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 집단폭행… 법원 테러에 무참히 짓밟힌 언론자유

[서울서부지법 폭동]
한국기자협회 등 9개 언론단체 "폭도들 내란죄 엄벌"

대한민국 법치주의의 최후 보루인 법원이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의 무차별 폭력에 뚫렸다.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도 무참히 짓밟혔다. 19일 새벽, 지지자들은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이 구속되자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난입해 폭력 사태를 일으켰다. 지지자들은 ‘죽여도 괜찮다’며 취재진을 향해서도 무자비한 폭행을 가했고, 이로 인해 10여명의 기자들이 부상을 당하고 취재 장비가 파손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19일 서울서부지법 폭동 당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7층 판사 개인 사무실을 돌아다니며 차은경 판사를 찾아내려는 모습. /JTBC

언론계는 분노했다. 한국기자협회 등 9개 언론단체는 20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 법치를 뒤흔든 폭도들에게 어설픈 관용이란 있을 수 없다”며 “마지막 한 명까지 찾아내 내란죄로 엄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단체는 현장 취재진에 대한 폭행과 장비 파손, 탈취 시도 등을 “전례 없는 충격적 행위”로 규정하며 “이 모든 책임은 불법 비상계엄을 획책하고 옹호·조장한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과 그 일당들에 있다. 이들은 사법부의 일관된 판단을 거듭 부정하면서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법치’에 정면으로 도전해 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헌정 질서와 언론의 자유는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며 “어느 하나가 침해되는 순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도 무너질 것이다. 폭도들을 내란죄로 엄벌해 대한민국의 근간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20일 서울서부지법 후문에 현판이 뜯어진 채 놓여 있다. /강아영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언론단체 관계자들은 폭도들의 취재진 폭행에 분노하며 동료들의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MBC 영상기자인 권혁용 한국영상기자협회 정책위원은 “먼저 분노한다. 2025년 1월, 바로 이곳 대한민국 서울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현장을 취재하던 취재진들을 향해 욕설과 침을 뱉고 따귀를 때리고, 더 나아가 넘어뜨리고 짓밟는 일이 발생했다. 그리고 그들이 기록했던 취재 장비를 뺏어가 취재된 내용물들을 훔쳐갔다. 이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 자리에 계신 다른 동료들에게 요구한다. 그들의 분노가 하루 전엔 MBC, JTBC, 또 다른 언론에 있었지만 내일 모레는 여러분을 향할지 모른다”며 “어떤 뉴스에서는 그날의 현장이 모자이크 돼 방송되고 있지만 집회 현장에서 초상권은 보호되지 않는다는 걸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우리를 폭행하는 그들의 얼굴이 방송된다는 것을 보여줘야 그들이 더 이상의 위험한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며, 현장에서 우리 중 누군가가 폭행을 당하고 있을 때 반드시 기록하고 그 영상은 공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호 방송기자연합회장도 “MBC, MBN 할 것 없이 여러 방송사의 영상기자들과 오디오맨이 폭행과 위협에 시달렸다”며 “그런데 보도된 게 전부가 아니다. 취재 차량만 보면 시위대가 달려와 차량 문을 못 열게, 내리지 못하게 방해하는가 하면 유튜버들이 온에어 상황에서 취재진을 조롱하고 도발하고 협박했다고 한다. JTBC 기자의 경우 온라인상에서 마치 폭도의 일원인 양 허위조작정보로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자들에 대한 시위대의 적의가 커진 게 한남동 집회 때문이라고 현장 기자들이 호소한다”며 “그때부터 경찰에 언론이 공격받지 않도록 좀 신경 써달라고 호소했지만 경찰의 반응은 별로 없다. 경찰은 취재진이 자유롭고 안전하게 취재할 수 있는 공간이 보장되도록 보호 대책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국기자협회 등 9개 언론단체는 20일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 옆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취재진을 폭행한 데 대해 가담자들의 엄벌을 촉구했다. /강아영 기자

언론단체들은 기자회견에서 정치권이 “극우 정치 깡패들과 과감하게 절연할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국민의힘은 이 폭력 사태를 끊임없이 선동해 온 의원들을 스스로 제명하거나 출당시켜야 한다”며 “윤상현 의원, 백골단을 국회에까지 끌어들인 김민전 의원, 이 사태를 성전으로 추켜세운 김재원 전 의원, 권성동 원내대표 등은 오늘 이 시간까지도 이 사태를 ‘물타기’하고 양비론으로 일관하면서 폭력을 조장하고 있다. 스스로 그만두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이어 “언론계도 극우 정치 깡패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생중계하는 일을 멈추라”며 “정제되지 않은 말들,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 주장으로 이 사태를 호도하고 있는 정치인의 발언이 바로 허위조작정보다. 그 허위조작정보가 거꾸로 사실을 공격하고, 정상적인 언론인들의 활동을 겁박하는 폭력으로 자라났다”고 지적했다.


박종현 한국기자협회 회장도 “우리 내부적으로 자성이 필요하다. 여기 있는 분들의 자성이 아닌 리더십의 자성이 필요하다”며 “따옴표 저널리즘, 속보 저널리즘을 참고 급하더라도 한숨 돌리면서 그들의 잘못을 여과 없이 드러내야 한다. 시민사회의 역동성을 믿고 같이 동참해 달라”고 언론계 참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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