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인 사퇴했지만 '2인 방통위' 되풀이될 듯

이진숙 인사청문회 사흘 연속 열려
야당 반대에도 방통위원장 임명 강행 수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하루 연장되며 이례적으로 사흘간 진행되고 있다. 이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의 이상인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탄핵소추안 발의 및 자진 사퇴,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통위법)’ 중 방통위법 본회의 통과가 동시에 이뤄지며 여야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모두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선임과 맞물려 있는 사안들이다. 야당이 이진숙 방통위원장 임명 반대와 함께 친여 성향으로 재편될 방문진 이사 교체를 막아내겠다며 총력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방통위원장 임명 등 향후 일정에 이목이 쏠린다.

26일 자진사퇴 후 경기도 과천 정부청사에 나가고 있는 이상인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 /연합뉴스

이진숙 후보자 인사청문회 이틀째인 2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늦은 밤 이진숙 후보자의 자료 미제출을 이유로 ‘청문회 실시 계획서 변경의 건’을 추가 상정해 의결했다. 여당 의원들은 이에 반대하며 표결 직전 퇴장했다.

이날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해당 안건을 추가 상정하며 “노종면 의원이 어제(24일) 제안한 것이고 분명히 말했다. 이 후보자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버틸 경우 청문회를 26일까지 실시해 자료를 계속 받기로 했다”며 “후보자에게 어젯밤 늦게 자료 제출 요청을 했고 오전까지 자료를 제출하기로 했다. 자녀 입학, 외환, 출입국, 주식 매매, 가상화폐 매매 관련 자료인데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진 26일 인사청문회에서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개별 부처에 대한 인사청문회 사상, 유례없이 이진숙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3일에 걸쳐 하고 있는 데 대해서 위원장으로서 이해 말씀을 구한다”면서도 “이 후보자가 자료제출을 하지 않고 하루 이틀만 버티면 된다, 지금 후보자는 나는 오늘만 버티면 된다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민주당은 요식행위로 인사청문회가 진행될 수밖에 없는 인사청문회 관련 법안을 뜯어 고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했다.

여당 의원들은 사흘간 열리는 인사청문회에 대해 “전례 없는 상황” “정치적 사건” 등이라 표현하며 유감을 표했다. 국민의힘 과방위 간사인 최형두 의원은 “인사청문회는 후보자의 자질과 정책을 검증하는 게 목적인데 지금 체력을 검증하는 청문회로 변질되고 있다”며 “국회의 큰 악례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인사청문회 속개에 앞서 이날 오전 이상인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이 자진 사퇴한 데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의도 나왔다. 앞서 민주당은 25일 이상인 직무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이상인 직무대행은 이날 오후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으나 탄핵소추안이 발의되자 과방위에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불참했다.

정동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이상인 직무대행은 어제 청문회에 안 나오더니 오늘 사표를 냈다. 방통위는 국가의 중요한 제도적 자원인데 이런 식으로 상식을 벗어난 운영은 곤란하다”며 “지금 청문회 과정을 보면 이 후보자는 임명되더라도 탄핵이 발의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탄핵이 발의되면 다른 사람들처럼 즉각 사퇴할 건가, 용산과 조율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가정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답변할 수 없다”고 했다.

조인철 민주당 의원도 “잘 짜인 각본대로 이상인 직무대행은 오늘 자진 사퇴를 했다. 이 후보자는 이상인 직무대행 탄핵에 대해 국민들이 지탄할 것이라 했지만 그 대상이 적어도 민주당은 아닐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방통위의 행태를 보면 오로지 방송 장악을 위해 선수만 바꿔 가며 맹목적으로 결승점을 향해 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방통위 상임위원이 한 명도 없는 상황에서 가장 먼저 해야 될 일이 뭐냐”고 물었다. 이 후보자는 “방통위 상임위원회를 5명으로 완성시키는 것”이라며 “국회가 3명을 빨리 추천해주셨으면 한다”고 답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26일 오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과방위는 27일 이 후보자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조사를 위해 대전MBC를 방문해 현장 검증을 벌이기로 했다. 다만 이날을 마지막으로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 절차가 끝나면 윤 대통령은 방통위원장 임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의 경우 인사청문회 이틀 만에 임명됐다. 이에 따라 이르면 7월 말이나 8월 초 이진숙 후보자가 방통위원장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또 대통령실이 사퇴한 이상인 부위원장 후임을 곧바로 임명하고 나면 방통위는 대통령 추천 2인 위원으로만 방문진 등 공영방송 3사 이사진 교체를 의결할 가능성이 높다.

이날 민주당 주도로 발의된 방통위 의결 정족수를 현행 상임위원 2인에서 4인으로 늘리는 내용의 ‘방통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통과됐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곧바로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방통위원장 임명 이후 방통위는 당분간 ‘2인 체제’에서 주요 의결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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