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임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한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방송통신위원회의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을 요구하며 “항소하지 않는 것이 일차적인 사과의 표시”라고 밝혔다.
권태선 이사장은 19일 서울 마포구 방문진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이 계속 이런 판결을 내리는 것은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지키기 위해 만든 방통위가 오히려 그 반대의 역할을 하고 있는 현실을 바로잡으라는 지시라고 생각한다”며 “그 지시에 따라 더 이상 쓸데없는 소송전을 하지 않는 것이 일차적인 반성의 증표”라고 강조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이날 권 이사장이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방문진 이사 해임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방통위가 열거한 10가지 해임 사유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모두 “정당한 해임사유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권 이사장은 “결정문을 읽어보니 저에 대한 해임 사유를 재판부가 단 하나도 인정하지 않았다”며 “제가 실체적으로도,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는데 그걸 굳이 살펴볼 필요가 없을 정도로 아무런 해임 사유가 없는 사람을 해임했다고 법원이 인정해주었다. 또 감사원이 감사를 핑계로 방통위 해임 사유를 만들어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남영진 전 KBS 이사장도 승소..."집행정지 인용됐다면 KBS 지금처럼 안 됐을 것"
재판부는 이날 판결문에서 해고 사유인 ‘감사방해 및 감사지연’과 관련해 “방문진이 자료를 제출할 의무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감사방해 결과가 초래될 위험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방문진이 MBC가 생산·보유한 자료를 감사원에 제출할 의무가 있는지에 관해 “감사원은 MBC가 보유한 자료에 대해선 MBC를 대상으로 직접 제출을 요구해야 하고, MBC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이를 거부할 수 있다”며 “설령 방문진이 MBC의 경영을 관리·감독하는 기관이라고 해도 MBC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아 감사원에 다시 제출할 의무까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권 이사장은 “방문진과 MBC는 감사원의 감사 실시가 위법하다는 취지로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집행정지는 인용되지 않았지만 곧 항고심 결정이 있을 예정”이라며 “저는 항고심에서 이 위법하고 부당한 감사 실시에 대해 제대로 된 판단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아까 방통위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지만 해임 사유를 만들기 위해 헌법기관이 해선 안 될 일을 한 감사원도 마땅히 사과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권 이사장과 방문진 직원들은 현재도 감사원법 위반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권 이사장은 “감사 방해를 한 행위도, 공공기록물관리법을 위반한 일도 없다고 누누이 말씀드렸음에도 감사원이 관련 내용을 경찰에 넘겨 현재 경찰이 방문진 직원들, 심지어 저도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감사원이 얼마나 무리하게 해임 사유를 만들기 위해 억지를 부렸는지 보여주는 것이고, 경찰도 이번 판결 결과를 보고 더 이상 저나 MBC 직원들을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는 권 이사장에 이어 남영진 전 KBS 이사장의 해임 처분도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권 이사장은 “지난해 9월11일 저에 대한 해임처분 집행정지가 결정된 날 오후에 남영진 이사장님 집행정지는 기각이 돼 굉장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는데, 오늘 해임 처분이 취소돼서 법원이 어찌됐든 언론의 자유를 지켜주려 하셨다고 생각한다”며 “그렇지만 당시 남 이사장님의 집행정지가 인용됐다면 KBS가 지금 같은 상황이 되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사법부가 얘기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와 방송의 독립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훼손해선 안 된다는 것”이라며 “과거엔 그 가치가 훼손됐을 경우 즉각적인 사법통제인 집행정지를 안 받아들였는데 이제는 그것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현재의 방송법이 유지된다 하더라도 앞으론 이사진을 임의로 교체하는 방식은 시도하지 못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