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 연휴 기간 가장 화제가 된 키워드 하나를 꼽으라면 ‘딥시크’를 빼놓을 수 없다.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선보인 생성형 AI 모델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며 국내 언론도 다양한 활용, 분석, 전망 기사들을 내놓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빅테이터 분석 시스템 빅카인즈에 딥시크를 검색해보면 이달 1일부터 29일까지 총 473건의 기사가 나왔는데, 그중 약 90%인 422건의 기사가 설 연휴인 27~29일 사흘간 쏟아졌다.
20일 딥시크가 추론 특화 모델 ‘딥시크-R1’을 출시했을 때만 해도 일부 언론만 보도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24~25일(현지 시각) 미국 경제매체 등이 딥시크의 급부상에 실리콘밸리가 긴장하고 있다는 보도를 연이어 내놓고 미국 증시도 출렁이자 국내 언론도 본격적으로 주목하기 시작했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2023년 5월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서 설립된 딥시크는 미국의 제재로 첨단 반도체 사용이 제한된 상황에서도 뛰어난 성능의 오픈소스 AI 모델을 선보이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이 개발한 AI 모델이 미국 애플 앱스토어에서 가장 다운로드 많이 된 앱(어플리케이션)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일으켰다.(29일 기준 국내 앱스토어에서도 1위)
딥시크는 증권시장에서도 파문을 일으켰다. 직격탄을 맞은 건 엔비디아였다. 연합뉴스는 28일 기사에서 “27일(현지시각) 뉴욕 증시에서 ‘딥시크 충격’으로 반도체 관련주가 일제히 급락하는 가운데 엔비디아 주가가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엔비디아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무려 16.97% 폭락해 코로나19 초기였던 2020년 3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시총은 하루 만에 5890억 달러(약 850조원)가 증발해 뉴욕증시에셔 역대 단일 기업으로 하루 최대치의 시총 감소 기록을 썼다.
연합뉴스는 “딥시크의 등장에 엔비디아가 더 큰 충격을 받는 것은 AI 모델 개발에 필수적인 것으로 여겨졌던 엔비디아의 최첨단 AI 칩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한겨레도 이날 〈딥시크가 뭐길래 엔비디아가 대폭락해?…중국 AI 돌풍〉 기사에서 “중국이 개발한 딥시크가 저렴한 비용으로 우수한 성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기존 인공지능 관련 기업들의 경쟁력에 의문이 생겼”다는 분석을 전했다. 딥시크가 자신들의 AI 모델을 훈련시키는 비용으로 단 560만달러만 썼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AI 선두주자인 오픈AI가 최신 인공모델인 GPT-4 훈련에 들인 비용은 1억달러 이상이다.
한겨레는 “딥시크 돌풍과 기존 인공지능 기업들 주가 대폭락은, 미국의 인공지능 등 첨단분야에서의 기술 규제를 중국이 극복해냈음을 보여줬다는 분석도 있다”면서 “오히려, 중국에 대한 미국의 기술규제 및 공급망 분리인 디커플링이나 디리스킹 정책이 중국의 자급자족적인 기술굴기를 야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딥시크를 향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일단 딥시크가 자체 발표한 것만큼 AI 훈련 비용이 적게 들지 않았을 거란 지적이 있다. 조선일보는 29일 〈'딥시크 쇼크'에 출렁인 美 기술주, 하루 만에 반등〉 기사에서 미국 CNBC 보도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발언 등을 인용해 “딥시크가 엔비디아 고사양 AI반도체를 구입하느라 공개한 투자 금액보다 더 많은 금액을 썼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딥시크의 광범위한 정보 수집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정우 네이버 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 센터장은 27일 딥시크의 프라이버스 정책 약관을 분석, “수집하는 정보가 매우 광범하게 많다”며 “사용장비 정보는 물론 키보드 입력 패턴이나 리듬, IP 정보, 장치 ID 등은 기본에 쿠키까지 싸그리” 수집하고 “당연하게도 수집한 사용자 정보는 중국 내에 있는 보안 서버에 저장”되니 “미리 잘 주지하고 고려해서 사용해야겠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이 글은 다수 언론에 인용되어 보도됐다.
매일경제신문은 29일 〈딥시크에 시진핑·톈안먼 물으니…“다른 얘기하자” 답 피했다〉 기사에서 ‘딥시크를 둘러싼 3대 논란’을 다루기도 했다. 개발비가 지나치게 축소됐다는 의혹, 개인정보 수집 문제와 더불어 지적된 건 검색 내용의 검열 여부다.
매일경제는 이 기사에서 “딥시크에 시진핑 주석에 대해 영어와 중국어로 묻자 ‘죄송하다. 답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 다른 얘기를 하자’는 답변이 나왔고, ‘톈안먼 사태’에 관한 질문에도 ‘답변할 수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도 〈돌풍 일으킨 中 AI ‘딥시크’, “시진핑은 누구?” 질문에 ‘입 꾹’〉 기사에서 “외신에선 딥시크가 중국 관련 내용을 실시간으로 검열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면서 기자가 직접 딥시크와 나눈 문답 내용을 소개했다. 여기서도 역시 딥시크는 “시진핑 주석은 어떠한 사람이야?”라는 물음에 “안녕, 이 질문은 답변할 수 없어. 우리 화제를 바꿔서 대화하자”라고 답변했고, “곰돌이푸 귀엽지?”라는 질문엔 동의하면서도 “시 주석과 닮았나”라는 말에는 답변을 회피했다. ‘푸’는 시 주석을 풍자하는 소재로 사용돼왔다.
동아일보는 “딥시크는 ‘중국 주석이 누구냐’는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면서 “사실상 ‘시진핑’이라는 단어가 검열을 받는 듯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