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의 '기자 개인 고발' 이후… 미리 접촉한 취재원마저 연락 끊겨"

[인터뷰] 최병호 뉴스토마토 기자

[기자 고소·고발과 압수수색이 일상인 무도한 시대에 살고 있다. 대통령 관저 선정 과정에 역술인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가 대통령실 고발로 경찰 조사를 받고 검찰 수사를 기다리는 최병호 뉴스토마토 기자, 대선후보의 40년 지기 사무실을 5분간 방문했다는 이유로 고소를 당해 2년 2개월간 고통받은 송창섭 UPI뉴스 기자의 인터뷰를 싣는다.]

‘천공이 대통령 경호처장 등과 함께 육군참모총장 공관과 국방부 영내 육군본부 서울사무소를 둘러봤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남영신 당시 육군참모총장이 털어놨다.’ 이 발언을 실명으로 내보내기 위해 최병호 뉴스토마토 기자는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을 3번이나 만났다. 직전까지도 실명 보도를 꺼린 부 전 대변인을 설득하기 위해 그의 고향인 제주도까지 찾아가기도 했다.


그렇게 지난해 2월2일 ‘천공의 대통령 관저 선정 과정 개입 의혹’을 전한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 “남영신 육참총장 ‘천공·김용현, 공관 둘러봤다’ 말했다”> 기사가 나갔다. “대통령 당선인 시절부터 숱한 의혹을 샀던 대통령실 이전 과정이 과연 합리적인 의사결정으로 이뤄진 것인지 진실을 알아보기 위한 기사”였다. 최 기자를 포함한 뉴스토마토 기자 4명은 기사를 통해 부 전 대변인 인터뷰와 함께 그가 한글 프로그램으로 작성한 일기, 대통령실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 발언 등을 근거로 구체적인 정황을 알리려 했다. “수사기관이 아니기에 CCTV를 내놓으라고 할 수 없어 한계는 있었지만, 기자가 할 수 있는 최대의 노력”을 했다. 복수의 증언을 듣고, 인터뷰는 거부당했지만 강연 중인 천공을 직접 찾아갔다. 기사를 내보기 전엔 법률 자문도 거쳤다. 기사에 대한 법적 대응이라면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신청이나 언론사 대상 고소·고발 정도로 예상했지만, 돌아온 건 기자 개인에 대한 대통령실의 고발이었다.

최병호 뉴스토마토 기자는 지난해 2월2일 ‘천공의 대통령 관저 선정 과정 개입 의혹’ 기사를 보도했다. 대통령실 등은 최 기자를 포함 해당 기사를 보도한 뉴스토마토 기자 4명을 정보통신망법 위반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고발장 접수 5개월 후에야 기자들을 소환 조사한 경찰은 약 한달 만인 지난해 8월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기자 4명을 송치했다.


보도가 나간 바로 다음날 대통령실(김대기 당시 비서실장)은 최 기자를 포함해 해당 기사를 보도한 뉴스토마토 기자 3명을 정보통신망법 위반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그 다음달 ‘가짜뉴스추방운동본부’라는 단체에선 추가로 뉴스토마토 기자 1명을 고발했다. 6개월 동안 수사를 벌인 경찰은 지난 8월 “CCTV 등 객관적 자료와 다수의 관련자 진술 등을 종합하여 천공이 육군참모총장 공관과 국방부 서울사무소에 다녀간 사실이 없음을 확인했다”며 해당 기사를 허위로 결론짓고 기자 4명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모든 걸 건너뛰고 기자 개인을 고발한 건 우리 마음에 들지 않는 보도를 하면 법적으로 제재하겠다는 것과 동시에 제보하려 했던 사람들까지 위축시키려는 의도였다고 봅니다. 중간 보고라인에 있는 사람 몇몇을 이미 접촉해 기사를 쓰려했지만, 저희가 고발당하니 이분들이 못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기자도 고발당하는 마당에, 당연히 겁을 먹을 수밖에 없는 거죠.”


고발장 접수된 후 5개월 만에 뉴스토마토 기자 4명은 각자 한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다. 지난해 7월 기자 중 제일 먼저, 6시간 30분간 경찰 조사를 받은 최 기자는 ‘부 전 대변인이 뉴스토마토에 기사를 써달라고 사주를 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경찰은 나머지 기자 3명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짜인 각본대로 수사를 하고 있다”는 의심이 강하게 드는 순간이었다. 최 기자는 “한 명에게서라도 원하는 답이 있었으면 공모했다는 걸로 엮어보려고 기자들을 몰아간 게 아닐까 추정한다”고 말했다.


최 기자는 여러 “석연치 않은” 조사 과정을 통해 나온 경찰의 송치 결정을 수긍하긴 어렵다고 했다. 먼저 경찰은 당초 천공이 중요한 참고인이기 때문에 소환 조사를 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서면 조사로 수사를 마무리했다. 또 경찰은 의혹이 제기된 2022년 3월 4TB 분량 CCTV 영상을 조사한 결과 천공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는데, 복원된 영상에 일부 시간대가 누락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최병호 뉴스토마토 기자는 지난해 2월2일 ‘천공의 대통령 관저 선정 과정 개입 의혹’ 기사를 보도했다. 대통령실 등은 최 기자를 포함 해당 기사를 보도한 뉴스토마토 기자 4명을 정보통신망법 위반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고발장 접수 5개월 후에야 기자들을 소환 조사한 경찰은 약 한달 만인 지난해 8월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기자 4명을 송치했다.


“(지난해 11월) 국회 국방위원회 국방부 종합감사에서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천공이 왔다 갔다고 여겨지는 날, 공관과 국방부 서울사무소 방문자 명단에 ‘손님’이라고 표기된 이름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어요. 또 경찰은 기자 소환 조사를 다 마치고 나서야 천공이 아니라 (또 다른 풍수전문가인) 백재권 교수가 방문했다는 수사 결과를 공개했는데, 그 자체가 천공이 안 왔다는 증거는 될 수가 없죠. 백재권 교수도 민간인으로 출입한 건데 그 점도 문제가 있는 거고요. 이런 점들을 종합해보면 지난해 8월 경찰의 발표를 그대로 믿기는 어렵습니다.”


고발당하고 1년, 사건이 검찰로 송치된 지 4달 정도가 지났다. 최병호 기자는 아직 검찰로부터 아무 연락도 받지 않은 상태다. 기자들을 기소해 해당 사건을 재판에 넘길지에 대한 검찰의 결정도 나오지 않았다. 최 기자는 이번 사건을 겪은 이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면 ‘이제 검찰에 조사 받으러 오라는 건가’ 싶어 가슴을 쓸어내리곤 한다. 사실 후배 기자들에게 피해가 가는 것 같아 더 마음이 쓰인다. 해당 보도 이후 대통령실은 지금까지 뉴스토마토 기자의 대통령실 출입신청을 무기한 보류하고 있다.


“무혐의로 결론이 나면 좋겠지만, 재판으로 가는 게 오히려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법정에 천공, 남영신 전 총장 등을 증인으로 부를 수 있잖아요. 재판에서 제대로 가려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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