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신문사 유튜브 심의' 진짜 표적 따로 있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사회적 혼란 야기’ 조항을 구실로 신문사 유튜브를 심의할 수 있는 길을 열어버렸다. 방심위는 23일 통신심의소위원회를 열어 조선일보와 문화일보 유튜브 콘텐츠 책임자를 불러 의견진술을 들었다. 두 언론사는 신문사 최초로 방심위 의견진술에 출석했다.


방심위 통신소위는 이날 조선일보 유튜브 영상 ‘박은주·신동흔의 더잇슈(1월11일)’, 문화일보 영상 ‘허민의 뉴스쇼(2월13일)’에 대해 제재는 내리지 않고 ‘해당없음’을 의결했다. 하지만 이번 의견진술은 방심위가 처음으로 신문사의 온라인 콘텐츠를 심의한 선례를 남겼다. 정권에 비판적인 방송사 보도에 대한 집중적인 심의와 제재를 의결하고 있는 방심위가 신문사의 온라인 콘텐츠도 마구잡이로 심의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방심위는 그동안 방송사 보도와 마약·음란물 등 인터넷 불법·유해정보만 심의했다. 2008년 설립 이후 방심위에서 인터넷 보도와 신문사 유튜브 콘텐츠를 심의한 전례가 없다. 지난해 10월 방심위는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를 ‘가짜뉴스’라며 심의하려고 했다. 당시 뉴스타파가 “권력의 불법 검열에 굴종하는 선례를 남기지 않겠다”며 의견진술을 거부하자 방심위는 서울시에 공을 넘겨 신문법 위반에 따른 행정처분을 검토해달라고 했다. 뉴스타파를 제재하려고 했으나 인터넷 언론에 대한 심의 근거가 없어 흐지부지됐다. 그래 놓고서 이번에 신문사 온라인 콘텐츠를 심의한 것이다.


조선일보·문화일보 유튜브 콘텐츠 심의는 대수롭지 않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이날 통신소위에서 윤성옥 방심위원은 “사회질서 위반이라며 인터넷 언론을 심의했는데, 이게 다 선례로 남는다. 앞으로 어떤 정권이든 악용할 수 있고 그 단초를 제공했다”고 했다. 신문사 유튜브 콘텐츠 심의가 언론 길들이기로 변질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이번엔 ‘해당없음’으로 끝났지만, 방심위가 언제든 다른 언론사 유튜브 콘텐츠를 심의해 ‘삭제’나 ‘접속차단’ 등 제재를 내릴 수 있다. 물론 방심위 행정처분에 대한 신문사들의 불복 소송도 잇따를 것이다.


조선일보와 문화일보에 대한 의견진술은 시늉에 불과할 뿐, 방심위가 노리는 표적은 따로 있다. 아마도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정부·여당을 비판하는 정치 논평 등을 하는 특정 신문사 유튜브 채널을 겨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여기에 더해 방심위는 방송 보도를 넘어 인터넷 언론사 보도로 심의 대상을 넓히려고 하고 있다. 방심위는 지난 3월 학계와 언론계 등 전문가 5명과 사무처 직원 3명으로 ‘통신심의 제도 연구반’을 구성해 언론사 온라인 기사와 유튜브 채널까지 심의할 수 있는 통신심의 규정 개정을 마련 중이다. 방심위는 류희림 위원장 취임 후 발표한 ‘가짜뉴스 근절 종합대책’에서 인터넷에 기사를 게재하는 모든 언론사의 콘텐츠에 대해 심의하겠다고 밝혔는데, 그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인터넷 신문은 신문법과 언론중재법 적용을 받아 정보통신망법에 규정된 방심위 통신심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통신심의 규정을 개정하려면 관련 근거 법령 개정이 우선이다. 그런데도 규정 개정 추진 상황을 위원들에게 알리지 않고 변변한 내부 논의조차 없이 밀어붙이려 한다. 이런 위험한 발상이 정부 행정기관에서 벌어지고 있다. 류희림 체제 방심위의 민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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