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언론, AI 뉴스룸 도입에 박차…'전략'이 필요하다

AI 요약, 번역, 자동태깅, 검색지원 서비스 …텔레그래프, FT, 가디언 사례 등 주목

영미권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 매체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뉴스룸 도입에 박차를 가하며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자사 기사를 학습시킨 챗봇, 기사 자동 요약, 멀티모달 모델로 개선, 텍스트 외 포맷의 자동태깅 및 검색, 시각자료 보완 등 다양하다. 생성형 AI란 ‘게임 체인저’로 인해 전 세계 언론이 유사한 고민을 하고 있는 시기 국내 매체들이 뉴스의 전략적 활용, 자본·인력의 효율적 배치 등 보다 근원적인 영역에 대해 본격 고민을 할 때란 지적이 나온다.

지난 16일자 신문협회보에 따르면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The Telegraph)는 지난 3월부터 12개월에 걸쳐 뉴스룸에서 AI를 활용하기 위한 12가지 도구를 출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툴들은 펄스 AI란 내부 도구에 통합돼 운용 중이며 매체는 매달 뉴스룸에 새로운 AI 도구를 도입함으로써 향후 AI 분야의 시장 리더로 도약한다는 방침을 내보이는 상태다.

지난 16일자 신문협회보에 포함된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의 AI 도구 요약 설명 갈무리. /한국신문협회

12가지 도구를 미리 밝히지는 않았지만 현재 텔레그래프는 뉴스레터 상단에 AI가 생성한 요약을 사람이 작성하는 요약과 병행해 제공하고 있다. 그 결과 뉴스레터 클릭률(CTR)이 20% 늘었고, 특히 세션당 페이지 뷰가 유의미하게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텔레그래프의 기술 책임자 딜런 자크스는 “AI 요약이 실제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내부적으로 많은 논쟁이 있었지만 출퇴근길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에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하지만 AI 요약이 저널리즘을 탐구하는 데 방해가 된다면 장기적으로 조직과 저널리즘에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독자층 확대를 위해 AI 번역 기술도 실험 중이다. 생성형 AI를 사용해 회사 주요 팟캐스트인 ‘우크라이나: 최신 뉴스(Ukraine: The Latest)’를 우크라이나어, 러시아어 등 다수 언어로 번역해 제공한다. “매우 기계적인 방식으로 번역을 제공했던 과거의 기술과 달리 생성형 AI 기술은 팟캐스트 발표자의 목소리를 충실히 재현해 원어민들이 훨씬 더 이해하기 쉽게 번역한다”고도 부연했다. 그 외 ‘검색엔진 최적화(SEO) 헤드라인 생성기’, 미국 이용자를 위해 언어·문맥 수정을 제안하는 ‘현지화 도구’, 매체의 과거 콘텐츠를 쉽게 검색·활용할 수 있게 한 ‘편집 조사 도구’, 구독자 증감분이나 콘텐츠 참여도를 알려주는 AI 보조 도구 등이 언급됐다.

자크스는 “AI 도입 여부에 대한 학술적인 평가를 너무 많이 하기보다는 실행을 통해 학습하는 모델로 전환하라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상엔 수많은 도구가 있고 도구는 항상 바뀌며, 지난달엔 불가능했던 사용 사례가 이번 달엔 갑자기 가능해지기도 한다”며 “다양한 기술을 접하고 항상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성형 AI 개발을 위한 조직 내 역량에 투자해야 한다”며 “텔레그래프에선 약 6명의 직원이 생성형 AI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해 자사 콘텐츠를 학습시켜 챗봇 서비스를 제공하는 언론들이 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기후위기'란 특정 주제에 대해 챗봇을 운영 중이다. 사진은 "피자 박스가 제활용이 되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 /언론재단

앞서 지난 10월 하순 한국언론진흥재단(언론재단)은 ‘KPF디플로마-AI저널리즘 전문가 과정’을 영국 런던정경대에서 실시한 후 참석한 세계 주요 언론, AI 기술 개발 스타트업 등의 동향을 소개하고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이는 국내 언론들이 참고할 수 있는 개별 사례로서 의미도 있지만 무엇보다 언론사에 일관된 AI 전략 수립 및 추진, 투자 및 인력 배분 등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유념할 만하다.

