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불법계엄 사태가 한 달 가까이 지났지만, 내란죄 핵심 피의자들의 ‘혐의 지우기’는 계속되고 있다. 언론의 의혹 보도를 싸잡아 ‘가짜뉴스’로 치부하며 언론탄압을 정당화하는 등 언론통제 시도는 계엄 후에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내란사태 핵심 피의자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변호인단은 12월26일 기자회견을 하면서 특정 언론사들의 취재를 거부했다. 앞서 변호인단은 MBC, JTBC 등은 기자회견에 참석할 수 없다고 밝혔고, 이날 기자회견장을 찾은 KBS, MBN, 채널A, 뉴스타파, 오마이뉴스, 뉴스핌 등도 취재가 거부됐다. 변호인단 측은 회견장 앞에서 기자 82명의 초청 명단이 적힌 문서를 들고 신분을 확인하며 입장을 통제했다.
반대로 외신인 로이터, 보수 성향의 뉴데일리, 스카이데일리 등은 명단에 없었지만 기자회견장에 입장했다. 보수 유튜버들도 참석했다. 변호인단 측은 진보나 보수 성향을 떠나 왜곡 보도를 하는 언론은 질문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취재를 거부당한 기자들은 거칠게 항의했다. 뉴스타파 기자는 “취재를 거부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며 “마음에 들지 않는 언론을 골라 차별하는 건 일종의 언론탄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 측은 “가짜뉴스 하는 곳은 언론탄압 해도 괜찮다”고 답하기도 했다.
언론단체들은 이를 두고 “일부 언론에 취재 특혜를 주고 내란범죄의 당위성을 설파하는 스피커로 삼겠다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기자협회와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전날 성명을 내어 취재 제한 철회를 요구하며,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나머지 언론도 취재와 보도를 전면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SBS는 기자회견 참석을 거부했다. 한국기자협회 SBS지회는 “변호인단이 일부 언론사의 취재를 불허하는 등 언론 취재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 모습은 부적절하다고 보고 취재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에서도 언론 보도는 물론 검찰의 공소장에 적시된 내용까지 가짜뉴스라 비판하며 내란 피의자 측의 입장을 ‘진짜뉴스’란 이름으로 유포하고 있다. 국민의힘 미디어특위는 12월23일 ‘가짜뉴스TF팀’을 가동하며 계엄 관련 “팩트체크가 부실한 보도에 대해서는 언론중제위원회 제소를 비롯한 모든 법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한 데 이어 27일부터는 ‘진짜뉴스 발굴단’이란 이름으로 사실과 여론을 호도하는 주장들을 내놓고 있다. 이날 검찰이 김 전 장관을 기소하며 공개한 공소장에 윤석열 대통령의 발포 명령을 포함한 범죄 혐의가 드러났음에도 이를 “픽션”이라며 일축한 김 전 장관 측 변호인단 입장문을 ‘진짜뉴스 발굴단’ 명의로 공유하기도 했다. 앞서 언론인과 정치인 등을 ‘수거 대상’으로 적시한 이른바 ‘노상원 수첩’이 공개됐을 때도 “이제는 수사기관까지 피의사실을 공표해 혹세무민하는 가짜뉴스를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같은 당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류제화 국민의힘 세종시갑 당협위원장은 12월2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12월3일 불법계엄은 자유민주주의라는 국민의힘의 핵심가치를 정면으로 위배했고, 김용현 전 장관은 계엄의 주동자로 기소됐다. 그런 피고인 김용현의 입장을 보도자료에 첨부해 배포한 국민의힘 미디어특위는 심각한 해당행위를 한 것”이라며 특위 해산을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내란정당 국민의힘은 뻔뻔한 흑색선전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29일 국민의힘을 향해 “내란 주범을 옹호하는 왜곡된 말들을 ‘진짜뉴스’라고 선전하며 내란 종식을 노골적으로 훼방 놓고 있다”고 비판하며 “국민의 명령인 탄핵을 부정하고 내란을 옹호하며 헌정을 유린하는 이들은 반드시 마땅한 죗값을 치러야 한다. 그것이 윤석열 내란 수괴와 그 하수인들이 무너뜨린 헌정 질서를 세우는 정도”라고 밝혔다. 언론노조도 앞서 성명을 통해 “윤석열의 내란 망령에 사로잡힌 국민의힘은 해체하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