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희림 기습연임에 잇딴 비판… "윤 정부 무너뜨리는 트리거"

방심위 노조 등 비판 성명
언론노조 "언론장악 몸통은 대통령"

23일 오후 7시 30분쯤 기습적인 연임에 직원들의 항의를 받다 차도로 뛰어들어 택시를 잡아 타는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박성동 기자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재위촉을 받은 당일 기습적으로 회의를 열고 위원장으로 다시 호선된 가운데 방심위 안팎의 비판이 잇따랐다.

언론노조 방심위지부는 24일 성명을 내고 “6개월 넘게 류씨의 퇴진을 요구하며 매일 1인 시위를 해온 방심위 직원들의 참담한 마음을 윤석열 대통령은 알까”라며 류 위원장의 연임이 "직원들에게 고문과 같다"고 규탄했다.

류 위원장은 전날인 23일 저녁 6시50분 예고 없이 회의를 열고 위원장으로 호선됐다. 직원 대부분이 퇴근한 상태였고 방심위 내부 전산망에는 6시52분에서야 회의 개최 사실이 공지됐다. 10여 분 동안 회의 중 회의실이 있는 층의 출입문은 모두 잠겨 있었다. 류 위원장은 문을 걸어 잠근 이유에 대해 “외부에서 방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방심위지부는 류 위원장의 ‘심의민원 사주’ 의혹과 비판적인 언론에 대한 표적·편파심의를 언급하고 “윤석열 대통령은 본인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아는가”라며 “어쩌면 윤석열 정부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트리거(방아쇠)가 될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도 이날 성명을 내고 “류희림씨는 정권의 언론장악 첨병으로 활약하며 역대 최악의 방심위원장으로 평가받아왔다”며 “그런 류희임을 다시 방심위원장 자리에 내리꽂은 것은 언론장악의 몸통이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점을 정확히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도 전날 성명에서 잔여 임기가 있는 5기 위원 허연회, 김우석 두 명을 6기 방심위원장 호선 회의에 참석시켜 “어거지로 도둑 회의를 열었다”며 “V1과 V2의 심기를 거스르는 방송은 앞으로도 결코 두고 보지 않겠다는 용산의 의중을 받는 류희림씨의 폭거”라고 비판했다. V1은 대통령, V2는 영부인을 뜻한다.

최 위원장은 “국회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류희림의 방심위를 멈춰 세울 것”이라며 “몰래회의로 방심위원장을 도둑질한 뒤 직원들을 피해 택시로 도망친 류희림씨, 뒷모습이 추했다. 다시는 방심위 근처에 얼씬거리지 말라”고 비난했다.

방심위는 여야 합의로 위원 정원 9명이 모두 구성되기 전까지 출범하지 않는 것이 관례다. 윤 대통령이 야권 추천 몫 위원 위촉에 소극적이어서 5기 방심위가 22일 임기를 끝낸 뒤 6기 방심위 출범까지는 몇 개월 정도 공백이 있을 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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