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삭감 누구 때문이냐"… 대답없이 자리 뜬 방심위 간부들

37억원 삭감에 사무공간 2개 층 철수
노조 "류희림 퇴진이 해결 전제조건"

국회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편파 심의를 멈추겠다며 내년도 예산안의 10%를 삭감한 가운데 방심위가 직원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었지만 예산 삭감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방심위는 오늘(20일) 오후 직원들을 상대로 경영설명회를 열고 삭감된 2025년도 예산에 어떻게 대응할 방침인지 설명했다. 이날 오전 직원들이 류희림 위원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있는 사무실 앞에서 1시간 반 넘게 농성을 벌이며 책임 있는 설명을 요구한 데 따른 조치였다.

20일 서울시 양천구 방송회관 19층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직원들이 이현주 사무총장 등 간부들에게 내년도 예산 삭감 사태의 책임 있는 설명을 요구하며 농성하고 있다. /방심위 노조 제공

앞서 국회는 10일 내년도 방심위 예산을 36억 9000여만원 삭감했다. 정부가 제출한 367억원에서 10%를 깎은 것으로 경상비가 16억여원, 방송심의 활동비가 19억여원 줄었다. 방송 보도에 정치심의를 반복한 류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을 멈춰 세워야 한다는 취지에서였다.

설명회에서 직원들은 해결책을 요구하는 동시에 예산이 삭감된 원인이 무엇인지,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물었다. 또 초유의 예산 삭감 사태를 불러놓고 사과하지 않는 것이 맞느냐, 9월부터 국회에서 삭감안이 논의되는 동안 무슨 노력을 했느냐며 질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KBS 기자 출신인 이현주 사무총장과 이종육 기획조정실장은 류 위원장의 책임을 묻는 질문을 받고 자신들이 답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며 답을 피했고 자리에서 일어나 퇴장했다. 이에 항의하며 직원이 뒤를 쫓아가기도 했지만 두 사람은 돌아오지 않았다.

방심위는 서울시 양천구에 있는 방송회관에 사무공간으로 5개 층을 사용하고 있지만 내년 2개 층을 철수할 계획이다. 새해부터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추진되더라도 방송회관을 운영하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가 그사이 다른 임차인을 받으면 공간을 다시 늘리는 건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방심위가 임대 공간을 줄여 아낄 수 있는 경상비는 3억 9000만원가량이다. 여전히 경상비 항목에서 12억여원을 추가로 줄여야 한다. 업무추진비와 복리후생비, 인쇄용지나 토너 같은 사무 비품 등 고정적인 지출을 모두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직원들은 공간을 줄이고 사무실을 밀집해 써야 하는 건 근무조건 후퇴라며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류 위원장 사퇴가 예산 삭감 사태를 불러온 만큼 문제 해결의 전제조건이라며 류 위원장을 비롯한 간부들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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