언론재단의 2024년 6호 ‘미디어정책 리포트-해외 언론의 생성AI 활용 사례와 시사점’(오세욱 언론재단 책임연구위원)에 따르면 ‘언론사 자체 DB와 연계한 챗봇 서비스’는 세계 주요 언론이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대표적인 방식 중 하나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디언(Guardian)은 자사 콘텐츠 전반을 대상으로 독자들의 질문에 답변해주는 챗봇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기후위기란 특정 주제에 한정된 챗봇을 운영하고 있다.

‘기사 자동 요약’은 기본에 가까운 방식으로 남아프리아공화국 매체 ‘데일리 매버릭’, 스웨덴 신문사 ‘아프톤블라데트’는 챗GPT를 활용해 기사를 자동으로 요약해 제공하고 있다. 특히 아프톤블라데트는 자동 요약을 통해 젊은 층 유입률을 약 27% 늘렸다고 밝혔는데, 자동 생성 요약문에 “이 요약은 오픈 AI의 도구를 사용하여 작성되었으며 아프톤블라데트에 의해 품질이 검증됐다”고 명기한 방식을 참고할만하다.

언론재단은 “기사 자동 요약의 경우 생성 AI 적용이 비교적 어렵지 않은 영역으로 여러 언론사들이 실제 서비스에 구현하고 있는데 아프톤블라데트가 생성 AI 사용 내역과 명확한 책임에 대해 고지하는 방식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붉은 선으로 표시된 박스가 “이 요약은 오픈 AI의 도구를 사용하여 작성되었으며 아프톤블라데트에 의해 품질이 검증됐다”고 적힌 부분. /언론재단

텍스트 이외 이미지, 음성, 영상 등 다양한 데이터 포맷을 함께 처리하는 ‘멀티모달 모델’도 BBC와 로이터 등 언론에서 활용되고 있었다. 영상자료나 이미지를 AI를 통해 다양한 메타데이터 자동 태깅으로 구조화해주고 매체 내외에서 이용케 한 방식이다. BBC는 AI로 인해 얻은 추가 정보를 기자들이 검색할 때 선택할 수 있는 옵션으로 두면서 ‘웃는 표정의 사진’, ‘단체 사진’, ‘여성이 포함된 사진’ 등 조건을 선택해 이미지를 찾을 수 있게 했다.

통신사 로이터는 보유한 60만 개 이상 영상, 2300만장 이상 이미지, 1만장 이상 그래픽, 텍스트 기사를 한 데 모아 제공하는 ‘로이터 커넥트’를 서비스하면서 이용자의 검색, 파트너사들의 제작과정 간소화를 도모했다. 그 외 노르웨이에서 가장 큰 언론 중 하나인 VG(Verdens Gang), 미국 매체 ‘세마포’(Semafor)는 각각 실화 범죄 다큐, 기획물에 AI 애니메이션을 활용해 ‘제한적인 시각 자료’를 보완하고 있다.

언론재단은 언론사들의 생성형 AI 활용 방식을 ‘완제품 구매 후 제작에 활용’, ‘특정 기술을 빌려와 자신들에 맞게 적용’, ‘직접 구축’ 등 세 가지로 구분하며, “생성 AI 기술을 직접 개발해 적용하는 언론사는 해외에서도 로이터, 뉴욕타임스와 같이 비교적 규모가 크며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진 언론사들”이라고 설명했다. “API 등을 통해 기술을 가져와 자사에 맞게 수정해 활용하는 경우가 가장 많고”, “기사 요약 등 간단한 기능은 완제품을 구매해 활용하고 있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세계 언론사의 생성형 AI 활용방식과 사례를 정리한 보고서 내 표. /언론재단

미국 일부 AI 기업이 주도권을 잡은 지형에서 전 세계 언론이 비슷한 수준의 고민을 마주한 모양새다. 언론재단은 “우리나라 언론의 경우 비용의 문제로 인해 직접 구축이 어려울 뿐 빌려서 개선하는 수준에서는 해외 언론과 기술적으로 큰 차이가 보이진 않는다”며 “저널리즘을 강조하며 독자 후원에 상당 부분 이존하고 있는 가디언의 경우도 뉴스라는 상품을 다루는 별도의 팀과 독자 데이터 분석팀을 별도로 두고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 언론사들도 저널리즘을 강조하는 것을 넘어 뉴스라는 상품을 좀 더 전략적으로 다루기 위한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뉴스라는 콘텐츠를 만드는 기술적 차이는 우리나라 언론과 해외 언론 사이에서 크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이 콘텐츠를 전략적으로 어떻게 활용하며 자본과 인력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치하는지에 있어서 아직은 차이가 크다는 점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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