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대언론 소통을 긍정 평가하는 현직 기자는 10명 중 1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임 정부와 비교해 언론 활동이 위축됐다는 우려는 절반을 넘었다. 기자협회보가 한국기자협회 창립 59주년을 맞아 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해 기자 994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7일까지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정부의 대언론 소통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9.9%가 ‘잘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잘하는 편이다’는 8.6%였고, ‘매우 잘하고 있다’는 1.3%에 그쳤다.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85.1%였는데, 이 중 ‘매우 잘못하고 있다’가 52.8%, ‘잘못하는 편이다’는 32.3%였다. ‘잘 모르겠다’는 5%였다.
응답을 성별, 언론사 유형, 소속 부서별로 살펴봐도 대부분 부정 평가(80~90%대)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지역별로는 제주지역 응답자의 100%가 정부가 대언론 소통을 잘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어 강원 96.2%, 충청권 94.5%, 전라권 90.8%, 서울 85.5%, 경기/인천 77.6%, 경상권 74.3% 순으로 부정 평가를 내렸다.
기자 개인의 정치 성향과 연령대별 결과에선 비교적 큰 차이가 드러났다. 자신이 ‘진보’라고 응답한 312명 가운데 97.1%, ‘중도’라고 밝힌 513명 가운데 85.6%는 정부의 대언론 소통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보수’ 성향 기자들(169명)의 부정 평가는 평균치보다 20%포인트 낮은 61.5%로 집계됐다. 연령대별 부정 평가는 20대와 50대가 각각 88%로 가장 높았고 40대는 86.8%, 30대는 84.3%로 집계됐다. 60대 이상의 부정 평가는 평균치를 크게 밑돈 67.3%였다.
윤석열 정부 들어 기자들이 체감하는 언론 활동 자유 정도는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임 문재인 정부와 비교해 윤석열 정부에서 취재·보도·편집 등 언론 활동이 자유롭다고 평가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자유롭지 않다’는 응답이 63.2%를 차지했다. 해당 응답에서 ‘전혀 자유롭지 않다’ 28.3%, ‘별로 자유롭지 않다’는 34.9%였다. 이와 다르게 ‘대체로 자유롭다’는 평가는 20.9%, ‘매우 자유롭다’는 4.9%로 총 25.8%가 언론 활동이 자유롭다고 응답했다.
언론사 유형별로 보면 지역소재 지상파방송사(78%)와 서울소재 지상파방송사(76.2%), 뉴스통신사(75.9%)에서 ‘언론 활동이 자유롭지 않다’는 응답률이 높았다. 뒤이어 종편/보도채널(65.6%), 경제방송사/케이블채널(64.3%), 경제일간지(63.7%), 인터넷언론사(61.2%), 라디오방송사(61.1%), 지역종합일간지(59.6%), 전국종합일간지(54.3%) 등 순이었다.
부서별로는 국방/통일/북한부 소속 응답자의 100%가 자유롭지 못하다고 평가했고, 소셜미디어/디지털뉴스부(75.5%), 사진/영상부(72.2%), 편집/편성/교열부(68.5%), 문화/스포츠/생활/레저부(68.5%), 국제부(66.7%), 논설/해설/여론/독자/심의부(65%), 경제/산업부(62.2%), 정치/사회/전국부(59.4%) 등에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섰다.
윤석열 정부에서 언론 활동이 자유롭지 않다고 응답한 628명에게 그 이유(복수응답)를 물었더니 ‘언론사에 대한 압박(감사원 감사, 방통위의 검사·감독 추진 등)’이 가장 많은 선택(68.5%)을 받았다. 다음으로 ‘기자에 대한 유무형의 압박(고소, 고발, 출입 배제 등)’ 64.5%, ‘언론과의 소통 부족’ 64.2%, ‘무리한 언론 정책 추진(KBS·EBS 수신료 분리징수, YTN 민영화, TBS 예산 삭감 등)’ 59.6%, ‘언론 유관기관(방통위, 언론재단 등)에 대한 압박과 업무 자율성 침해’ 45.7%, ‘부적절한 인사 임명 강행’ 43.5%, ‘포털에 대한 지나친 개입’ 25% 등이 꼽혔다.
언론 활동이 자유롭다고 평가한 257명 중에선 ‘가짜뉴스 피해신고센터 개설 등 허위조작정보 적극 대처’(37.7%)가 자유를 견인한 가장 큰 이유(중복응답)로 선정됐다. ‘일관된 대언론 기조와 철학’ 28.8%, ‘언론과의 소통 강화’ 21.8%, ‘적극적인 포털뉴스 정책 개선 노력’ 20.2%, ‘비판적 언론에 대한 강경한 태도’ 17.9%, ‘정부 주도의 미디어 정책 논의기구 출범’ 10.1%, ‘정치적 후견주의 원천 배제 방식의 정책 추진’ 10.1% 등도 긍정 평가의 이유로 언급됐다.
어떻게 조사했나
이번 조사는 기자협회보가 여론조사기관 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해 한국기자협회 소속 회원 1만1136명 가운데 문자 발송에 성공한 1만777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7일까지 모바일 설문조사 방식으로 진행했다. 조사 참여자는 994명으로 응답률은 9.2%이며 신뢰수준 95%에 오차범위는 ±3.11%포인트다. 이번 조사에선 회원들이 속한 언론사 유형과 지역별 비중을 반영해 응답자가 고르게 분포됐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회원별 집계가 어려운 성별과 직급 항목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21년 전국 언론인 20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한국의 언론인> 결과·할당치와 비교했다.
이번 조사 응답자 성별은 남성 67.5%, 여성 32.5%로 언론재단 조사 결과(남성 68%·여성 32%)와 유사했다. 직위별 분포는 국장/국장대우 5.7%, 부국장/부국장대우 6.4%, 부장/부장대우 12.5%, 차장/차장대우 21.0%, 평기자 53.3%, 기타 1.0%다. 넓혀 보면 부장대우 이상이 24.6%, 차장 이하가 74.3%로 이 역시 언론재단 조사 할당치(부장대우 이상 20%, 차장대우 이하 80%)와 비슷했다.
언론사 유형은 전국종합일간지 18.9%(실제 회원 비중 16%), 지역종합일간지 23.6%(20.8%), 경제일간지 18.0%(14.9%), 뉴스통신사 8.4%(9.2%), 서울소재 지상파방송사 4.2%(5.9%), 지역소재 지상파방송사 4.1%(6.3%), 종편채널/보도채널 6.1%(8.8%), 경제방송사/케이블채널 1.4%(1.4%), 인터넷언론사 9.9%(8.4%), 라디오방송사 1.8%(2.1%), 영문/스포츠/전문/주간/월간 등 기타 3.5%(6.1%)로 집계됐다.
현 근무지를 기준으로 응답자의 지역별 분포는 서울 65.7%(실제 회원 비중 70%), 지역 34.3%(30%)다. 지역권에선 경기/인천 5.8%(4.6%), 경상권 11.4%(9.2%), 전라권 7.6%(7.5%), 충청권 5.5%(4.6%), 강원 2.6%(2.1%), 제주 1.3%(1.5%)다.