요한 업무를 하는 것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강조한 것은 부적절하다. 2인 체제가 방통위를 합의제 기구로 운영하라는 방통위법의 입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례가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복귀 이후 처리해야 할 현안으로 KBS1TV, MBC 등 지상파 재허가와 구글과 애플의 인앱결제에 대한 과징금 부과 등을 꼽으며 신속한 의사결정을 예고했다. 야권 이사를 포함한 5인 체제가 구성된 뒤 정책 결정을 내리는 것이 최선이지만, 정국 상황을 감안하면 5인 체제 구성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적 불안정성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일부 사안 의결은 불가피하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하지만 의결 정족수에 대한 논란이 해소될 때까지 이 위원장의 기타 직무수행은 최소화되는 것이 옳다. 특히 논란의 여지가 많은 결정은 법적 논란이 해소될 때까지 손을 대서는 안 된다. 가령 KBS 감사, EBS 이사 선임, 방문진 이사진 개편 등 여야의 정쟁을 유발할 공영방송의 경영, 이사진의 임명과 관련된 사안 등의 처리는 후순위로 미뤄두는 것이 정도다. 야당 역시 정략적 계산을 접어두고 신속히 방통위 상임위원을 추천해 법적 분쟁을 해소할 수 있는 5인 체제 완성에 진심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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